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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드림' 가지고 왔지만... 이제는 조금 더 살고 싶다는 것 밖에 없어요"

이주노동자들, 외신기자들에게 이주노동 인권 실태 등 증언해

등록 2024.11.29 17:48수정 2024.11.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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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라운지에 세 명의 이주노동자가 외신기자들 앞에 앉아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은 27일 프레스센터에서 커피브리핑:'이주노동자로부터 직접 듣는다'를 개최했다. 이 브리핑에는 발언자로 크리스, 티페, 로이씨가 참석했고, 전문가로는 고기복 대표, 김이찬 대표, 류현철 작업환경의학전문의, 우다야 라이 위원장, 최정규 변호사가 참여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은 27일 프레스센터에서 커피브리핑:'이주노동자로부터 직접 듣는다'를 개최했다. 이 브리핑에는 발언자로 크리스, 티페, 로이씨가 참석했고, 전문가로는 고기복 대표, 김이찬 대표, 류현철 작업환경의학전문의, 우다야 라이 위원장, 최정규 변호사가 참여했다.이건희

공공형 계절근로자로 입국했지만, 인신매매 피해자 판정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크리스씨는 지난 5월 계절근로 비자(E-8)를 받아 한국에 입국한 필리핀 국적의 이주노동자다. 크리스씨는 안성의 고삼농협과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통역을 제공한 브로커 '미스터 홍'이라는 사람에게 매달 62만 원이 자동이체 되도록 서명을 강요 받았고, 실제로 급여통장에서 62만 원이 자동이체 되었다.

급여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자동이체 되어 버리자 이에 부담을 느낀 크리스씨가 급여일에 모든 현금을 인출해 버리자 브로커 미스터 홍은 크리스를 조기귀국 시키겠다며 위협했다. 현재 크리스씨는 인신매매방지법에 따른 '인신매매피해자'로 인정받아 법무부에서 '인도적 체류허가(G-1)비자'를 받아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은 27일 프레스센터에서 커피브리핑:'이주노동자로부터 직접 듣는다'를 개최했다. 이날 브리핑은 이웅비 기자(BBC)의 진행과 통역사 강구현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은 27일 프레스센터에서 커피브리핑:'이주노동자로부터 직접 듣는다'를 개최했다. 이날 브리핑은 이웅비 기자(BBC)의 진행과 통역사 강구현의 통역으로 진행됐다.이건희

발언을 이어받은 테피씨는 4년 전 고용허가제 비자(E-9)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캄보디아 국적의 이주노동자다. 테피씨는 충남 부여의 한 농장에서 수박, 토마토, 상추 등 야채를 재배하는 노동을 했다. 숙소는 농지 수로 위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며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동절기에는 8~9시간씩, 이외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일 11시간씩 일했다.

테피씨는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급여는 하루 8시간 기준으로 받았다. 연장수당 지급을 요구하자 사장은 줄 수 없다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화를 냈다.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하자 사장은 동의서에 서명을 해주는 대가로 200만 원을 요구했다.

테피씨는 현재 약 2900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해 조사 중에 있다며, ▲왜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노동조건이 나빠서 사장에게 문의하면 되려 협박을 당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지, ▲한국의 고용노동부는 왜 사장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속이고 협박하도록 방치하는지, ▲'국 정부가 매년 수만 명의 이주노동자를 농업노동분야에 독점적으로 알선하면서 아무런 규제도 조사도 하고 있지 않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한국 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금속 그라인딩 일을 하며 하루 8시간 이상 쇳가루를 마실 수밖에 없었는데, 회사에서는 면마스크만을 제공했다. <면마스크와 작업환경(사진 로이씨 제공)>
금속 그라인딩 일을 하며 하루 8시간 이상 쇳가루를 마실 수밖에 없었는데, 회사에서는 면마스크만을 제공했다. <면마스크와 작업환경(사진 로이씨 제공)>이건희

마지막 발언자 로이씨는 2011년 고용허가제 비자(E-9)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해서 일하다가 귀국 후 다시 같은 비자를 받아 한국에 재입국한 방글라데시 국적의 노동자다.

로이씨는 2021년 2월 고용노동부의 알선을 받아 경기도 안성의 한 농기계 제조 업체에 입사했다. 입사 전·후 받은 건강 검진에서 건강 상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금속 그라인딩 일을 하며 하루 8시간 이상 쇳가루를 마실 수 밖에 없었는데, 회사에서는 면마스크만을 제공했다.


결국 로이씨는 2021년 9월경에는 호흡곤란 증세가 심해서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들었지만 일을 쉴 수는 없었다. 2021년 12월이 되어서야 안성성모병원을 찾았고, 2021년 12월 서울 삼성병원에서 '간질성 폐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아 폐수술을 받았다. 로이씨는 폐기능의 40%를 잃은 상태다.

방글라데시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산재 신청을 하였지만, 회사에서는 노동자와 대사관 담당자에게 이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는 2024년 9월 로이씨의 산재를 최종 '불승인' 했다. 로이씨는 현재 산재불승인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법무부는 임시체류(G-1) 비자를 부여하지 않고 '출국유예' 처분을 한 상태다.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는 이에 대해 농어업 분야의 경우 상당수가 사업자등록증 없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어, 고용노동부에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사업자등록이 없는 사업장에 수만 명의 이주노동자를 알선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는 이에 대해 농어업 분야의 경우 상당수가 사업자등록증 없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어, 고용노동부에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사업자등록이 없는 사업장에 수만 명의 이주노동자를 알선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이건희

'사업자등록증 없이 해외 노동자 고용' 문제 지적

대만언론의 한 기자는 테피씨의 경우 임금체불을 당한 농장이 '사업자등록'도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사업자등록도 없이 해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는 이에 대해 농어업 분야의 경우 상당수가 사업자등록증 없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어, 고용노동부에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등록이 없는 사업장에 수만 명의 이주노동자를 알선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로이씨의 경우에 있어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전에 해당 사업장에 작업 환경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추가로 물었고, 이에 대해 류현철 작업환경의학전문의(재단법인 일할환경건강센터 이사장)는 그런 절차는 없다고 답했다.

AP통신의 한 기자는 현재 이주노동자 제도가 느슨하고 무책임한 측면이 있는데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 있는지 물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주노조)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사업주의 권리만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유지하려 한다며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각기 다른 배경에도, 똑같은 시스템의 희생자"

가디언지에 기고하고 있는 한 기자는 '오늘 발표하신 세 분 모두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똑같은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었다'며, '한국에 오기 전에 어떤 꿈을 꾸었는지,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지' 물었다.

 로이씨는 한국에 오기 전에 어떤 꿈을 꾸었느냐는 물음에 '지금은 조금 더 살고 싶다는 꿈 밖에 없다'고 답했다.
로이씨는 한국에 오기 전에 어떤 꿈을 꾸었느냐는 물음에 '지금은 조금 더 살고 싶다는 꿈 밖에 없다'고 답했다.이건희

로이씨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가정형편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한국에서 잠시 일하고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그런데 이거 폐병이 생겨, 지금 내 꿈 끝났어요. 조금 더 살고 싶어요. 이거(폐병) 완전히 안 낫는 디지즈(병)이니까 오래 못 살아요. 그래서 조금 더 살고 싶어. 이거 밖에 꿈이 없어요."

테피씨는 하루 하루가 힘들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크리스씨는 필리핀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잘못된 브로커 시스템의 착취 고리가 끊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매년 십수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입국하고 있다. 하지만 그 코리안드림은 '조금만 더 살고 싶다'는 '절규'로 바뀌고 있다.

류현철 작업환경의학전문의는 '한국사회의 필요에 의해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 배제와 비제도적 차별에 대해 한국 사회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이제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한국 정부가 실효성 있는 답변을 내놓을 차례다.
덧붙이는 글 이건희 기자는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파이팅챈스 블로그에 함께 게재합니다.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계절근로 #법무부 #외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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