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내 안전·보건에도 청년들의 목소리가 스며들길

등록 2024.12.03 09:57수정 2024.12.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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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내 인턴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이른바 'CT킵'이다. CT킵은 호흡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 인위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앰부백을 중단없이 짜줄 목적으로 인턴이 직접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 역할을 하는 일을 말한다.

문제는 CT 촬영 장소에 머문 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방사선 피폭이 불가피하다는 점인데 이를 자조 섞인 표현으로 '방사선 샤워'를 했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를 대하는 감수성은 개인마다 굉장히 다양하다. 대수롭지 않게 걱실걱실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있고, 발암이나 생식능력에 관한 악영향이 너무 우려되어 수련을 이어가지 못하겠다는 반응까지도 있다.

이에 대한 반응 또한 굉장히 다양할 것이다. 위급한 상황을 대비하려면 어쩔 수 없다거나 촬영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느냐, 평생 하는 것도 아니고 한때 아니냐, 나 때는 어땠다, 차폐기구와 차폐복은 모두 갖춰져 있는데 막상 본인들이 불편하다고 착용하지 않는다, 왜 너만 호들갑이냐, 이동용 기계는 수천만 원이다 등등.

이처럼 청년들의 안전·보건에 대한 태도와 생각, 또 그에 대한 주변의 생각과 대응은 굉장히 다양하다. 물론 이는 비단 청년들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모든 나이대의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업종과 직종마다도 다를 것이고, 정책적, 제도적으로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측면과도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안전·보건은 일을 직접 수행하는 사람과 사업장을 관리, 경영하는 사람 간 긴밀한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게끔 규정되어 있고 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조직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지만 여전히 청년의 이야기가 제대로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속된 말로 '까라면 까'식의 지시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사업장 내 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고, 또 사업장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유해·위험을 나이나 직급에 구애받지 않고 꺼내 들 수 있는 체계는 그저 이상(理想)인 걸까?


설령 그 유해·위험이 업무 고유에 내재되어 불가피한 부분일지라도, 혹은 그 개선 방법이 일반의 상식으로 생각했을 때 합리적이지 못할지라도, 바꿔 말해 그저 어쩔 수 없는 문제라 할지라도.

그러한 자리가 있고 다 같이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청년을 위한 안전보건교육(2015년 10월)
일하는 청년을 위한 안전보건교육(2015년 10월)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이번 주 추모 행사가 열리는, 6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몸이 끼어 세상을 떠났던 만 24세 청년(김용균)에게 그러한 자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에서도 안전보건 8대 핵심역량 중 하나로 청년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경우, 문제를 제기하거나 보고하는 체계 등을 배우게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25세 미만 청년들의 업무상 재해가 고숙련자보다 더 높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사업장 내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 개선이 안전보건 문제와도 절대 무관하지 않음에도 여전히 청년이 부담해야 할 유해·위험에 대해 주지시키는 과정은 물론, 미처 미인식된 유해·위험에 관한 의제 발굴, 또 그에 따른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각종 우려와 두려움을 양분 삼아 성장하는 사업장 내 안전·보건, 무분별함과 막연함도 물론 경계해야겠지만 어렵지 않게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고 그에 관해 얘기해 볼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가 청년들이 일하는 곳곳에 스며들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용균재단 이사이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 활동하는 박승권님이 썼습니다.
#김용균재단 #청년노동자 #안전보건교육 #박승권 #청년들의안전
댓글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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