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1월 12일 한국외대 교수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경희대?한국외대 이태원참사 간담회 사진. 좌측부터 사회자 오윤빈, 안창준(고 안지호 아버지), 사회자 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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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가 되자, 간담회 장소인 한국외대 교수회관 세미나실은 이내 30여 명의 학생들로 가득 찼다. 학내 구성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대담은 고 안지호씨 아버지 안창준씨가 참사 당일의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차분히 시작되었다. 안창준씨는 참사 당일 친구랑 이태원 핼러윈 파티에 간다는 고 안지호씨와의 마지막 대화를 나눠주었다.
"많은 인파가 몰릴 텐데, 당연히 관리하겠지 하며 크게 염려하지 않았습니다. 또 용산에서 주말마다 집회가 있는데 그러면 경찰들이 많이 동원되어 집회 관리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태원도 관리가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안창준씨는 사람 많은 데 조심히 다녀오라고 하니 별다른 말 없이 씩 웃던 딸의 마지막 미소를 생생히 기억하는 듯했다.
그러나 행정기관은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상되었음에도 사전 예방 조치를 간과했다. 6시 34분 '압사 당할 것 같다'는 첫 112 신고에도 별다른 대응 조치는 없었다. 참사 당일에는 희생자들의 시신을 뿔뿔이 흩어 놓으며 사고 수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뿐더러 책임 있는 공직자들은 사과는커녕 참사를 회피하기에 급급했고 2차 가해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이 왜 그렇게 끝나야만 했는지 참사의 원인을 찾고자 특별법 제정을 위해 삭발, 단식, 삼보일배 그리고 오체투지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안창준씨는 빼곡하게 자필로 적어오신 답변들을 토대로 질문 대부분에 담담하게 준비해 오신 답변을 해주셨다. 한 번 웃으셨다. 어릴 적 안지호씨의 모습을 회상하실 때, 딸을 뒤에 태우고 자전거를 타다가 같이 넘어진 딸이 아버님을 먼저 걱정했다던 이야기를 하시며 웃으셨다. 정확히 알 수 없는, 겪어보지 못한 슬픔이 우리에게 전해졌다.
"만약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우리 딸은 대학 졸업하고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거야."
의류학을 전공하던 고 안지호씨가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하고 스타일리스트 일을 시작했을 때도 안창준씨는 딸과 떨어질 수 없어 절대 지방 근무는 못 보낸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안지호씨는 5~6개월 동안 창원에서 숙식하며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만난 문소리 배우는 참사 한 달 뒤 열린 시상식에서 지호씨를 위한 추모의 말을 남겼다.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문소리 배우가 지호를 호명해 주었던 방송이 있었습니다. 그 지호가 저희 딸이었고요.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문소리 배우는 "너를 위한 애도는 이게 마지막이 아니야. 진상 규명이 되고 책임자 처벌이 된 그 이후에 더욱 진짜 애도를 할게"라며 지호씨를 호명했다.
참사를 단순히 기억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구조적 책임을 명확히 묻는 것이 제대로 된 애도이다. 그래야만 사고 사망자가 아닌 참사 희생자로서 안지호씨를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기억과 애도로부터 우리는 안전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안창준씨는 "대통령조차도 2022년 원전 업계 간담회에서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일할 때 사람이 죽든 말든 성과가 중요하지 안전은 무시하고 일하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공무원들에게 대통령이 나서서 안전을 무시하라고 지시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안전보다 성과가 우선시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해주었다.
참사를 기억하며, 대학에서 그리는 더 나은 미래

▲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위해 30여명이 발걸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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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어느덧 두 번째 가을을 맞았다. 참사 이후는 유가족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국가의 부재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책임 있는 설명과 대응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 공백을 채운 것은 이번에도 유가족들의 목소리와 행동이었다. 사랑하는 이들이 왜 목숨을 잃었는지 알고 싶다는 절박함과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유가족들은 이번 대학 연속 간담회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함께해 주었다.
안창준씨는 다른 사회적 참사를 겪은 이들과의 연대에 대한 질문에 "참사 이후 짧은 시간이 지나자 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유가족들과는 그런 제약 없이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라는 말을 전했다. 재난 참사의 회복은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서 시작된다. 피해자를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전통적인 틀을 넘어, 그들의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우리 사회의 안전을 향한 길을 함께 걷는 분명한 연대의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녀는 아폴론으로부터 예언 능력을 선물받았지만, 그의 구애를 거절해 사람들이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게 되는 저주에 걸린다. 결국 그녀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트로이는 멸망하는 최후를 맞는다.
예방 조치는 미래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예방이 얼마나 필요하며 얼마나 옳은지는 증명하기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유로 예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비난받기도 한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국가 안전시스템의 쇄신을 역설하는 참사 피해 유가족들이 바로 우리 시대의 카산드라가 아닐까.
개인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공감을 넘어선 통감이다. 타자의 슬픔을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해 남의 슬픔을 나의 슬픔처럼 아파하는 진정성, 통감이 사회의 밑바탕이 되어야 우리 사회의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참사로 인한 죽음에 우리가 진심으로 통감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봤을 때 비로소 개혁, 제도적 변화, 안전의 구축이 가능하다. 그 첫걸음이 바로 사회적 용기인 연대이다. 기획 단원들이 준비하고 진행한 이번 간담회가 대학에서 참사를 다시 이야기하고, 이후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기를 바란다.

▲ 간담회 참여자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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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배우가 호명한 딸의 이름,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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