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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친정엄마 모시고 강원도에 귀농한 남동생 집에 간 적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친정엄마가 닭발 요리를 좋아하셨다. 올케도 있는데 남동생이 요리를 잘해서 우리가 갈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줬다. 그날은 닭발 볶음을 매콤하게 만들었는데 친정엄마가 맛있게 드셨다. 닭발 볶음 양념이 정말 맛있어서 양념 비법을 물어봤다.
"누나, 만능 고추장 양념장 하나면 볶음 요리는 다 할 수 있어."
그때만 해도 현직에 있을 때라 바쁘다는 핑계로 외식도 많이 하고 반찬 가게에서 밑반찬을 늘 사 먹었다. 김치는 친정엄마가 담가주셔서 김치냉장고에 보관돼 있어 그나마 사 먹지 않았다. 요리 못하는 나지만 맛있는 볶음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다는 말에 빨리 만들어보고 싶었다.
집에 와서 남동생이 적어준 만능 고추장 양념장을 만들어봤다. 양념으로 오징어볶음도 제육볶음도 뚝딱 쉽게 만들 수 있어서 무척 신났다. 정말 신기하게 양념이 매콤하면서 짜지 않고 맛있었다. 가끔은 낙지를 사서 낙지볶음도 만들어 먹고, 주꾸미 철에는 주꾸미볶음도 만들어 먹었다. 내가 꼭 요리사가 된 것 같았다.
한동안 열심히 볶음 요리하다가 만든 만능 고추장 양념이 떨어지면서 잊고 있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물린다. 그 후에 1년에 한 번 정도 만능 고추장 양념장을 만들어서 볶음 요리를 한 것 같다. 올해는 한 번도 만들지 못했다.
올 8월에 아프리카 케냐에 다녀온 후 매콤한 음식이 먹고 싶어서 내가 만든 손글씨 레시피북, 일명 <유 세프 요리 교과서>를 뒤적이다가 만능 고추장 양념장 레시피를 발견했다.
"바로 이거야. 만능 고추장 양념장을 내가 왜 잊었지."
곧 다가올 추석에 자식들도 올 거라서 만들어뒀다가 볶음요리를 해줘야지,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요즘 우리 집은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으니 맛있는 요리 몇 가지만 하면 된다.
나는 요즘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요리에 재미를 붙인 것은 퇴직하고부터이니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나는 요리를 할 때 늘 수학 공식처럼 레시피북을 보며 정확하게 계량해서 한다. 늘 재료도 같은 양을 사서 하기에 실패할 확률이 적다. 내가 처음 하는 요리는 꼭 손글씨 레시피로 적어 둔다. 그러면 다음에 같은 요리를 할 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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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글씨 레시피북 새로운 요리를 하면 꼭 손 글씨로 나의 레시피북 '유세프 요리 교과서'에 레시피를 작성해 둔다. 다음에 요리할 때 보면서 하면 요리를 실패할 확률이 적다. ⓒ 유영숙
우리 집 만능 고추장 양념장 레시피
양념장에 들어가는 재료 : 고추장 2컵(계량은 종이컵), 고춧가루 8T(밥숟가락), 진간장 8T, 올리고당 4T, 설탕 4T, 참기름 1T, 들기름 1T, 참깨 2T, 후추 1/2T, 대파 다진 것 8T, 마늘 다진 것 4T.
*위 재료를 잘 섞어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요리할 때마다 활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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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능 고추장 양념장 만들기 분량의 양념을 잘 섞어서 양념장을 만들어 용기에 넣어두고 볶음 요리 할 때 사용한다. ⓒ 유영숙
응용할 수 있는 요리 : 오리 양념불고기(오리 주물럭), 돼지고기 불고기(제육볶음), 오징어볶음, 낙지볶음, 주꾸미볶음, 오삼 불고기, 황태구이, 더덕구이, 떡볶이, 닭볶음탕, 등갈비, 닭발볶음 등 다양한 요리에 응용할 수 있다.
오징어볶음부터 만들자
만능 고추장 양념장 만든 기념으로 오징어볶음을 만들어봤다. 오징어 세 마리와 호박, 양파, 당근을 준비했다. 오징어를 두 마리만 사 오려고 했는데 세 마리 한 팩에 1만 원이라 세 마리를 사 왔다.
1. 오징어는 깨끗하게 손질해서 살짝 데친 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데치기 전에 칼집을 넣어 데치면 솔방울 모양 오징어가 된다.
2. 자른 양파를 먼저 볶다가 호박과 당근을 볶아준다. 집에 청양고추가 있어서 한 개를 넣었다.
3. 채소가 살짝 익으면 데친 오징어를 넣고 만능 고추장 양념장 두 숟가락을 듬뿍 넣고 채소와 잘 섞이게 한 번 더 볶아준다. 색깔을 보면 정말 맛있어 보인다.
4. 마지막에 통깨를 뿌려 완성한다.
볶음 요리가 정말 쉬워졌다. 양념장에 마늘과 파도 들어있어서 따로 넣지 않았다. 매콤하지만 짜지 않는, 맛있는 오징어볶음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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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볶음 만능 고추장 양념장으로 만든 오징어 볶음, 짜지 않고 맛있어요. ⓒ 유영숙
돼지고기 불고기도 쉬워요
돼지고기 불고기(일명 제육볶음) 재료로 돼지고기 목살 한 근과 양파, 당근, 청양고추를 준비했다.
1. 양파와 당근, 청양고추를 썰어둔다.
2. 돼지고기 불고기는 양념이 잘 스며들어야 맛있다. 돼지고기와 썰어둔 채소에 만능 고추장 양념장을 넣고 양념이 잘 스며들도록 40분 정도 재워둔다.
3. 재워둔 돼지고기를 프라이팬에 넣고 볶아준다. 양념에 다진 마늘과 파까지 넣어서 파는 안 넣어도 되지만, 집에 대파 썰어놓은 것이 있으면 더 넣어 줘도 좋다. 우리 집은 다진 마늘과 대파를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한다.
4. 제육볶음을 맛있게 볶는 꿀팁은 고기를 볶을 때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어주면 제육볶음이 촉촉하고 부드럽게 볶아진다.
5. 접시에 담고 통깨를 조금 뿌려 완성한다.
매콤한 양념장에 청양고추까지 넣어서 돼지고기가 느끼하지 않고 맛있다. 양념장에 고추장이 들어있지만, 텁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말에 온 아들이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다고 한다. 돼지고기 불고기는 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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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끼하지 않고 매콤한 돼지고기 불고기 만능 양념장으로 만들면 쉽게 돼지고기 불고기를 만들 수 있다. ⓒ 유영숙
추석 연휴엔 오삼불고기로 느끼한 맛을 잡자
오징어와 돼지고기를 함께 섞어서 오삼불고기를 만들어도 맛있다.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아들 며느리도 올 거라서 오삼불고기를 만들어 주려고 한다. 삼겹살 한 근과 오징어 두 마리를 사서 오삼불고기를 만들면 된다. 양파와 당근, 청양고추는 늘 집에 준비돼 있으니 넣으면 된다.
1. 오징어를 깨끗하게 손질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2. 양파와 당근, 청양고추도 썰어둔다.
3. 삼겹살과 오징어, 채소를 만능 고추장 양념으로 재워서 30분 정도 둔다. 당일 바쁘면 하루 전에 미리 재워두어도 좋다.
4. 프라이팬에 넣고 돼지고기와 오징어가 잘 익도록 볶아준다.
5. 접시에 담고 통깨를 살짝 뿌려준다.
6. 상추나 깻잎이 있으면 싸서 먹으면 맛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주말과 연결되어 닷새나 된다. 추석 연휴에 무슨 음식을 만들어 먹을까 고민하는 분은 추석 전에 미리 만능 고추장 양념장을 만들어서 추석의 느끼한 음식 맛도 잡고, 매콤한 음식으로 따뜻한 정을 나누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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