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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또 성폭력 사건... "뭘 재발 방지한지 모르겠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

등록 2024.11.22 15:19수정 2024.11.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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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하는 김숙경 소장 10월 3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왼쪽)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 하는 김숙경 소장10월 3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왼쪽)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군에서 성폭력 사건이 또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성폭력 당한 후 신고했지만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예람 중사 사건이 있었던 공군이라 더 놀랍다. 공군은 당시 재발 방지를 약속했는데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공군 전대장은 부하인 여성 장교를 강제 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하다 피해자가 도망쳐 미수에 그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전대장은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편집자 주). 사건의 내막을 더 들어보기 위해 지난 20일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방 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달라지지 않은 공군, 집단적인 책임 통감해야"

- 10월에 공군에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잖아요. 일단 사건 개요부터 설명해 주세요.
"이 사건은 10월 24일 공군 17비행단에서 같은 전대에 소속되어 있는 전대장과 그 밑에서 일하고 있는 직속 부하 여군 사이에서 발생했어요. 직속 부하 여러 명과 회식한 후 전대장과 여군 부하가 같이 움직이게 되거든요. 같이 움직이는 택시 안에서부터 강제 추행이 발생했고 관사에 내리자마자 전대장이 숙소 가서 2차를 더 하자고 했어요. 근데 당연히 여군 부하 같은 경우 이걸 거절한다고 거절되는 것도 아니고 특히 임관한 지 얼마 안 된 초급 간부였기 때문에 전대장이 지시하는 거에 있어서 딱히 더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갈 수밖에 없는 거였어요. 그리고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완력도 개입되었던 것 같고요. 그다음에 숙소에 들어가서 2차 한다는 핑계로 강간 시도했지만 피해자가 저항했고요. 틈이 조금 발생하니까 피해자가 도망 나오면서 강간 자체는 미수에 그친 사건입니다."

- 택시 타고 갈 때 전대장과 피해자만 갔는지 아니면 다른 부하도 갔나요?
"둘만 이동했어요. 당시 주변인 진술 등을 들어보면 부하들이 전대장과 2차 가는 게 싫은 것 같더라고요. 그 자리를 빨리 끝내고 싶으니까 피해자가 전대장 데려다주고 오겠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피해자만 전대장을 데리고 숙소로 이동하게 된 거죠."

- 회식할 때는 성추행이 없었나요?
"1차에서는 없었고 1차에서 전대장이 자리를 안 끝내려니까 피해자와 피해자 주변인들이 전대장에게 '인생 네 컷' 찍고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래서 '인생 네 컷' 찍으러 갔는데 거기서 끌어안거나 하는 행위들이 확인됐고요. 이건 제가 알기로는 경찰에서 CCTV를 확보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끌어안는 행위가 영상으로 인정됐는데 이에 대해 전대장은 포즈 취하다 그렇게 된 거라는 식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 그건 택시 타기 전 일이잖아요. 그럼 다른 사람이 갈 순 없었나요?
"이건 구조를 아셔야 되는 것 같은데 피해자가 맡은 직책이나 계급을 생각했을 때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배경들이 있어요. 왜냐면 같이 동행했던 사람들도 부사관이고 피해자는 장교잖아요. 어쨌든 피해자가 그때 맡았던 보직 자체는 전대장 보좌하는 거기 때문에 가게 된 거죠."


- 도망 나와서 어떻게 했다고 하나요?
"원래 전대장을 데려다 주고, 다시 1차 장소에 와서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으니까. 기다리던 사람들이 연락도 하고 했을 거잖아요. 전대장 관사에서 도망친 후에 '부재중 전화' 떠있는 회식 참석자들이랑 주변인들에게 전화해서 '(관사 앞으로) 나와달라. 도와달라'고 울면서 전화하니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직감한 것이죠.

그런 게 있어요. 누가 정해 놓은 건 아닌데요. 부대에서 여군들에 사건이 생기면 통상 그 사건을 처음 들어주는 이들이 부대의 선임 여군들이거든요. 피해자 주변인들이 이 부대 선임 여군에게 전화해서 와달라 요청한 것이구요. 그래서 피해자가 선임 여군과 도망 나온 날 밤에 만나 어느 정도 얘기했어요. 선임 여군은 다음날 아침에 신고를 하자고 했고 그렇게 해서 신고하게 된 거죠."


"분리 조치 제때 안 이뤄져... 공군 모럴 해저드 심각"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방혜린 제공

- 2차 가해도 있었던 것 같은데 2차 가해는 어떻게 이뤄진 건가요. "
"사건이 목요일에 있었고 금요일 오전에 신고하니 비행단에서 알게 되거든요. 아주 구체적 진실은 몰라도 사고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니 성고충 상담관들이 사실관계을 확인하잖아요. 근데 기본적으로 확인 됐으면 전대장과 피해자를 얼른 분리해야 되거든요. 전대장이 원칙대로면 금요일 오후에는 사무실을 나가야 되는데 내가 토요일에 가겠다고 그래서 토요일에 이동하게 돼요.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토요일 전대장이 와서 짐만 빼고 그냥 쏙 가야 되는데 그게 아니라 토요일에 출근해서 그때 회식 참여했던 사람들 전화하거나 불러 '걔가 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느냐' 아니면 '나는 걔가 먼저 2차 하자고 해서 간 건데 너네 들었냐?'라는 식으로 마치 이 모든 일을 초래한 건 피해자 때문이라는 답변 받고 싶어서 전화 돌리거나 사람들 만나게 되거든요. 근데 주변인들은 이미 목요일 밤에 사실관계를 어느 정도 알게 됐기 때문에 전대장이 자기들에게 답변 받아서 유리하게 써먹으려고 그러는 거라는 걸 인지하게 되는 거죠.

기본적으로 부대 관리 훈령 같은 데 보면 근거 없는 소문을 유포하거나 탄원서 받으러 다니는 행위라든지 주변인들에게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 강요하는 걸 전부 다 2차 가해로 규정하고 있거든요. 전대장이 그렇게 하고 다니는 것을 군에서도 2차 가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죠. 전대장 정도 되면 그런 것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에요. 특히 공군 같은 경우 이예람 중사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전대장급 이상 되는 지휘관들이나 보직자들은 충분히 이런 점들을 인지하고 조심했었어야 되는 의무가 있었던 거죠."

-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건가요?
"분리 조치가 제때 제대로 못 이루어진 것도 있고 그다음에 분리하는 과정에서 어련히 움직이겠지라는 식으로 전대장을 방관한 거라고 해야 되나요? 근데 병사들은 절대 그렇게 안 하거든요. 전대장 사정을 많이 봐준 거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공군 측은 군인권센터 주장에 대해 "사건 접수 당일 부대 관리훈련 등 관련 법규에 따라 행위자 분리를 위한 파견 인사조치, 2차 피해 방지 고지 등 관련 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던데.
"공군이 해명한 거 보면 행위자를 분리해서 파견 조치로 2차 피해 방지 등 고지도 했다고 해요. 했는데도 어쨌든 이 일이 벌어졌다는 건 공군이 잘못했다는 걸 사실상 시인한 거 아니냐죠. 하나 마나 한 해명이에요."

- 공군은 이미 성범죄가 일어나 문제가 됐잖아요. 그게 3년 전인데 공군은 달라지지 않았단 건가요?
"구성원들은 성폭력을 개인의 일탈적 행위고 재수 없게 걸렸다고 생각해요. 이게 우리의 구조적인 문제고 이게 절대로 반복돼서는 안 되는 악성 사고로 생각 안 해요. 그러나 이예람 중사가 전쟁 나서 죽은 게 아니고 성폭력 피해로 사망에 이르게 된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거에 대해 집단적인 책임이 있다는 걸 통감을 해야 되는 건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공군의 모럴 해저드 문제가 심각한 거죠."

- 3년 전 이예람 중사 사건 나고 재발 방지하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여기쯤 오니까 재발 방지를 뭘 한 건지 모르겠는 거죠. 매번 성폭력 사고 터지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재발 대책 마련하고 피해자 권리 보호할 수 있게 노력 기울인다는 얘기를 공군이 할 얘기도 아닌 것 같아요. 심지어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때문에 군사법원법이 바뀌어버렸잖아요. 근데도 이거에 대한 심각성은 인지가 안 되는 거죠."

- 공군에서 성범죄가 일어나는 이유 있을까요?
"저는 공군이 가지고 있는 조직의 특수성으로 생각하는데, 육군 같은 경우 장교로 임관하는 사람들의 출신도 다양하고 부대에서 수행하는 업무들도 되게 다양해요. 전투 부대라고 해서 보병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보병도 있고 기갑도 있고 기계화 보병도 있는 등 다원화돼 있죠. 그러나 공군 같은 경우 핵심은 전투 비행이잖아요. 공군의 존재 자체가 전투기를 몰아서 제공권을 차지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면 파일럿과 비파일럿이 확연하게 나뉘어지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공군의 문화 자체가 파일럿이 주고 파일럿을 보좌하는 나머지 사람들이 되는 거죠.

근데 공군에서 유력 전투기를 모는 건 대부분 공사 출신 파일럿들이거든요. 이 사람들끼리의 이너서클이 너무 강한 거죠. 마치 검찰이 부패하는 거와 비슷한 원리인 거죠. 전 대장은 보직 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범죄자잖아요. 사정을 봐줄 일이 아니라는 거예요. 근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사정을 봐주기 시작하잖아요. 바꾼다고 해서 바꿔지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 이너서클은 어디나 있지 않나요?
"견제를 할 수가 없잖아요. 예를 들어서 육군 같은 경우에는 참모총장이 대부분 육사 출신이니까 비육사 출신도 참모총장 달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죠. 육사는 카운터를 칠 수 있는 것들이 많잖아요. 그리고 육사 출신이라도 모두 보병인 건 아니잖아요. 기갑 출신 장군들도 있고 장군들이 많으니까 세력 간의 경쟁이 되는 건데 공군은 전투기 탄 파일럿끼리 친하잖아요."

- 14일 충북경찰서가 전대장에 대해 첫 대면조사 했지만, 전대장은 성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 같은데.
"(전대장 입장에서) 자금은 전면 부인해야 되는 거죠. 제 말은 뭐냐면 지금 피해자가 사실관계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진술을 했잖아요. 근데 여기서 하나라도 인정하게 되면 본인은 문제 생기니까요. 근데 증거랑 그 피해자가 남겼던 진술이 너무 명확하다 보니까 지금 이렇게 전면 부인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 전면 부인한다는 것도 웃긴 일인 거죠. 자기가 뭔 잘못을 했는지 이해도 없는 상황인 거죠. 근데 지금 가해자가 돌아다니면서 계속 2차 피해를 일으키는 상황이잖아요. 지금 대면 조사에서 완전히 부인을 하는 거라면 충북 경찰서 쪽이 필요에 따라 강제수사로 전환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해요."

- 혹시 전대장은 이게 범죄라는 인식을 아예 안 하는 것 아닐까요? 누구나 하는 건데 이게 왜 범죄라는 생각으로 부인할 것 같거든요.
"문제가 불거지기 전엔 범죄라고 인식 자체를 안 한 것 같아요. 안 들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 거고요. 사건의 상세한 부분을 다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후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걔가 먼저 하자고 한 거다'라고 마치 피해자를 꽃뱀 취급하며 몰아가고 있으니까요. 이후에는 일단 부인하면서 시간 끌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직접적으로 녹음되거나 촬영되거나 목격된 건 없으니 피해자 진술을 부인하면 된다고요.

그런데 전 진실 공방으로 갈수록 모든 불리한 지점들이 전대장에게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미 초급 간부들은 공군에 대해서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린 상태잖아요. 그냥 잘못한 거라면 잘못을 인정하고 넘어가야 되는 거니까요. 근데 막 법적으로 구차하게 대응하기 시작하잖아요. 그런 것들 때문에라도 아마 한 피해자를 위해서 주변 동료분들이 많이 도와주신다든가 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아마 이 사람의 기존의 어떤 행태 등에 대해서도 제보들이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지금 피해자 상황은 어떤가요?
"지금 성폭력 피해자는 병가를 쓸 수가 있어서 지금 심리치료도 하시고 진료도 받으시는 상황입니다."

- 진료받는 게 충분한가요?
"성폭력 피해자들이 어려워하는 건 내 성폭력 피해로 인해 따라 오는 경력의 단절이나 아니면 부수적 피해가 있죠. 사건에 직접적 피해일 수도 있고 스트레스도 있고 여러 가지잖아요. 결국 피해자가 완쾌하려면 이 사건이 잘 해결되고 원활한 피해 회복 과정들을 거쳐야 되는 거니까 제일 시급한 건 어쨌든 빠른 수사를 통해 가해자에게 필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 앞으로,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뭔가요?
"일단 가해자가 나와서 대면 조사 실시했는데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기본적으로 저희가 11월 11일 면담강요죄로도 추가 고발장을 제출했으니까, 경찰이 이 사건의 심각성을 알고 빨리 움직이고 있긴 한데 지금 진술이 완전히 갈리고 있는 상황이니 추가적인 피해나 증거 인멸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가해자에 대해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신청 같은 강제 수사가 이루어져야 될 것 같고요. 그다음에 저희가 공군이 해명한 거에 대해서 반박 자료를 낸 거 외에는 별다른 답변이 있지는 않거든요. 근데 지금 2차 피해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처리 못했는지에 대해 공군 차원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 것이겠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방혜린 #공군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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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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