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3.10.5
연합뉴스
그런데 '아디다스' 점주들의 피해는 이보다 더했다(관련기사:
"아디다스가 진짜 이랬다고?" 18억 손해 본 점주의 기막힌 사연 https://omn.kr/25kg3). 작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가맹점에 대한 부당한 계약 갱신 거절은 이런 분쟁으로는 드물게 KBS 추적 60분에 <"인기 상품은 전부 온라인에..." 남은 건 빚뿐이라는 아디다스 일반 매장 점주들의 눈물>이란 제목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날 이후, 점주들의 80%가 계약 해지되어 이제 한 30여 명 남았고요. 남은 그들도 근근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폐업자 중 예닐곱 명은 이미 파산했고요. 현재 진행 중인 사람도 있고 파산은 면했지만, 살던 집을 정리하고 더 작은 집으로 이사 간 사람들도 있고요.
사업 환경 변화로 회사가 정책을 바꾼다면 파트너들에게 사전에 방향을 제시해야지요. 그런데 정반대였죠. 본사가 같이 가자고 해서 점주들이 재투자까지 했음에도 갑자기 온라인 사업권을 박탈하고, 이에 항의하니 싫으면 '그냥 나가라'며 소모품처럼 취급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헌법소원까지 넣었습니다. 저 또한 벌써 3년째 적자 운영 중이니 폐업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도 폐업하면 이조차도 하소연 못 할까 봐, 울면서 적자 운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어떤 결론이 나도 저는 파산 신청하게 될 것 같습니다."
중년의 나이에 한때 성공한 사업가였던 아디다스 가맹점주 김정중씨, 그가 다수의 낯선 사람들 앞에서 흘리는 눈물을 보았을 때, 적어도 나는 그 눈물이 과장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의 눈물을 보기 딱 1년 전, 모 언론 기자와의 만남을 위해 방문한 아디다스의 다른 피해 점주의 표정은 그야말로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 또한 얼마 전까지 성공한 사업가로 가족과 주변은 물론 자신도 자랑스러웠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순식간에 무능한 사업가라는 오명을 쓴 채 자신은 물론 그의 소중한 가족까지 절벽 끝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디다스 피해 점주들 상당수는 수입 절벽에 몰렸고 그 중 몇몇은 파산까지 가는 재산상 큰 피해를 봤다. 그런데도 경제 질서를 감시 관리하는 정부 기관의 유의미한 도움은 받지 못하고 있다.
수년 언론에 오르내린 '쎈수학'의 피해 가맹지사장들 역시 같은 상황이다. 쎈수학 가맹점과 지사장들은 본사의 정책 변경으로 전원 폐업하는 피해를 봤다. 작년 9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피해 가맹 지사 간담회에서 증언한 전 지사장 K 씨는 대기업 출신이었다. 그는 본사의 부당한 정책과 일방적 철수로 2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일궈낸 재산과 지위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K 씨는 이번 사태로 재정적 손실을 넘어 깊은 정신적 상처를 입은 듯했다. 기업은 법 위에 있는 듯 자신을 농락하며 지위와 재산을 빼앗았고 이를 통제해야 할 국가는 방관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제 이런 인터뷰에 관심 없어요. 이게 벌써 몇 년 되었죠? 그동안 의원들이 참석하는 간담에서 호소하고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되었지만, 뭐가 달라졌나요? 본사가 처벌을 받았나요? 하다못해 그 법(현재 이들 권익 보호를 위한 일명 '가맹지사법'은 국회에 여전히 계류 중이다)이 통과되었나요? 제 사연을 주변에 이야기해 보면 모두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냐고 해요. 제가 보기에는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고 봐요. 여론을 끌 만한 소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무너지는 허리 중소상공인
평생직장이나 평생 직업을 보장하는 나라는 없다. 그렇다 해도 일반적으로 직장인이라면 수십 년의 노고에 대해 최소한의 위로와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위로는커녕 모멸을 당했고 재산까지 잃는 상황에 놓여 있다.
214년 전 독일에서 출간된 소설 <미하엘 콜하스>는 당시 오작동하는 사법 체계와 상인과 농민에 대한 귀족 계급의 폭력을 다루며 사회적 불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담고 있었다. 이는 현재 상황과 놀랍도록 유사하며 소설 속 주인공의 절규는 오늘날 피해자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법의 보호를 믿고 모은 재산을 들고 이 사회에 들어왔는데, 보호받지 못한다면 저 자신을 지키라고 제 손에 몽둥이를 쥐여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중산층'은 근대 산업 사회의 최고 발명품이라 불릴 정도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안정을 보장하는 필수 계층이다. 따라서 이들의 위기와 분노가 국가 안정을 흔드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정치인과 관료들이 하루라도 빨리 깨닫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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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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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자 6~7명은 이미 파산... 근데 반응이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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