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에는 세종보 1번 수문을 열어서 천막농성장 주변의 물이 빠졌다.
김병기
세종보 농성장이 위치한 상류 지역은 2017년 11월부터 만 7년 동안 개방 상태를 유지하면서, 4대강 본류 구간 중 강의 회복상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 이전 6년 동안, 세종보가 막혀있을 때에는 녹조가 창궐했고, 악취와 세종보 소수력발전소 소음 등으로 인해 민원이 제기되어 왔었다. 하지만 보가 개방된 뒤 녹조와 악취가 없어졌고, 소음 민원도 발생하지 않는 곳으로 회복됐다.
특히 생태계 회복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래톱과 자갈밭이 되살아났고, 세종보 담수 때에는 종적을 감췄던 수달과 수염풍뎅이,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종들이 되돌아왔다.
또 이곳은 예전에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이곳만은 지키자'로 선정했던 합강습지로부터 5km 하류 지점에 위치해 있다. 1km 상류의 하천변에 있는 '장남들'도 매년 큰고니와 큰기러기 등 멸종위기종들이 날아오는 곳이다. 세종보의 담수가 진행된다면, 이 두 곳의 습지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이곳을 지키자고 나선 것은 이런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철거시민행동은 22일 발표한 환영 논평을 통해 "2021년 1월,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 분석과 경제타당성 조사, 국민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3년 6개월의 논의를 거쳐 금강 보 처리방안을 확정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근거 없이 15일간의 서면 회의를 통해 보 처리방안을 무위로 돌렸다"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2023년 11월,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 재가동을 공언하고 나섰다. 우리는 재가동 예정일인 5월 초를 이틀 앞둔 4월 29일, 세종보 상류에 천막을 치고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고, 오늘로 177일 차다. 천막을 치던 날 어미 물떼새가 산란한 아기물떼새는, 장성하여 노래하며 농성장을 날아다닌다.
이제는 가을을 다 지나면서 쇠오리를 시작으로 겨울철새들이 쉴 자리를 찾아 금강으로 돌아오고 있다. '4대강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우리 강을 죽음에 이르게 한 4대강 16개 보 중 단 1개, 세종보 하나만이 개방되어 있다. 세종보 수문이 닫히면, 우리 강은 고스란히 12년 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당시로 돌아간다."
보철거시민행동은 이어 "정부의 자연 파괴와 생명 학살이 이 지경인 마당에, '이곳만은 지키자'는 결의는 적당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자본의 개발 광풍이 몰아치는 우리의 강과 산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하나의 망루를 더 세우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이곳만은 지킨다'는 결의를 다진다"면서 "우리는 세종보 재가동을 중단시키고 신규 댐 건설, 대규모 하천 준설 중심의 물정책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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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트러스트, 세종보 농성장 주변 '이곳만은 지키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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