"여기서 산 5년 동안 더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청년이 행복한 음성·진천만들기]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청년 박한솔

등록 2024.08.30 09:46수정 2025.09.0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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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건축학을 공부했고, 어쩌다 보니 화려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파묻혔다. 그 속에서 피어난 한 권의 요리 에세이집. 한 청년의 인생은 뜻하지 않았던 곳에서 화려한 빛을 발했다. ‘보통날의 식탁’의 저자 박한솔(35) 작가의 이야기다. 충북혁신도시에서 신혼집을 꾸렸던 그는 음성군 생극면에서 책을 펴낸 뒤 지금은 진천군 초평면에 터를 잡았다. 충북의 중부권을 두루 부대껴온 그가 꿈꾸는 행복한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기자말]
8월의 무더위가 막판을 치던 28일 충북 음성군 생극면 한 작은도서관에 도착했다. 열평 남짓 작은 공간은 책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에 더위를 식히고 청년의 둥그스레 활짝 핀 얼굴과 마주한 순간, 행복감이 밀려온다.

박한솔 작가는 경남 진주가 고향이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유럽 어학연수 중 어릴 적 외할머니가 차려준 밥상은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선물이었음을 깨닫게 된 그는 귀국 후 푸드스타일리스트로 급선회한다.


동갑내기 남편 김기환(35)의 직장을 따라 충북혁신도시(음성군과 진천군 양군에 걸쳐있는 기획도시)에 신혼집을 차리면서 음성과의 인연은 시작됐다. '젊은 사람이 어떻게 시골에서 살어?' 모두가 고개를 흔들 때 그는 자연 속에서 소중한 요리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도시에 살아야 평범한 것인가? 오히려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말하는 그는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청년이다.

- 충북 음성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신랑 직장이 금왕읍에 있었어요. 5년 전 결혼하고 남편 직장 따라 충북혁신도시에 신혼살림을 차렸죠. 지금과 달리 당시 혁신도시는 규모가 작았고 사람도 많지 않았죠. 사실은 그게 좋았어요."

- 대도시 대구보다 작은 혁신도시가 좋았다고요?


"네. 제 고향은 경남 진주 소도시였죠. 외가는 더 시골인 경남 합천이죠. 유년 시절에 외가는 참 평화로웠어요. 어른이 되면 대도시에 가고 싶어 하지만 저는 늘 시골이 그리웠어요. 혁신도시는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골 같은 느낌이었어요. 1년 정도 살다가 진짜 시골로 이사했어요."

- 진짜 시골이라면?


"생극면 오생리 가구 몇 안 되는 진짜 시골로 이사했어요. 집 바로 뒤에 산이 있어 좋았어요. 자연을 정말 좋아했죠. 자연 속에 들어오니 글이 절로 써지더군요. 혁신도시에서 집필을 시작했지만 답답하기만 했던 것이 이곳에서는 술술 풀리는 거예요. 겨울에 눈 치우는 것도 좋았고, 모든 게 행복했어요."

- 시골살이 힘든 것 없었나요?

"있었죠. 어느 날 문득 친구도 없이 시골에서 산다는 게 자유인가, 고립인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연세가 많으신데다 '쟤들이 얼마나 살고 갈까' 하며 마음을 주지 않은 것도 힘들었어요."

 박한솔 작가가 그의 요리 에세이집 '보통날의 식탁'을 들어 보였다.
박한솔 작가가 그의 요리 에세이집 '보통날의 식탁'을 들어 보였다. 임요준

- 그 와중에 책을 내셨네요. 소개해 주세요.

"네. <보통날의 식탁>이라는 요리책은 아니고 요리 에세이집이에요. 저에게 밥이 주는 의미는 남달랐던 거 같아요. 어릴 적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은 장난감 선물보다 더 귀한 선물이었어요. 할머니 밥상을 받을 때면 정말 행복했어요.

그 느낌을 소박한 시골 일상과 함께 써 내려간 글이에요. 도시 친구들은 편의점에서 대충 한 끼를 때우는 게 일상이지만 제철 재료로 한 상 차리면 나를 챙겨주는 행복한 느낌이 있어요. 할머니의 밥상은 '마음의 씨앗'과도 같은 거죠."

- 서점가 베스트셀러였다고요?

"요리 에세이 부문으로 알라딘, YES 24, 네이버 등등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어요. 2022년 상반기 청소년 필수 교양 도서로도 선정되었죠. 일기처럼 쓴 글인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니 얼떨떨 하더군요."

- 지금도 오생리에 사세요?

"아니요. 남편 직장이 진천으로 옮겨져서 진천 초평면 오갑리로 이사했어요."

- 그곳 생활은 어떠세요?

"오갑리 마을 분들이 너무 잘 해주세요. 젊은이들이 이사와줘서 고맙다며 반겨주세요."

- 경상도 사람이 충청도로 이사 와서 충북혁신도시와 음성·진천군을 두루 경험해 보았네요. 충북 중부권은 어떤 곳 이던가요?

"솔직히 이곳은 남편 직장 따라 반강제로 오게 된 거죠. 문화생활을 즐길 수도 없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헌데 생극에 와보니 문화가 있었어요. 소극장 '하다'가 있고, 도토리숲작은도서관이 있었어요. 문화를 이끄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도토리숲작은도서관에는 독서 모임이 있어요. 매월 말에 모여 책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도 불러요. 연령 제한도 없어요. 누구나 와서 콘서트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또 시민뮤지컬이 있어요. 20대부터 60대까지 모여요. 또래만 모이는 게 아니에요."

 박한솔 작가가 지방 소도시에서의 청년의 꿈을 이야기 하고 있다.
박한솔 작가가 지방 소도시에서의 청년의 꿈을 이야기 하고 있다. 임요준

- 세대차이는 느끼지 않나요?

"아니요. 오히려 다양한 연령층이 있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세대차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젊은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어른들을 보면서 배우고 있어요. 여기서 산 5년 동안 더 어른이 된 것 같아요."

- 음성과 진천 행정통합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혁신도시에 살 때였어요. 도로 이쪽은 음성, 저쪽은 진천이라니. 도로 중앙분리대 수리하는 것도 음성과 진천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수영장을 이용하고 싶어도 음성군민이 우선이고 진천군민은 일주일 뒤에 신청할 수 있었어요. 문화예술 활동에서는 지역을 따지지 않지만 행정은 불편한 점이 있어요."

- 시골살이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은.

"음성은 청년 커뮤니티가 참 잘 되어 있어요. 하지만 진천은 좀 덜한 것 같아요. 진천에 이런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남편만 보고 이곳에 왔고 마음 둘 곳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곳이 또 다른 고향이 되었어요. 이것이 문화가 주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음성에서 청년 커뮤니티 YACC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이런 거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나를 반겨주는 곳을 만드는 것, 문화와 예술로 마음 둘 곳을 만들어주는 것이요. 이외 큰 계획은 없어요. 이곳까지 흘러온 것도 계획에 없었고, 마음 열고 흘러가는 대로 갔으면 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진천음성신문에도 실립니다.

보통날의 식탁 - 어쩌면 조금 지쳐 있을 당신에게 전하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계절 식탁 일기

한솔 (지은이),
티라미수 더북, 2022


#보통날의식탁 #박한솔작가 #충북혁신도시 #음성군 #진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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