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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한테 연락 안 해" 확 달라진 김장 분위기

사먹기도 하고 배추 포기도 많이 줄어... 더 이상 온 가족 동원 행사 아냐

등록 2024.11.25 17:00수정 2024.11.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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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네는 언제 김장할 거야?"
"김장 안 해. 2년 전부터 김장 안 했어."


"그럼 사 먹을 거야?"
"그렇지. 좀 넉넉히 살 거야. 아들도 주고 딸도 주려고."

"뭘 사서까지 줘. 애들 입맛에 맞는 것으로 골라 사 먹으라고 하지."
"그래도 엄마니깐 한번은 사주고 싶어서."

며칠 전 친구 모임이 있었다. 요즘 김장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김장 얘기가 나왔다.
친구들 대부분 김치를 사 먹거나 김장을 해도 절인 배추를 사서 한다고 한다. 집에서 배추를 절여서 한다고 하면 "집에서 절여서 하면 너무 힘들지"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한 친구는 배추 3포기를 하면서 그것이 김장이라고 했다.

김장 문화가 변하고 있다

다듬어 놓은 배추
다듬어 놓은 배추정현순

내가 아무 말 안하고 있으니 이야기의 화살이 나에게로 왔다. "집에서 절여서 10포기 하려고" 하니 애들 나누어 주려고 그렇게 많이 하냐고 묻는다. "일부러 주려고 많이 하는 것은 아니고 맛있다고 하면 조금씩 줄 수도 있고"라고 답하면서 다만 남편이 주말농장을 하니 어쩔 수 없이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작년에는 20포기 정도 했다고 하니 모두가 놀란다. 그것도 생배추를 집에서 절여서 했다고 하니 그저 "대단한데"라고 한다.


김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 요즘은 절인 배추가 대세이다 보니 배추를 직접 절인다고 하면 조금은 민망하여 본의 아니게 입을 꾹 다물게 된다. 누가 콕 집어 김장을 절인 배추로 하냐, 직접 절여서 하냐 물어보면 그제야 대답을 한다.

이런 나처럼 생배추를 직접 절여서 김장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일 년 정도 먹으려고 15포기를 직접 절여서 김장할 거라고 했다. 며느리가 김장할 때 연락하라고는 했지만 전화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며느리가 오면 오히려 일도 더디다고 했다.


시어머니 부엌이 낯설어서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고. 틀린 말이 아니다. 남편하고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년에도 그렇게 했다고 한다. 친구들 대부분 김장 때 며느리를 안 부르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한다.

나도 며느리가 올해 "김장하실 때는 꼭 연락하세요"라는 전화가 2, 3번 왔었다. 작년에도 남편과 둘이 김장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보다 김장을 조금 하니깐 구태여 딸, 며느리까지 불러서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김장하기 이틀 전 며느리와의 통화에서도 "김장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했다. 며느리는 "배추 자르는 것은 제가 잘해요. 혹시 작년처럼 혼자 하시려고 그러시는 것은 아니시죠?" 하며 되묻기도 했다. 난 연락한다고 말하며 며느리의 생각과 마음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남편과 둘이 해버린 김장

 배추속넣기
배추속넣기정현순

그 말이 가시기도 전에 남편과 둘이 김장을 끝내 버렸다. 그 사연은 남편이 주말농장을 간다고 나가더니 갑자기 김장 거리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늦은 주말 저녁이었다. 왜 갑자기 김장 거리를 가지고 왔냐고 물으니 주말농장 사람들이 전부 김장을 하고 딱 2, 3집만 남아서 간 김에 뽑아왔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그러니 마음이 급해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집에 옮겨놓은 배추, 무 등 김장거리를 보니 심란해졌다. 차라리 얼른 해치우는 것이 속이 편할 듯했다. 올해 김장은 10포기만 할 거니깐 제발 배추를 많이 심지 말라고 봄부터 남편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나도 이젠 힘들어서 많이 못 하겠다면서.

그리고 김치 한 통이면 둘이 먹어도 거의 50일 정도 먹으니 그렇게 많이 할 필요도 없었다. 남편은 진짜 딱 배추 10포기와 무 15개를 뽑아왔다. 그중에서 배추는 배춧국 끓여 먹으려고 1포기 남겨 놨고 무도 5개는 남겨 놨단다.

김장 거리를 보니 남편과 둘이 해도 괜찮을 듯했다. 딸과 며느리에게 연락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 연락을 하지 않았다. 미리 연락하지도 않았고, 주말 저녁이니 애들도 계획이 있을 터. 연락하는 것이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살림 경력이 50년 이상이 되니 배추 9포기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거 조금 하는데 식구 모두가 고생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냥 혼자 조금 힘들고 말지.

풀어놓은 소금물에 배추를 절이고 남편은 무와 파, 갓 등을 다듬어 씻어 주었다. 오밤중에 계획에도 없던 김장을 시작하니 조금은 분주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마늘과 생강 같은 것은 미리 다 준비해놓아서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 내가 하루 잠을 좀 덜 잔다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새벽 1시에 일어나 배추를 뒤집어 놓고 잠시 소파에서 눈을 붙인 다음 새벽 5시경에 배추를 씻었다. 그다음은 남편과 함께 일사천리로 몸을 움직여 오전 10시 30분경에 김장이 모두 끝났다.

점심으로는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의 중국 음식과 와인 한잔으로 해결했다, 겨울 준비를 끝내고 나니 몸과 마음이 개운하다. 다만 이렇게 김장을 끝냈다고 하면 며느리가 섭섭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걱정이 된다. 그럼 "그래 내년에는 꼭 미리 연락할게. 내년에는 꼭 같이 하자"라고 말하면 이해해 주겠지.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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