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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는 겨울이 좋다, 이것만 해놓으면

[갑이네 시골살이 31] 정원 관리와 보일러, 수도 단속은 필수

등록 2024.11.27 09:13수정 2024.11.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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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된서리가 이어지고 있다. 가을의 끝자락이다. 시골살이는 겨울이 좋다. 나무와 꽃을 심기 위해 땅을 파지도 않아도 되고, 잡초 뽑는 일도 없고, 비바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유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겨울이다. 미루어 두었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삶을 되돌아보고 그려볼 수 있다. 설경을 보며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갖기 위해 겨울나기 준비를 야무지게 해야 한다.

 마당에 된서리가 내려앉다
마당에 된서리가 내려앉다 정호갑

시골살이에서 맛본 여름과 가을은 행복했다. 그 행복은 달리아였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꽃의 이름을 알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이름을 익히고, 그 이름에 따라 피워내는 달리아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하기도 했다. 그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이어가고 싶어 달리아 가꾸기에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피곤한 줄 몰랐다.


바람이 불면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세워 묶어 주고, 꽃이 시들면 바로 꽃을 따주었다. 그래야만 다른 꽃망울에서 꽃이 더 잘 올라오고 꽃도 크게 핀다고 한다. 꽃을 잇달아 피워내면서 기운을 잃지 않도록 커피 가루도 만든 거름도 듬뿍 주었다.

아침마다 정원에 나가 꽃의 상태를 확인하며, '어쩜 저렇게 맑고 깨끗할 수가', '어쩜 저렇게 화려할 수가', '어쩜 저렇게 색의 조화가 아름다울 수가', '어쩜 저렇게 꽃이 클 수가' 등등의 감탄을 연발하는 행복을 꽤 오랫동안 맛보았다.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달리아꽃 한아름을 들여보내기도 하고, 이웃과 나눔도 틈틈이 하였다. 그런 달리아가 된서리를 맞으니, 꽃과 잎이 바로 시든다. 이제 내년을 기약해야 할 순간이 왔다.

 여름 정원에 핀 달리아
여름 정원에 핀 달리아 정호갑

달리아는 추위에 약하므로 땅이 얼기 전에 캐서 봄까지 잘 보관하여야 한다. 처음 캐보는 달리아 괴근이라 불안불안하다. 괴근은 잘 여물었을까? 캐다가 달리아 괴근에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삽쇠를 들이댄다. 기대하였던 것보다 괴근이 튼튼하게 잘 자라주었다. 괴근 하나를 심었는데 신비하게도 괴근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달리아 부자가 되었다.

 된서리 맞은 달리아
된서리 맞은 달리아 정호갑

 달리아 괴근
달리아 괴근 정호갑

캔 괴근을 어떻게 보관할지 유튜브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그런데 다 다르다. 신문지에 싸서, 비닐에 싸서, 흙 속에 넣어 등등. 비닐에 넣어 보관하는 것을 선택했다. 신문지로 싸거나 흙 속에 묻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인데, 그 당시에는 비닐이 없었기에 그렇게 하였다는 말이 와닿았다.


무엇보다 가장 간편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공통된 점이 하나 있다. 한두 달 간격으로 확인하라는 것이다. 12월 따듯한 어느날 꺼내 확인해 보아야겠다. 제발 아무 탈 없이 잘 있길. 여름과 가을 내내 행복을 주었던 꽃인데 어찌 이만한 수고를 마다하겠는가?

괴근을 캐서 흙을 조심스레 털고 비닐에 괴근과 달리아 이름표를 넣어 상자에 보관했다. 그리고 달리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가진 이웃과 지인들에게 나눔도 했다.


된서리와 정면으로 맞섰던 국화도 이제 자기 역할을 끝내고 이별을 알린다. 정원의 가을을 끝까지 밝히고 책임졌던 국화이다. 된서리에도 꿋꿋하게 자기의 색을 지키며 오상고절(傲霜孤節)이란 멋을 일깨워 준 국화이다.

기특하고 고마워 국화에 다가서니 그 아래에 새싹들이 많이 올라와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햇빛을 충분히 받고 잘 올라올 수 있도록 국화 뿌리를 나누면서 거리를 조금 더 넓혀 준다. 이 기회에 이웃에게도 국화의 멋을 맛볼 수 있도록 나눔한다.

 앵두나무 가지치기
앵두나무 가지치기 정호갑

내년에 나무가 잘 자라날 수 있도록 가지치기도 해주어야 한다. 가지치기는 처음이다. 가지치기를 공부하였지만, 이론과 실제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가지치기는 과감하게 하라고 하였지만, 막상 전지가위를 드니 겁이 난다. 가지치기를 잘못하여 나무가 죽지는 않을까? 나무를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을까? 무엇을 잘라야 할지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먼저 소심하게 잔가지 몇 개를 잘라본다. 공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서로 마주치는 가지, 나무 안쪽으로 뻗은 가지를 자른다. 그리고 평행한 가지는 간격과 상태를 보고 선택한다. 그리고 나무의 자람을 예상하고 가지 끝을 잘라주어야 하는데 여기까지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단지 키만 약간 조정하는 것으로 가지치기를 멈춘다.

이곳은 산골이라 온도가 평지보다 3~4도는 낮다. 보온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먼저 야외 수도이다. 야외 수도는 부동수전(不凍水栓)으로 되어 있기에 동파 방지를 안 해도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초보 시골살이라 보험을 드는 기분으로 야외 수도를 보온재로 감싼다. 우리 정원은 겨울에 눈으로 덮여 있기에 굳이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

 남천나무 보온
남천나무 보온 정호갑

올해 정원에 어린나무를 많이 심었다. 겨울을 잘 이겨내는 나무들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불안하여 낙엽으로 덮어준다. 낙엽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가지치기한 큰 가지나 잔돌을 낙엽 위에 올려놓았다.

정원뿐만 아니라 나도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보일러 기름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집은 눈이 오면 기름차가 올라오지 못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기름통을 미리미리 채워두지 않으면 여기에서 생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겨울 준비를 마치고 나니 불현듯 김장하는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없는 살림에 김장 준비로 고민하던 모습, 김장을 마치고 난 뒤 큰 숨을 내쉬며 안도하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자랐다.

결혼한 뒤 우리집은 김장을 따로 하지 않았기에 김장하는 엄마의 모습은 잊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의 아들이라서 그런 걸까? 겨울나기 준비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놓이면서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 시골살이 초보의 겨울나기 준비는 여기까지이다.
#시골살이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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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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