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상담사 자격증
이혁진
이어 은퇴자의 노후설계와 재취업을 알선하는 전문기관에서 비정규직이지만 10년을 상담했다. 이때 교사, 공무원, 은행원, 군인, 대기업 등에서 30년 내외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사람들을 다수 만났다. 여건은 다르지만 대부분 연금과 퇴직금으로 노후생활은 어느 정도 준비된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이들 중 상당수는 은퇴생활을 하면서 무보수 자원봉사보다 약간의 수입이 보장되는 일을 찾았다. 부족한 수입을 벌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예전의 열정과 의지가 사라져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했다.
반면에 은퇴라는 말이 무색하게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교감으로 퇴직한 분은 수령하는 연금이 상당한데도 오피스텔 건물을 관리하는 일을 6년간 계속하고 있었다. 풍족한 노후에도 일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매일 출근해서 할 일이 있으니 건강도 지속된다. (일이 있으니) 나이 들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라고 하셨다.
대기업에서 퇴직한 한 분은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는데,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는 기름값과 점심값을 제외하고 한 달 200만 원을 벌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요즘에도 어쩌다 그를 만나면 삶의 여유마저 느낀다.
한편 교직에서 은퇴 후 경로당을 찾아 자기 돈을 써가며 말벗이나 재능을 바쳐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여성도 있었다. 그는 남편과 함께 불우한 이웃과 청소년들까지 돌보고 있다. 이처럼 비슷한 연금을 받으면서도, 경제기반과 다르게 은퇴생활자들의 가치관은 천태만상이었다.
이들 은퇴자들을 상담하고 일자리(자원봉사 포함)를 연계하고 지켜본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으며 내게 진한 감동과 영감마저 전해주었다. 내가 이제는 이모작이 아니라 다모작 인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은퇴 후 어떤 일이든 꾸준히 계속하는 사람들에게 소위 '잡 크래프팅'이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일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일류 셰프는, 자신이 레시피로 단순히 요리를 만든다는 식의 차원을 넘어 '나는 고객에게 특별한 맛과 서비스를 선물하는 사람'이라는 사명감을 지니고 있다.
기적의 삶을 기대하며 '통크족' 소박한 꿈 세워
그런데 노후설계 전문가로 인정받을 즈음 또 암이 발목을 잡았다. 2022년 봄 20년 만에 또 다른 암이 발병했다. 이번에는 두경부암, 신장암과 방광암이다.
기존의 세 개암을 포함하면, 모두 6개암이 내 몸에 있는 것이다. 이에 지금은 모든 일을 정리하고 투병하며 또 다른 기적을 바라고 있다(3개암은 현재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로 흔적은 남아 있으나 치료가 끝났고, 지금 앓는 3개암은 크기가 줄어들고 있어 이를 2개월마다 추적검사하면서 상황에 따라 항암주사를 맞을 예정이다).
돌아보면, 내가 갑작스럽게 조기 은퇴하게 되면서 아내 또한 풍랑에 휘말렸다. 항암에 투병까지 겹치면서, 자기 인생을 살 수도 없이 가족을 위한 희생만 강요받았던 게 아닌지. 하지만 그럼에도 아내는 남편인 내 알량한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주었다. 내가 늦게라도 아내 말에 순종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고 없이 은퇴를 맞고 오랜 병환까지 겹치면서 생활이 경제적으로 풍족할 리 없었다. 수입은 별반 없고 내 치료비로 거의 나갔다. 아내는 몸이 아파 식당일을 10년 만에 접었다. 이후 생활비를 더욱 줄여야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흑자인생'은 28세부터 시작해 60세 이르는 약 33년이라고 한다. 근로소득이 소비를 초과하는 시기를 말한다. 이점에 비추면 나는 은퇴전후 모든 기간을 소득보다 소비가 많은 '적자인생'을 산 셈이다.
그럼에도 생이 허락하는 한 통크(TONK)족으로 사는 소박한 꿈을 세웠다. 통크족(Two Only No Kids)은 자식들에게 부양받기를 거부하고 부부끼리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현재 부부 둘 다 합쳐 100만 원도 안 되는 국민연금과 약간의 월세수입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그 외엔 일정한 고정수입은 따로 없다. 나는 경제적으로 부족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정도에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더 이상의 과욕은 사치라 생각한다.
은퇴 이후 노후상담과 다양한 은퇴생활을 접하고 깨달은 교훈 역시, 은퇴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후에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만큼 고령사회 인생 후반에는 비경제적 변수도 많다는 것이다. 다음 편 기사에서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은퇴생활을 언급하고자 한다.

▲ 노후에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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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해고와 항암... 생활은 어떻게 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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