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치떼가 떼로 몰려 다닌다. 더 어린 녀석들은 너무 빼곡해 강바닥이 안 보일 정도다.
정수근
강바닥이 거대한 바윗돌이고, 그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가는 터라 강바닥이 위에서 그대로 훤히 보이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그 낮은 물길 위에 물고기떼가 몰려 다닙니다.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많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누치떼입니다. 잉어와 비슷하지만 둥글넓적한 잉어와 달리 길쭉한 생김새를 지녔는데, 그들을 이렇게 많이 본 건 처음입니다. 간간이 강준치 같은 물고기떼도 보이긴 했지만 누치가 가장 많았습니다. 강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너무 많아서 무슨 '징조'라도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play
▲ 팔현습지 누치떼 ... 물 반 고기 반 팔현습지의 누치란 물고기 떼입니다. 어찌나 많은지 물 반 고기 반이란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배로 휘뜩휘뜩 뒤집어서 허연 배가 드러나면서 반빡반짝 해서 불꽃놀이라도 하는 것 같은 진기한 풍경입니다. ⓒ 정수근
아닌 게 아니라 이곳 팔현습지에는 개발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미 '수성패밀리파크'란 공원에 '수성파크골프장'이라는 27홀 규모의 큰 파크골프장과 인공 꽃밭 같은 정원도 만들어둔 상태입니다. 이미 인간 편의시설이 많이 들어온 이곳에 8미터 높이의 보행 탐방로 사업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야트막한 두 산이 강과 만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산이 붙어있으니 그 산이 제방 역할을 해서 제방이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곳을 무제부 구간이란 합니다. 제방길이 없으니 "길이 끊어졌다" 생각하는데, 이건 인간편의의 발상입니다. 그 끊어진 길을 잇겠다면서 무제부 구간 산지 바로 앞을 따라서 높이 8미터에 길이 1.5킬로미터에 이르는 보행 및 자전거 전용 탐방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입니다.
팔현습지에 부는 개발 바람... 탐방길로 '숨은 서식처' 망치겠다는 환경부
하지만 팔현습지가 팔현습지로서 기능을 해올 수 있었던 건 이런 무제부 구간의 특징 때문이었습니다. 산과 강이 연결된 구조, 즉 야생의 존재들이 산과 강을 오가면서 살 수 있습니다. 또 이 공간은 사람 발길이 드물어 원시 금호강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팔현습지는 야생동물들의 주된 서식처, 즉 그들의 집입니다. 야생동물들이 인간 개발을 피해 마지막으로 숨어든 그들의 유일한 집인 것인데, 이런 곳을 생태학적 용어로 '숨은 서식처(Cryptic habitat)'라 합니다.

▲ 팔현습지의 명물인 왕버들숲. 이곳 또한 팔현습지의 야생의 존재들이 터전을 삼아 살아가는 그들의 숨은 서석처로 기능을 하는 공간이다.
정수근
야생동물들에게 '숨은 서석처'는 반드시 지켜줘야 할 공간입니다. 2킬로미터 상당의 이 구간에 금호강 대구 구간 42킬로미터 전 영역에서 존재하는 14종(환경부 조사)의 법정보호종보다 더 많은 19종(대구환경운동연합 조사)의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이 사는 이유입니다.
이런 곳에 산 바로 앞을 따라서 8미터 높이의 산책로를 만들겠다는 것이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계획입니다. 멸종위기종과 같은 법정보호종 야생생물을 보호하고 그 서식처를 지켜야 하는 환경부가 그들의 서식처를 파편화해서 망치게 되는 토건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모순된 이 사업을 일부 대구 수성구 주민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끝까지 밀어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사는 수성구 시지와는 6~7킬미터나 떨어져 있는데 그곳 주민들이 이곳까진 산책을 온다는 가정하에 말입니다.
게다가 이곳에서부터 연결하고자 하는 동촌유원지까지는 '강촌햇살교'라는 교량과 강 건너로 잘 닦여진 산책길과 자전거길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갈 때 새로 놓이는 직선길(탐방로)과 강 건너로 가는 기존 길과는 걸어서 고작 5분 차이요, 자전거로는 1분 차이입니다. 이런 사업을 굳이 공사비 150억 원을 들이고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망치면서까지 해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 수리부엉이가 낮잠을 청하고 있는 바로 그곳에 고라니 한 마리가 찾아들어 열심히 풀을 뜯어먹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공존공생하고 있다.
정수근

▲ 팔현습지를 찾은 겨울철새들과 텃새인 백로 무리들
정수근
더군다나 이곳 하식애(河蝕崖) 절벽에는 이곳의 수호신과도 같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야생생물인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눈이 좋으면 육안으로도 관찰할 수 있는 이 희귀한 새는 지난 수십 년간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앞으로 길을 내서 사람들이 밤낮 다니게 된다면 이들을 이곳을 떠나고 말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삵, 매, 황조롱이, 담비 같은 19종의 법정보호종 야생생물들 또한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일을 어떻게 환경부가 한다는 말인가요?
수리부엉이가 사냥을 한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
이날 하식애 바로 아래서 수리부엉이가 사냥을 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하식애 낮은 절벽에서 뿔논병아리 한 마리를 잡아먹고 남긴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새 한 마리를 잡아 뜯어먹은 흔적. 이곳은 수리부엉이의 영토다.
정수근
아직 온기가 느껴질 정도여서 아침이 밝아올 무렵에 뜯어먹고 남긴 흔적으로 보였습니다. 겨울철 팔현습지는 나뭇잎과 풀이 드물어 야생의 흔적을 심심찮게 목격하게 됩니다. 수리부엉이가 지난 밤에 뭘 사냥을 했는지 보고 싶다면, 이런 야생의 흔적을 찾아보면 됩니다.
겨울 팔현습지는 이런 매력이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소리가 "대구에 아직 이런 곳이 남아 있었나?"입니다. 하여 이곳에서 부는 삽질은 "절대로 안 된다"는 소리를 또 이구동성으로 외칩니다.
이날 마침 젊은 예술가 친구들인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친구들이 매월 행하는 정기 프로그램인 '수리부엉이클럽'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들과 함께 팔현습지를 찾은 시민들은 현장을 함께 둘러보고는 왕버들숲에서 이곳의 '무사 안녕'을 비는 솟대를 설치하는 행사를 했습니다.

▲ 수리부엉이클럽이 주관하는 팔현습지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이 각자 만든 솟대를 보여주고 있다.
정수근

▲ 팔현습지와 뭇생명들이 생명과 평화를 비는 솟대를 세우고 있다.
정수근
팔현습지와 이곳에 사는 무수한 생명들의 생명평화를 비는 10개의 솟대가 이곳에 세워진 것입니다. "이곳에 그 어떤 삽질도 안 된다"는 것을 이들이 웅변하듯 들려주고 있는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요. 겨울 팔현습지로 오십시오. 팔현습지 야생의 친구들이 언제나 환영하며 맞이해 줄 것입니다.
하여 이곳에 그 어떠한 개발사업도 불가하게 하기 위해서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동참해주시면서 말입니다. 끝으로 모두 함께 외쳐봅시다. "팔현습지여 영원하라!"

▲ 팔현습지를 찾은 이들이 솟대를 만들어 세우고 함께 섰다. 그리고 외쳤다. 팔현습지여 영원하라!
정수근

▲ 수리부엉이클럽 멤버들이 만들어 세워둔 솟대 .... 팔현습지여 영원하라! 외치고 있다.
정수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공유하기
수리부엉이 사냥 흔적 확인, 여긴 보호해야 합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