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숙인 쉼터 '유쾌한공동체'를 운영하는 안승영 목사
이민선
안 목사가 유쾌한 공동체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2002년. 선배 목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이때부터 노숙인 돌봄을 시작했다. '너하고 딱 맞는 일'이라는 지인들의 부추김도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신학대학 다닐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어서, 망설임 없이 노숙인 돌봄에 뛰어들 수 있었다.
주변 사람으로부터 '돌쇠 목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몸으로 부딪치는 일을 좋아하던 터라 적성에도 맞으리라 생각됐다. 또한 사회적 약자가 잘살면 자연스럽게 사회 모든 구성원이 행복해질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워낙 가난한 시골 유학생이었던 덕(?)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13년 만에 신학대학을 졸업했어요. 돈 벌면서 공부하느라 정말 진땀을 흘렸죠. 아파트 짓는 데서 목수로도 일했고, 총알택시 기사도 해 봤어요. 두부 공장 일도 해 봤고요.
또 '기독교 농촌연구소'를 표방하며 수박 농사도 해 봤는데, 엄청난 장마에 넝쿨째 강물에 버려야 했지요. 그런 일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가난과 불행에 대하여 하나님께 묻고 또 묻게 됐어요."
유쾌한 공동체에 오기 전 안 목사는 고향인 전라북도 남원 시골 마을 한 교회에서 전도사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신앙인으로 바라본 시골 마을은 그가 어린 시절 살던 마을과 마찬가리로, 무척이나 가난했다. 억세게 노동해도 가난은 계속 대물림됐고, 몇몇 마을 사람들은 장애인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그들을 지키는 것이 신앙이 됐다.
"뭐랄까, 제게 인간에 대한 연민 같은 게 태생적으로 있었던 것 같아요. 늘 약한 사람 편에 서고 싶었고, 함께 행동하고, 눈높이도 맞춰야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게 있었어요.
그런 면을 선배 목사가 짚은 거죠. 노숙인, 사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보면 약자 중의 약자에 속하죠. 대부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학습 능력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밀려 오갈 데가 없어진 거죠."
노숙인 발생이 많은 근원적 원인을 안 목사는 '지나친 경쟁'으로 꼽았다.
"태생적으로 약한 고리인 거죠. 신체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무한 경쟁 사회잖아요. 건강하고 학벌 좋은 사람들도 툭툭 나가 떨어지는데, 원래 가난하고 못 배웠고, 신체도 허약한 사람들이 어떻게 버틸 수 있겠어요.
그러다 보니 사회에서 낙오하게 되고, 정서적으로 고달프고, 그러다가 가족한테 버림받게 되면 거리로 나오는 거죠. 막노동하며 전전하다가 결국은 노숙자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숙자 중 상당수가 알코올 중독자다. 이들이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릴 때는 정말 난감하다. 이보다 더 곤란한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우울증 있는 노숙인이 맨정신으로 난동을 부릴 때다. 이럴 때는 일단 피하고 그다음에 다독거려 병원에 데리고 간다고 한다. 그래서 우울증 있는 노숙인이 쉼터에 오면 상담할 때부터 조심스럽다고.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이 나아져 사회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안 목사 최고의 보람이다. 알코올 중독은 마음만 굳세게 먹으면 고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고쳐집니다. 한 번 입에 술대면 한 달 동안 밥도 안 먹고 방안에 대소변 갈기며 내리 술만 먹는 분이 있었어요. 병원에 수도 없이 모셔가고 마음 써서 돌보며 재활 프로그램 가동해서 일에 대한 욕구 불러일으켰더니, 몇 년만에 금주에 성공했어요.
그러나 고치지 못하면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해 봉사자로 찾아올 때가 저에게는 최고의 순간입니다."
노숙인들을 사회로 복귀하게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직업'이라고 안 목사는 누누이 강조했다. 정부 정책으로 노숙인에게 LH에서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고, 그래서 통계상 노숙인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노숙인의 정의가 집이 없는 사람이니, 집만 주면 된다는 식인데, 물론 주거 복지 차원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이지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직업을 주지 않으면 '말짱 꽝'입니다. 먹고 살 방법이 있어야 사회인으로 행세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에 대한 사회적인 각성과 반성이죠."
자본주의에 길든 교회는 생명력 없어

▲ 한 달에 한 번 하는 짜장데이를 위해 짜장면을 만드는 안승영 목사
안승영
안 목사는 교회 비판도 꺼리지 않았다. '목사님인데, 교회를 개척하거나, 아니면 대형 교회에서 목회 활동하는, 목사 본연의 일을 하고 싶은 맘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정색을 하고는 "이게 목사 본연의 일"이라 잘라 말한 뒤 교회에 대한 쓴소리를 덧붙였다.
"신앙의 본질을 왜곡한 교회가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우리가 흔히 우상숭배라고 하는 그런 탈 신앙적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있고, 또 교육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개선의 여지도 안 보인다는 겁니다. 교회의 본질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아픈 사람과 낮은 사람(사회적 약자) 눈물을 닦아주고 울어주고, 가진 것을 최선을 다해 나누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기적인 자본주의에 길들어 전혀 교회다운 생명력이 없어 보이는 그런 교회가 적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높은 빌딩 짓고, 좋은 옷 입는 것은 예수와 다른 모습입니다."
대화를 마치며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자신에게 잘 맞느냐'고 묻자 그는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내게 딱 맞는 내 옷이다. 예수께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한 복음이 과연 이들에게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그 복음이 생명력이 있는지, 답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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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짓고 좋은 옷 입는 목사? 예수 모습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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