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차구획이 좁아 반듯하게 주차하지 못할 경우 다른 차량은 그 옆에 주차하기가 어렵게되어 있다.
김관식
차 커지면서 선에 맞춰야 겨우 내려... 관련 법도 2019년에야 시행
최근에는 차도 커지면서 좁은 주차선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분명히 주차구획선에 정확히 주차했는데도 차 문을 열어 발을 내딛기가 여간 수월치 않다.
이 아파트 입주인 A씨는 "혹시나 옆 차 문이라도 긁을까 걱정돼 호흡을 멈춘다. 저녁이라도 거하게 먹고 들어오는 날이면 내릴 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것도 스트레스"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주차장에서 사진 촬영하며 만난 또 다른 입주민 B씨는 "가뜩이나 주차 공간도 좁은데, 선을 밟아 주차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나만 괜찮으면 어때?'라는 생각이 강한 듯하다. 누가 얘기를 하지 않으니까 그렇다. 뭐라도 써붙여 놔야 한다"라며 "언제가 한번 그 차의 차주와 마주한 적이 있다. 눈을 피하더라. 그것 봐라. 자신도 미안해 하잖나. 조금씩만 신경 쓰면 서로가 불편할 일 없지 않나"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주차구획선 폭을 재본 결과 겨우 2m 10cm에 불과했다. 주차장법에 정해진 폭 2.3m보다 20cm가 좁았다. 해당 관리사무소에 문의한 결과 "그렇지 않아도 주차하고 하차할 때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았다. 그래서 지난해에 주민 설문조사를 거쳐 주차구획을 넓혀보려 했다. 그러나 6대4로 기존 주차구획을 유지하기로 결정 났다"며 아쉬워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넓게 잡을 수는 없었을까.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이 아파트를 준공했던 때는 2007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주차 사고를 예방하고자 마련한 관련법이 2017년에 시행됐고, 오늘날 주차장 1면 기준으로 너비 2.5m, 길이 5m, 주차공간의 30% 이상의 설치를 의무화한 확장형은 너비 2.6m, 길이 5.2m다. 이 주차장법 시행규칙은 2019년 3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니 갈수록 커지는 차는 이 주차 구획에 맞추기 어렵다. 게다가 바로 아래 사진처럼 앞뒤 2열씩 도열한 주차 구획의 경우, 주차 턱에 맞춰도 트렁크를 열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즉, 조금 앞으로 튀어나오게 주차해야 그나마 트렁크를 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최대한 타고 내릴 때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가장 자리나 최대한 바깥쪽 주차 자리는 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위에서 내려다 본 소방차 전용도로 불법 차량 위에서 내려다 본 소방차 전용도로 불법 주·정차 차량 아파트 내 소방차 전용도로 주차도 문제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불길 진화가 늦어지면 이는 단지 내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다.
김관식

▲아파트 내 소방차 전용도로에 주차한 불법 차량 아파트 내 소방차 전용도로에 주차한 불법 주·정차 차량 아파트 내 소방차 전용도로 주차도 문제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불길 진화가 늦어지면 이는 단지 내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다.
김관식
단지 내 소방차 전용도로 불법 주·정차 여전
주차 공간 부족은 소방차 전용도로까지 주차장으로 만든다. 최근 아파트 내 화재가 잇따르면서 소방본부는 재난 현장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소방차 진로 방해 차량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방차 전용도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1분 1초가 국민의 생명 및 재산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방차는 빠른 화재 진압을 위해 최대한 건물과 가까운 곳에 주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법 주차한 차 탓에 진입이 늦어지면 그만큼 화재 진압 시간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2018년 소방기본법을 제정,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만약 이곳에 주차나 진입을 가로막을 시 과태료 100만 원에 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방 관련 시설 주변의 주·정차 기준도 강화했다. 소방용수시설이나 비상소화장치 주변에는 주·정차를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 역시 특유의 안전불감증 때문인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설마, 오늘 무슨 일 나겠어?' '잠깐인데 뭘'이라는 생각이, 만에 하나 화재가 났을 때 이웃 혹은 내 가족과 지인의 목숨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의 길목을 가로막는 불법 주차 및 정차한 차는 소방서장 및 소방대장의 판단에 따라 강체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단, 적법한 주·정차의 경우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다.

▲아파트 바로 뒤 도로에 불법 한 입주민 차량 아파트 바로 뒤 도로에 불법 주·정차한 입주민 차량 인근 식당가 손님도 일시 주차할 때도 있지만 평일 저녁은 대부분 입주민인 경우가 많다.
김관식
아파트 인근 불법 주·정차로 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다. 골목 혹은 도로변에 불법 주·정차를 하면, 근처 뛰노는 아이들이나 작은 동물이 눈에 띄지 않아 사고가 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바로 사진으로 보이는 곳에 이삿짐 차가 진입하지 못해, 관리사무소에서 여러 번 주차 이동 관련한 안내 방송을 했지만 2시간여가 흐른 후 차주가 나타나 해당 주민은 입주하는 데 불편을 겪기도 했단다.
이런 곳은 대개 근처 아파트 입주민 혹은 주택가에 머무는 이들이 주차하는 경우가 많다. 도로에 인접해 있기에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도로의 이면을 차지해 오가는 차에 방해가 되기 일쑤다. 그만큼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맞은 편에 차가 진입해 올 때면 둘 중 한대는 후진해 상대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
이 때문에 편도 3차선은 2차선이 되고, 2차선은 1차선이 된다. 이렇게 되면, 지나는 폭이 좁아져 비보호 우회전도 쉽지 않다.
물론, 인구 집중화와 아파트 밀집화로 주차장이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법이 개정돼 시행돼도 문제는 여전하다. '나만 괜찮으면 돼' '잠시뿐인데 뭘'이라고 생각하는 한 모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작은 준법 정신과 관용 하나하나가 좋은 주차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적어도 주변에서 '불법 혹은 민폐'라고 누누이 입에 오르내리는 주·정차 행위부터 근절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동차 2500만 대가 넘어섰다. 가구당 많게는 3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 올바른 주차 문화는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첩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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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써라, 그럼 보일 것이니" 기록은 시대의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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