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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4.10.29 11:50수정 2024.10.29 11:50
10월 말이 되면 슬슬 긴장된다. 처가와 본가 양쪽 집안에서 김장 날짜를 통보하기 때문이다. 특히 처가는 다섯 가정이 뭉쳐서 김장을 담근다. 이런 대역사가 없다. 사위가 된 첫 해,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배추가 성처럼 쌓여 있었다.
김칫소를 아무리 발라도 배추의 수는 줄지 않았다. 무너지지 않는 배추의 벽. 죽을 게 빤한데도 성벽에 올라타는 병사의 심정이 이랬을까. 그날 도합 배추 250포기를 담갔다(총각김치는 뺀 수치다). 일주일 내내 팔꿈치가 시큰했다. 관절에 새겨진 기억 탓일까. 이맘때면 마트의 알배기만 봐도 등골이 쭈뼛하다. 그러던 중 날아온 소식.
"엄마가 그러는데, 올해 더워서 그런가? 배추가 다 안 자랐대. 이 상태면 12월 첫째 주에나 김장 할 거 같다던데?"
늦어진 경기도의 김장, 이러다 새해에 겉절이 먹을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