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한국민족춤협회 2회 민족춤제전 ‘할아버지 얼씨구’ 기념공연.
고규미
일제 강제동원과 위안부 진실을 찾아
"2023년 '달빛 아래 소녀'(극단 상사화 '미라클프로젝트' 작품 중 하나, 위안부 이야기) 공연 때죠. 마지막 대사 '이 아이의 손을 잡아주세요'를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을 내미는 거예요. 한 어머니(아이와 함께 온)는 '안아주고 싶다'고 다가왔고요. 뭉클했지요."
두루미는 고고한 선비의 기상. 조선시대 문관 흉배 문양으로 쓰인 것도 그런 까닭. 그래서 학반이라 했다. '청담동 두루미'는 현대적 은어. 드라마 '모래시계' 주제가도 '백학'이다. '육신은 진창에서 죽더라도 영혼은 하늘 백학처럼'(러시아 전사자를 추모할 때) 노래했다. 이름은 울음소리를 땄다. 우리는 '두루', 일본은 '츠루'. 7월 몽양추모제 때 두루미 춤사위(1인 인형극)로 선생의 고귀한 뜻을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한국인형극협회 이사, 세계인형극연맹 한국지부 이사, 한국민속춤협회 이사 등을 맡으며 '한국인형극100년사'를 편찬(3인 공동저작, 2022년)했고, 아시아(한국, 중국, 캄보디아,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전통인형극아카이브 기획전(2022~2023년, 춘천인형극박물관)을 주도하기도 했다.
포르투갈, 인도, 불가리아, 체코, 벨기에, 중국, 대만 등 해외 공연도 했다. 한국 전통 정서와 아름다움 담은 '퍼펫 환타지' 연작 '나비오마주', '선녀춤', '두루미의 흥과 멋의 시나위', '할아버지 얼씨구', '작은 인형들의 세상', '꽃의 환생' 등을 무대에 올렸다.
그의 국제활동은 인형극인 국제연대 '가상 인형극 거주지 바다'로 이어졌다. 인형극인들이 지구 문제를 깨닫고 어떤 노력을 할지 모색(1단계), 프로그램(2단체), 영상공유(3단계, 현재), 과제선정(4단계), 총회 제안(5단계 세미나 발제, 내년 춘천서 열리는 세계인형극연맹)하는 활동. 마카오, 싱가포르, 한국, 인도네시아, 인도, 네덜란드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한국미술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인형작품을 만들어야 하기에 전통공예분과(목공) 활동을 해왔다. 한국예술대전에서 '초대작가상'(예총회장상)을 받는 등 각종 예술경연에서 20여개 상(입선, 장려, 우수, 특선)을 받기도 했다.
한국 인형극 상황을 묻자, 전통인형극이 있지만 보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물론 일제강점기 때 자료들이 상당부분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은 '인형의 나라'답게 지역마다 인형극이 있고 잘 보급되고 있다고 했다.
"사료를 뒤져보면, 당나라가 고구려 몰락 때 인형극인을 대거 끌고 갔다는 기록이 있어요. 중국은 꽤 많은 인형극 전통을 가지고 있거든요. 당시 고구려 인형극이 발전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죠."

▲ 2019년 정선인형극제에서 ‘두루미의 흥과 멋과 시나위’ 공연 장면.
고규미
'세한도' 허술함 속 아름다움에 반해
양동에서 홀로 사는 그는 재일교포 3세. 제주가 고향인 외조부모가 오사카에서 어머니를 낳았고, 그와 언니도 오사카 태생. 홀로된 어머니(외가쪽)와 산 기억밖에 없는 그로서는, 할아버지 별명이 '토재비'(제주 사투리 도깨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활동)였다는 것과 아버지가 '꽃을 좋아했다'는 걸 엄마한테 들은 것 외 아버지 쪽 가정사를 모른다고 했다.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건 강제 점령국(가해자) 국적을 갖기 싫어서였어요. 어머니도 언니와 저도. 아버지 없이 홀로 생계를 꾸린 엄마 생각하면 많이 아프죠. 언젠가 저희에게 '난, 돈 걱정 한 번도 안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낙관적 사고를 저도 받았나 봐요. 가난했지만 행복했다고 기억해요."
존경하는 한국 예술인으로 겸재와 추사를 꼽았다. 금강산전도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림 안에 모든 게 있기 때문이라 했다. 인형극 작품을 만들 때 그도 늘 그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추사의 세한도에선 집과 나무를 보며 허술함 속 작품성에 감탄한다고 했다.
'붕가붕가'라는 말이 있다. 20세기 초 반전평화운동을 했던 버지니아 울프 이야기다. 제국의 거함거포주의(침략전쟁 이기려고 큰 함선, 큰 포 각축) 조롱이다. 그와 친구 5명이 에티오피아 왕족으로 가장해 전함 드레드노트(영국이 자랑하는)에 들어가 사열을 받은 사건으로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말문이 막히면 '붕가붕가'를 외쳤는데, 들키지 않았다. 그는 수필 '자기만의 방'으로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페미니즘 을 1백여년 전에 외쳤다. 이역만리에서 두 딸을 키워낸 엄마, 조국에 와 1인 인형극으로 역사와 진실을 전파하는 딸. 기억해야 할 여성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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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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