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응에 '진심'인 김동연 "선제적으로 돈 써야 할 때"

[분석] 폭설 피해에 301.5억 원 긴급 지원, 취약계층 보호 우선... '외출 자제' 오세훈과 대비

등록 2024.11.30 07:33수정 2024.11.3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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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의왕시 소재 도깨비시장에 방문해 폭설 피해 현장 확인 및 점검,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의왕시 소재 도깨비시장에 방문해 폭설 피해 현장 확인 및 점검,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경기도

"힘든 사람들일수록 (위기 상황에서) 더 취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117년 만의 11월 집중 폭설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오전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나서며 한 말이다.

김동연 지사의 재난 대응 기조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 지사는 재난 상황에서 도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선제적 대응, 원활한 소통을 강조했다.

특히 "경기도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빈틈없이 대응하겠다"면서 재정을 아끼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취약계층 보호에 중점을 두고,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재난에 대비해 재난 대응 패러다임의 변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포괄적인 재난 대응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 거나 "노약자와 어린이는 외출을 자제하고, 노후 주택 거주자는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하는 수준에 머문 오세훈 서울시장과 대비되는 행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오전 경기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폭설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오전 경기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폭설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경기도

'선제적이고 신속한 대응'

김동연 지사는 이번 폭설이 예고된 지난 26일 밤 10시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 발령에 이어 27일 오후 2시 비상 2단계, 같은 날 오후 10시 비상 3단계로 격상하는 등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처를 했다.


특히 김 지사는 재난 상황에서 "빨리빨리"를 강조하며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응을 중요시했다. 김 지사는 28일 오전 재난안전대책본부 CCTV 영상을 통해 제설 작업이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몇몇 지역을 확인한 뒤, 그 자리에서 "시군별로 제설제가 여유 있는 데하고, 없는 데하고 서로 지원할 수 있도록 매칭해주라"고 지시했다.

이종돈 경기도 안전관리실장이 "군포시가 제설제가 부족해서 고양시하고 김포시를 매칭해줬다"고 보고하자, 김 지사는 "(추가적으로도) 여유 있는 시군에서 급한 데로 빨리 지원을 해주도록 하라. 빨리해야 한다"고 거듭 '빨리빨리'를 주문했다. 김 지사는 또 "전기나 상수도도 상황을 쭉 파악해서, 필요한 경우 시군보다 도가 한전 등에 (지원을) 얘기하면 좀 낫지(빠르지) 않겠느냐"고도 말했다. 김 지사는 신속하고 선제적인 제설 작업을 위해 경기도와 시군, 유관기관의 유기적인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김동연 지사는 지난 7월 집중호우로 평택시 세교동 세교지하차도가 침수되자, 빠른 복구를 위해 경기도가 올해 초 도입한 다굴절무인방수탑차를 현장에 투입했다. 다굴절무인방수탑차는 침수 현장에서는 탑재된 대용량 펌프를 긴 팔에 걸고 수중에 담가 물을 퍼낼 수 있다. 국내에는 전라남도에도 배치돼 있지만 경기도 도입차는 펌프, 팔 길이 등이 완전히 개량된 전국 최초 모델이다.

당시 올해 처음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3단계 대응을 지시한 김동연 지사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필요시 선제적 대피를 실시하고, 재난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 주의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의왕시 소재 도깨비시장에 방문해 폭설 피해 현장 확인 및 점검,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의왕시 소재 도깨비시장에 방문해 폭설 피해 현장 확인 및 점검,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의왕시 소재 도깨비시장에 방문해 폭설 피해 현장 확인 및 점검,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의왕시 소재 도깨비시장에 방문해 폭설 피해 현장 확인 및 점검,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경기도

'재정의 적극적 활용'

김동연 지사는 지난 28일 '눈과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지금 이럴 때가 돈을 쓸 때다. 재정을 아끼지 말고 제설제, 제설 장비를 확보하고 (도의)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해 만전을 기하고, 만반의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다. 김 지사는 SNS에 올린 글에서도 "경기도는 '눈과의 전쟁'이라는 비상한 상황에 더 이례적이고 적극적이며 특별한 대응을 하겠다"면서 "재난관리기금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도 신속하게 활용하겠다. 지금이야말로 선제적, 적극적으로 재정을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경기도는 신속한 재난 피해 복구를 위해 총 301.5억 규모의 재정 지원을 긴급 결정했다.

먼저, 시급한 제설 작업과 응급 복구를 위해 재난관리기금 73.5억을 31개 시군에 일괄 지급한다. 1차 교부된 재난관리기금은 필요한 제설제, 제설 장비, 유류비, 응급 복구비 등 장비와 물품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폭설로 발생한 이재민, 일시 대피자, 정전 피해자 1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8억 원 규모의 재해구호기금이 지급된다. 경기도는 추가로 집계하는 피해에 대해서도 지속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매년 폭설 등 재해 피해 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금융지원을 위해 별도 편성된 '재해 피해기업 특별경영 자금'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경기도는 올해 지원 규모를 당초 50억에서 최대 200억 원으로 확대해 지원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재난본부장과 함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재난본부장과 함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저녁 집중호우로 침수된 경기 평택 세교동 세교 지하차도를 찾아 복구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복구 현장에는 경기도에 올해 초 1대 도입된 다굴절무인방수탑차가 투입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저녁 집중호우로 침수된 경기 평택 세교동 세교 지하차도를 찾아 복구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복구 현장에는 경기도에 올해 초 1대 도입된 다굴절무인방수탑차가 투입됐다.경기도

'취약계층 보호 우선'

김동연 지사는 이번 폭설 대응에서 "인명사고는 사전에 막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대설에 취약한 비닐하우스, 노후시설 등 취약거주시설물 거주민에 대한 긴급대피 조치를 최우선으로 실시했다. 도내 비닐하우스 거주자는 2,700동에 5,500여 명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대설로 인해 거주지에서 대피가 필요한 도민이 인근 모텔 등 숙박시설을 이용할 경우 숙박비와 식비를 경기도 재해구호기금에서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숙박비는 1일 7만 원, 식비는 1식 9천 원까지 지원된다. 28일 오후 기준, 주거용 비닐하우스 등 취약 시설물에서 대피한 일시 대피자와 이재민 51세대 82명에 대해 숙박비와 식비가 지원됐다.

앞서 김동연 지사는 지난 6월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 31명 전원에게도 최대 550만 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했다. 사회적 참사를 당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긴급생계안정 지원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첫 사례다. 사고 피해자 대부분이 일용직이거나 이주노동자 신분으로 당장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통상 산업재해 판단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 조처다.

후에 김동연 지사는 "전례가 없다"는 관련 부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나는 무엇을 바랄까"하는 마음으로 유가족과 피해자에 대한 긴급생계비 지원을 논의했다고 회고했다. 도지사 취임 한 달 후인 2022년 8월 발생한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보고, 생활고를 겪는 도민 본인이나 이웃이 연락해서 상담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긴급복지 핫라인(010-4419-7722)'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9일 오전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에 방문해 폭설 피해 현장 확인 및 점검,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9일 오전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에 방문해 폭설 피해 현장 확인 및 점검,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경기도

'종합적-현장 중심 피해 대응'

김동연 지사는 폭설 대응에 있어 제설 작업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에 피해를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대한 실태조사 및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주문했다. 재난 이후의 경제 회복까지 고려한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접근 전략이다.

특히 김동연 지사는 재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지시하는 등 현장 중심 대응에 나섰다. 김 지사는 28일 오후 폭설로 구조물(아케이드)이 붕괴한 의왕시 도깨비시장을 찾아 피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복구지원을 약속했다. 밤새 내린 눈, 특히 습설로 인해 시장 아케이드가 이날 새벽 무너져 내리면서 도깨비시장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았고, 복구가 늦어지면 생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동연 지사는 시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붕괴 사고에도 불구하고 영업 중인 상인들에게 "힘내십시오", "저희도 힘 보태겠습니다"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최대한 빨리 상인분들이 영업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 필요하면 '재해구호기금'을 써서라도 빠른 시간 내 복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29일에는 경기도의회 여야 의원들과 함께 폭설로 지붕이 무너진 안양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피고 상인들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관계자들에게 △습설로 인한 붕괴 우려 구조물 등 위험지역 순찰 강화 △해빙에 따른 누전 등 전기화재를 대비한 전통시장 예찰 활동 강화 △농축산 농가의 피해시설물 철거 및 폐기 비용 지원 등을 추가 지시했다.

29일 오전 기준,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농지 42ha, 축사 983개소 등 농축산 농가 피해가 확대되고 있어, 경기도는 피해시설물 철거, 농산물 및 가축 폐기 지원 등을 위한 복구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예비비를 투입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도 "지금은 (필요한 조치를 위해) 돈을 써야 할 때"라면서 "도민 안전과 소상공인·중소기업 피해 복구를 위해 모든 가용 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가 이번 폭설 대응에서 "재정을 아끼지 말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조치는 도민에게 '안전을 보장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준다.

지난 6월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현장으로 달려간 김 지사가 현장지휘자가 있음에도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통해 재난 업무 담당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을 끌어내고,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재난 상황에서 지도자의 단호하고 선제적인 판단과 행동이 필요한 이유이다.
#김동연 #폭설 #경기도 #오세훈 #화성아리셀화재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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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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