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나의 돈키호테
나무옆의자
<불편한 편의점>으로 대박을 친 김호연 작가가 지난 4월 신작 소설 <나의 돈키호테>로 돌아왔다. <불편한 편의점>에 대한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2편이 연이어 출판되었고 2편 역시 독자들의 마음에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김호연 작가가 또 어떤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와 바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렸다. 결국 독자들은 <나의 돈키호테>와 조우했다.
2023년, 대전에는 비디오 대여점 <돈키호테 비디오>가 있었다. 그 시절 몇몇 아이들의 아지트였던 비디오 가게의 주인은 영화감독을 꿈꾸던, 유난히 아이들에게 다정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돈 아저씨'라고 불렀다.
아이들은 함께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떡볶이도 먹고 가끔은 과외도 해주는 아저씨가 있는 이곳을 놀이터처럼 드나들었다. 그곳에서 꿈을 꾸고, 꿈을 응원하고, 꿈을 향해 모험을 떠났다. 아이들과 돈 아저씨는 '라만차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추억을 쌓아 갔다.
그 시절 <돈키호테 비디오>에 대한 추억을 뒤로한 채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2018년 가을, 라만차 클럽의 멤버였던 피디 진솔이 자신이 기획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린 후 고향 대전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피디 경력을 살려 유튜브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를 개설한다. 노잼도시 대전을 소재로 한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갑자기 사라져버린 '돈 아저씨'의 행방을 찾아 나서는 콘텐츠로 유튜버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과거 돈 아저씨가 '라만차 클럽 아미고'라고 불렀던 비디오 가게 단골 친구들의 도움으로 아저씨의 행방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길고 긴 모험 끝에 결국 돈 아저씨와 재회하고 그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누가 알아준다고 모험을 떠나는 건 아니란다.
나만의 길을 가는 데 남의 시선 따윈 중요치 않아.
안 그러니 솔아?(47쪽)
돈키호테를 그리고 돈 아저씨를 찾아가는 여정에 독자들도 직접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저씨를 꼭 찾게 되기를... 책을 읽는 내내 간절히 바라게 된다. 아저씨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지고, 그의 안위를 빌게 된다. 아저씨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가슴속에 품고만 있던 추억 속 비디오를 재생하게 된다. '어른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느라 잊고 지냈던 '아이다움'을 소환하게 된다. 그리고 행복한 미소를 머금는다.
돈 아저씨와 나, 그리고 라만차 클럽과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의 아미고스 우린 모두 친구다. 우정이란 말은 썸과는 달라서 뭉뚱그려 표현해도 곧잘 통했다. 친구가 아니었던 사람에게도 우정이란 말을 붙이는 순간 친구가 되곤 했다. 함께 꿈을 나누고 모험을 떠난 순간에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415쪽)
소설은 질문과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우리의 가장 빛났던 시절,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 시절 추억 속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우리 안의 돈키호테를 한번 찾아 나서보면 어떨까요?라고.
<불편한 편의점>의 메가톤급 성공은 김호연 작가에게 엄청난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러로서의 뚝심과 탄탄한 필력으로 독자들과 함께 떠나는 흥미진진한 모험의 서사를 완성해낸 김호연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돈키호테>는 <불편한 편의점> 이상으로 재미있다. 독자들은 또다시 김호연의 마법에 걸려들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 소설 속에서는 대전이라는 도시가 자주 언급되는데, 소설을 읽는 동안 일명 노잼도시(?)라고 알려져 있는 대전이 몹시 친근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은 성심당 빵을 매우 먹고 싶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엄연히 밥배와 빵배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 나 역시, 성심당 빵집으로 당장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은이),
나무옆의자,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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