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톳길
김병모
맨발 걷기는 계속되고 어느덧 나도 '맨발의 청춘'이다. 소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반갑고 붉게 물든 낙엽 가르며 하얀 머리 휘날리면서 자전거로 트래킹(tracking)하는 중년의 아저씨가 휙 지나간다. 이야기가 흐르는 황톳길로 간간이 새들이 못다 한 짝짓기라도 하듯 구애의 소리가 요란하다.
저 멀리 '자기야' 부르는 연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개울가 연리지(連理枝) 나무도 사랑을 나눈듯하다. 맨발로 걸으며 지나치는 사람들도 하얀 이 내보이며 인사를 한다. 필자 역시 고개가 절로 숙어 진다. 이 순간만큼은 자연이 나, 내가 자연이다.
황톳길 옆 계곡으로 흐르는 개울 물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개울 물에 뜬 낙엽들은 누구의 사연을 싣고 떠내려가는가. 개중에는 가다 말고 멈춰 선 낙엽도 있다. 원치 않는 사연을 담은 편지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 쓰다 쓰다 지운 편지도 많지 않았는가.
계곡으로 흐르는 개울 물소리가 여태 잃어버리고 지냈던 청춘을 다시 깨운다. 사실 우리 몸이 늙어가는 것이지 마음까지도 늙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소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따사로운 햇살로 황톳길을 계속 걷는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라는 말도 있다. 남의 떡만 쳐다보고 하소연한들 뭐 하겠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떡(맨발로 황톳길 걷기 같은 소소한 행복)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엄마 따라나선 아이들을 보라. 얼마나 사랑스럽고 행복해하는가.
하늘 아래 가을로 가득한 황톳길로 오색 단풍잎 밟은 소리마저 사랑스럽다. 물론 소소한 행복이 밥 먹여 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밥 먹고 살아가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힘들고 지칠 때 사랑하는 사람 손잡고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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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오마이뉴스, 대전일보 등 언론사나 계간 문학지에 여론 광장, 특별 기고, 기고로 교육과 역사 문화, 여행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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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차가워'... 맨발로 처음 걸어본 황톳길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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