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의 환자 이송 모습(자료사진).
법무부 교정본부
내가 보안과에서 수행한 업무 중 하나는 수용자 외부진료 보조였다. 수용자는 기본적으로 교정시설 내에 마련된 의료과에서 진료를 받지만, 그것으로 해소되지 않을 때는 외부 병원을 방문해서 진료를 받는다.
대체복무요원의 외부진료 보조 업무는 수용자가 외부병원 진료를 위해 교정시설 밖으로 외출할 때 수용자 호송팀에 소속되어 동행·보조하는 일이다. 외부진료를 나간 수용자가 도주하는 일이 이따금 발생하는 만큼 수용자 호송은 철저히 예의주시가 필요한 업무 중 하나로 여겨진다.
나는 호송 업무를 보조하면서 내가 가진 비폭력주의 신념과 충돌하는 순간을 종종 마주했다. 외부진료를 나가는 수용자는 수갑을 비롯한 이른바 보호장비로 몸을 결박당하고, 교도관은 총을 소지한다. 수용자의 도주를 예방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를 지켜보면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대체복무요원이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고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를 지원하는 업무는 해야 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이 생겼다.
또한 수용자가 탑승한 휠체어를 밀 것을 지시받기도 했다. 수용자는 도주할 수 없도록 몸이 휠체어에 결박된 채 이동한다. 수용자의 몸은 휠체어에 묶여있고 그 휠체어를 내가 움직인다면 수용자에게 강제력과 물리력을 행사하는 계호 업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담당 직원이 대체복무요원의 업무와 권한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당시 나는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응했지만 과연 괜찮은 것인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내가 했던 또 다른 업무는 중앙통제실 보조였다. 중앙통제실은 교정시설의 CCTV 관제실로, 영상 계호 대상으로 지정된 수용자를 카메라로 24시간 감시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94조는 '교도관'이 전자장비를 이용하여 수용자 또는 시설을 계호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에서도 전자장비를 사용한 영상 계호는 '교도관이 육안으로 하는 시선계호'를 대체한 것으로 규정한 바가 있다(2015헌마243). 그럼에도 전국의 많은 대체복무요원은 현재 중앙통제실에 배치되어 교도관이 보는 CCTV 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
나는 이 업무에 배치되기 전 보안서약서에 날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업무상 알게 된 정보에 대해서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어떤 종류의 정보에 접근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CCTV를 관찰하는 것은 수용자의 내밀한 일상을 24시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수용자가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일에서부터 옷을 갈아입고 용변을 보는 일까지 지켜보는 일이었다.
정보인권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이곳에서도 나의 신념과 충돌하는 지점을 마주했다. CCTV 영상은 그 민감성이 인정되어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도 특별하게 규제하는 정보이다. 법률에 의해 적법한 권한을 부여받은 교도관과 달리 대체복무요원은 교도관의 업무를 보조한다는 이유만으로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불특정다수 수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대체복무요원이 화재 위험을 발견하고 조치하는 사례나 자살시도를 하는 수용자를 발견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사례처럼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수용자의 사생활을 이렇게 깊숙하게 침범하는 일이 적절한지 혼란스러웠다.
이외에도 업무 수행 중에 수용자의 개인정보를 보게 되는 일도 있었다. 수용자의 주민등록번호, 범죄 내용, 질병 기록, 상담일지, 성적 지향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대체복무요원에게 노출되는 일이 잦았다.
교도관도 자신이 맡은 업무 범위에 한정하여 수용자의 개인정보에 부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하물며 대체복무요원의 경우 애초에 수용자의 개인정보를 몰라도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무상 알게 된 수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도록 개개인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부터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사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등 안전성 확보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관이라면 지켜야 할 법적 의무임에도 현장에서 이 같은 노력은 부족하다.
신념을 보장하는 대체복무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