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 퀸즐랜드 자매로드
이야기나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이후 황선우, 김하나 작가가 함께 낸 두 번째 작품으로 두 사람이 함께 한 퀸즐랜드 여행기이다. 호주 퀸즐랜드 관광청의 초대로 여행이 시작되었고 이 책을 내기 위해 많은 전문 인력이 함께한 철저하게 기획된 여행이었다고 한다. 이 책의 반은 컬러 사진이 차지하고 있다. 글과 더불어 작품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에 떠났던 여행기인데 코로나의 막바지에 출판이 되었다. 이제는 마음껏 떠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으니 지금 읽으면 딱 좋을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전히 함께 살고 있는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성향이 매우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한 사람은 미니멀리스트 또 한 사람은 맥시멀리스트라고.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 성향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한다. 그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많은 싱글 여성들이 부러워하고 꿈꾸고 있는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퀸즐랜드 자매 로드>에는 여행지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 서핑 강사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서핑 강사는 초보 서퍼들에게 '틀렸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는다. 서핑 보드 위에서 수도 없이 기우뚱하고 나자빠질 때도 절대로 지적하지 않고 러블리! 퍼펙트! 뷰티풀! 을 외친다. 그 모습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의 직업관과 삶의 신조를 읽을 수 있어서 매우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서핑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쉽다면 내 직업이 없어질걸? 일어서서 균형을 잡았으니 넌 이미 대단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지금 즐거우면 되는 거야. "
취미이든 배움이든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해내려고, 최고가 되려고 기를 쓰는 우리들에게 "너무 애쓰지 마. 그냥 즐기면서 살아.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 천천히 가자"라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듯한 메시지여서 이 에피소드에서 마음이 녹아내렸다. 삶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행복이 될 수도 불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여행이란 나 자신을 낯선 환경 속에 던져놓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러 가는 일이다.
거꾸로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나에게 최적화된 즐거움을 추구하러 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모든 일이 기대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 어떤 경험도 단정하거나 장담할 수 없다는 점, 심지어 나 자신조차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빈틈들을 기꺼이 껴안을 때
여행은 훨씬 흥미진진해진다. (67쪽)
내 안의 빈틈을 기꺼이 껴안을 때 여행은 훨씬 흥미진진하다는 말이 너무 멋지다. 책을 읽는 내내 틀에 박힌 여행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유로움을 마음껏 꺼내놓을 수 있는 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여행조차도 전투적으로 즐기려 할 때가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려고 애쓰다가 여행이 아니라 고행을 맞이했던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제는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내 안의 빈틈을 바람 소리와 햇살과 풀냄새로 채우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싶다.
그을린 살갗의 색에는 그곳에서 배운 낙관이, 여유가, 느린 속도와 타인에 대한 포용력이 나에게 일으킨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 그 힘으로 당분간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워하며 가끔 돌아갈 것이다. 평생 기억할 것이다.
여행이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일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색깔을 조금씩 바꿔놓는 경험이라면,
그건 퀸즐랜드주의 햇살 같은 것이 오래 남아 우리 안팎을 밝히기 때문이다.(231쪽)
이 책에서는 여행을 '정신을 다시 젊게 만드는 샘'이라고 표현한다.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대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행 뒤에 돌아온 현실은 또다시 각박할 수도 있고 숨 쉴 틈 없이 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느꼈던 경험들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곱씹으면서 우리는 또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퀸즐랜드 자매 로드>를 통해 우리 삶에서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았고, 여행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기억해 내 또다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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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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