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메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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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는 획기적이다. 요리를 스포츠의 영역으로 승화시켰다. 모두가 인정하는 권위자의 심사, 모두가 납득할 만한 조건으로 판을 깔았다. 참가자들은 그 안에서 상대를 존중하며 경쟁했다. 여기에 계급장 떼고 서로 붙어보자는 취지까지. 흠잡을 게 없었다.
<흑백요리사>를 축구에 비유하면 어떨까? 업계 최고들이 모였으니 1부 리그쯤 되지 않을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처럼 말이다. 반면 어디에나 있는 동네 식당들은 그보다 하위리그에 속할 것이다. 허나 그들을 무시하지 말라.
상위리그가 사치재라면, 하위리그는 필수재다. SNS에 자랑할 만한 맛집에 가는 게 삶에서 꼭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퇴근 후 허기를 채워줄 국밥집이 사라지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비교적 싼 가격에 허기를 채워줄 식당들은 우리의 일상에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한국은 식당이 차고 넘치는 나라 중 하나고, 치열한 경쟁 탓에 국내 외식업의 수준은 그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안타깝게도 이 추동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고령화 때문이다. 올해 6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영업자와 소득 불평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0대 이상 자영업자 비율은 36.4%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00년대 초반 60대 이상 자영업자의 비율은 약 18~20% 수준이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배로 늘어난 수치다. 조사 대상을 식당(일반음식점)으로 한정하면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요즘 어느 식당을 가도 40대 사장님은 잘 없다. 우리가 익히 아는 '노포(老鋪)'의 창업주들이 대개 30대 초반에 가게를 열었던 걸 생각하면 지금의 시장 상황은 꽤나 걱정스럽다.
더 이상 몸이 안 따라준다는 사장님들
실제로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더 못 하겠다'는 가게들이 여기저기 속출하고 있다. 자주 가는 중국집 사장님은 수술한 허리가 잘 낫지 않아 복대를 차고 일한다. 또 다른 중국집 사장님은 몇 년째 팔꿈치가 말썽이다. 백반집 사장님은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김치를 담근다.
모두가 말한다. 이제는 몸이 안 따라준다고. 가게를 물려받겠다고 호기롭게 나선 아들 딸들은 노동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다 나가떨어졌다. 부모들은 붙잡지 않았다. "내 대에서 끝나겠지, 젊은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하겠나." 그렇게 많은 식당들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국내 외식업의 고령화는 정해진 미래다. 이는 먼 미래의 우리의 외식 생활을 완전히 뒤바꿀 것이다. 낮은 인건비와 극단적인 박리다매 전략을 앞세워 영업이익을 창출하던 식당들부터 차례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파도는 몰려오기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많은 백반집들이 문을 닫았다. 이 파도는 점차 중국집과 국밥집 등으로 번져갈 것이다.
외식업의 고령화, 박리다매 식당의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