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평촌 등 13개 구역 3만6천가구 먼저 재건축한다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내 13개 구역 3만6천가구가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는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연합뉴스
재건축 선도지구 13개 구역 3만6천가구가 선정됨에 따라 1991년 최초 입주한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이 33년 만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국토교통부가 27일 결과를 발표한 선도지구 공모에 신청이 몰린 건 '속도전'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정부는 선도지구의 재건축 착공 목표를 윤석열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으로, 입주는 2030년으로 잡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기에 선도지구로 선정돼야 추진 동력이 확보되며, 이후에는 상황 변화에 따라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주민들 사이에 생기며 무려 15만3천가구가 선도지구에 신청했다. 이는 정부가 정한 기준 물량인 2만6천가구의 5.9배, 최대 물량인 3만9천가구의 3.9배에 이른다.
선도지구로 지정되고자 하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열망이 워낙 뜨거워 주민 동의율보다는 공공기여, 주차대수 확보, 참여 가구 수 등 다른 요인이 당락을 갈랐다.
하지만 벌써부터 분담금 폭탄으로 요약되는 분담금 폭탄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1기 신도시 단지들은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해 추가 공공기여를 약속하고 이주대책에 쓰일 임대주택 비율을 최대한 높게 써내는 등 공격적인 제안을 했다. 모두 사업성을 갉아먹고 분담금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용적률에 따른 사업성 차이로 '추가분담금 폭탄'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재정비 기준 용적률(아파트 기준)은 ▲ 분당 326% ▲ 일산 300% ▲ 평촌 330% ▲ 산본 330% ▲ 중동 350%다. 일산은 다른 지역보다 기준 용적률이 낮아 주민들이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2026년 선도지구 단지들의 이주가 시작돼야 하기에 국토부는 다음 달 선도지구를 포함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대책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2027년 착공'이 무리한 계획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는 가운데 국토부는 이날 '철거'도 착공으로 간주하겠다는 기상천외한 입장까지 내놨다.
정비사업장은 지금도 온통 소송 중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들이건,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 아파트들이건 간에 재건축이 고난의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정비사업에 돌입한 수많은 조합들이 공사비 등을 이유로 소송 중이라는 사실이 그 증거 중하나다.
국토교통부가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도권 전체 정비구역 554곳 중 무려 103개 구역이 소송 중이다. 서울은 419곳 중 81곳(19.3%)이 소송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한 총 32건의 분쟁을 조정하는 데 평균 548일이 걸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비사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늘어나고 있다. 전국 정비사업의 추진 단계별 기간을 분석한 결과 2020년에는 정비구역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13.7년 소요됐으나 최근에는 이 기간이 15.59년으로 1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사업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마련이다.
재건축 악재만 가득한 시장상황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소유자들 입장에서는 분담금을 내지 않거나 최대한 적게 내고 새집을 갖는 것이 지고의 목표다. 그게 가능하려면 땅값이 비싸고(입지가 좋다는 의미다),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전가시킬 수 있는 일반분양분이 많아야 하며, 가급적 분양가를 높여야 하고,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일반분양이 완판되어야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강남4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나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등 입지가 좋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어야 정비사업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공사비가 폭등하거나 금리가 높거나 부동산 시장이 대세하락 국면에 진입했거나 계획보다 사업이 지체되는 건 굉장한 악재들이다. 분담금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장상황은 녹록지 않다. 강남이나 용산에서도 공사비 분쟁 등으로 인해 정비사업이 지체되는 마당인데 가능하다고 해서 함부로 재건축 사업에 뛰어드는 만용을 부리면 정말 곤욕을 치를 수 있다. 공사비는 올라갈 일만 남았고, 금리도 떨어지기 어려우며, 국민경제는 첩첩산중이고, 부동산 시장은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돌입했다.
압구정 등의 최상급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입지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길은 퍽 험난할 듯 싶다. 적어도 재건축이 과거와 같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사실쯤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소유자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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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국토부 입장...재건축, 과연 축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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