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를 방문해 근무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선출되거나 임명되지 않은 청와대 안의 유일한 존재. 법으로 정해진 권한과 책임도 없으면서 많은 공식 비공식적 역할을 수행하는 특별한 존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자신의 자서전에 쓴 '영부인'이란 존재에 관한 글이다. 말 그대로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도 임명되지도 않은 존재지만 공식, 비공식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자리라는 뜻이리라.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는 이 말이 해당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 기관을 종횡무진 혼자 다니며 마치 대통령 같은 행보를 하고 다닌다.
'당부' '조치' '개선', 영부인의 언어인가
어제(10일) 김 여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연이어 방문했다.
소외된 계층이나 힘든 일을 하는 공무원들을 찾아 격려하는 일은 역대 모든 대통령의 부인들이 해왔고 또 해야 할 일로도 여겨져 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언행. 이날 적어도 대통령실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사진과 브리핑 자료만 보면 대통령의 그것을 방불케 했다.
CCTV 관제실에 가서는 관제센터가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라며, "항상 주의를 기울여 선제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당부'하는가 하면, 순찰인력과 함께 마포대교를 가보고는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부', '조치', '개선'이 과연 영부인의 언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