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생, 만 94세인 아버지는 여전히 옷과 잠자리를 스스로 챙기신다. 아버지의 손을 내가 잡은 모습.
이혁진
요즘 아버지는 모든 것을 내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잘 때까지 생각을 나누고 기분을 확인하고 대화를 자주 한다. 아버지가 기쁘면 나 또한 즐겁고,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가까운 지인들도 가끔 내게 아버지 염려는 그만하라 한다. 누군가는 아버지가 이제 돌아가셔도 여한이 없는 연세라고 말하기도 한다. 무슨 말인지 취지는 알겠지만,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의식세계를 다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이면서 그걸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말하기 때문이다.
연로한 아버지가 오래도록 사실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게 자식으로서 당연하다. 고루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고령의 부모라면 자식들이 함께 모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몸과 맘이 온전한 분에게 괜한 편견으로 외롭게 만든다면 나는 그걸 학대라 여긴다.
나는 집을 멀리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집을 비우면 아버지가 홀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집에선 아버지와 나, 아내 이렇게 셋이 살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집을 떠나 생활 중인 아이들이 최근에 아무 대책 없이 일을 저질렀다.
애들이 올봄 나의 칠순 기념으로 일본 홋카이도 3박 4일 여행을 예약한 것이다. 그렇게 만류했건만, 속절없이 시간은 흘렀고 지난 9월 말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은 내게 여행 준비에만 집중하라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일주일 전부터 아내와 함께 아버지 모르게 작전을 세웠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면 3일 동안 아버지가 혼자 드실 반찬과 식사, 주의사항을 적은 생활계획표 등를 세밀하게 짰다. 여행 떠나기 전날에는, 아버지 앞에서 우리가 짠 시간표대로 함께 해 보면서 예행연습까지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