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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병원 없어 슈퍼에서 약 사야... 아찔한 현실

인구소멸과 함께 심각해지는 전북 무주 의료 취약성... 약-의료서비스 찾아 장거리 이동도

등록 2024.12.08 10:24수정 2024.12.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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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무주군 무풍면 삼풍슈퍼. 약도 파는 이곳은 '특수장소의약품 판매업소'다.
전북 무주군 무풍면 삼풍슈퍼. 약도 파는 이곳은 '특수장소의약품 판매업소'다. 무주신문

인구 감소와 더불어 농촌의 의료취약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북 무주 내 같은 지역 내에서도 읍·면간 의료 서비스 격차가 커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북 무주군 무풍우체국 인근에 있는 작은 슈퍼. 간판에는 '삼풍슈퍼'라는 이름과 함께 '약'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2019년에 무풍면에 있던 마지막 약국이 문을 닫으면서 삼풍슈퍼는 약국을 대신해 약을 팔고 있다. 슈퍼 카운터 옆에 설치된 진열장에는 복통·설사약, 진통·해열제와 파스, 소독약 등 20~30여 가지의 상비약이 진열돼 있다.

삼풍슈퍼 사장 이제수씨는 "병원이 없으니 자연스레 약국도 문을 닫게 됐다"며 "보건소도 문 닫는 날이 많아 급할 때 약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 조금이라도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약을 팔게 됐다"고 설명했다.

"멀리 떨어진 마을에 사는 어르신은 오시기 어려워..."

삼풍슈퍼처럼 약국을 대신해 의약품을 판매하는 곳을 '특수장소의약품 판매업소'라고 말한다. 이는 군수의 판단에 따라 직접 지정하는 것으로 무주군에서는 2017년 처음 생겼다.

군수가 간호 교육을 이수했거나 지역 내에서 신의가 있는 자를 '약품 판매 대리인'으로 지정하면 지정된 업소는 관내 약국과 협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의약품 공급과 약사 지도를 받는다. '특수장소의약품 판매업소'에서 판매하는 약은 과다복용하는 사고가 발생해도 치사율이 낮은 약들이며, 붕대와 소독약 같은 위생재료도 있다.

현재 무주군 관내 지정된 '특수장소의약품 판매업소'는 설천면에 1곳, 무주리조트 인근에 2곳, 무풍면과 부남면에 각 1곳으로, 총 5곳이다. 이중 무풍면과 부남면은 운영되고 있는 약국과 병원이 없고, 편의점도 없어 일반 슈퍼와 식당이 의약품 판매 대리자로 지정됐다.


이씨는 "가끔은 구천동에서도 여기로 약을 사러 온다. 그마저도 이동할 수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면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에 사는 어르신은 그것도 어려워한다"라고 전했다.

인구 소멸, 기초생활 서비스 취약으로 이어지다


 전북 무주군 부남면의 한 식당. "아침식사 됩니다"라는 문구 옆에 "약" 표시가 돼 있다.
전북 무주군 부남면의 한 식당. "아침식사 됩니다"라는 문구 옆에 "약" 표시가 돼 있다. 무주신문

농촌의 의료취약성은 인구 감소와 연관이 있다. 2023년 3월 발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인구감소 농촌 지역의 기초생활서비스 확충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거주 인구가 3000명 이하로 줄어들면 병원, 의원, 약국 등 보건의료 서비스 시설이 폐업하기 시작해 지역 보건의료에 문제가 발생한다. 무주 지역의 경우 무풍면(2113명), 부남면(1341명), 적상면(2515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농촌의 보건의료 서비스 취약성은 주민들의 응답에서도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 주민의 48.8%가 '보건의료 서비스'를 가장 취약한 서비스라고 답했다. 읍·면 간 서비스 격차도 눈에 띄었는데, 읍 지역민의 경우 30.3%만이 보건의료 서비스가 취약하다고 답한 반면, 면 단위 거주민은 58.9%가 보건의료 서비스가 취약하다고 꼽았다. 이는 소매점과 여가 같은 다른 서비스의 취약성에 대한 응답과 비교했을 때 읍·면 간 격차가 더 큰 부분이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 주민이 가장 빈번하게 찾는 보건의료 서비스는 약국과 의원이지만, 거주 지역 근처에 없어 주민 대부분이 자동차나 버스와 같은 이동수단을 통해 이용하고 있었다. 응답자들이 꼽은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의 불편한 점은 전문인력 부족(29.4%)과 먼 거리(20.9%), 불편한 교통(16.8%) 순으로 농촌 주민들이 보건의료의 다양성과 접근성의 확보를 소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무주 관내에 있는 공공 보건 의료 서비스는 무주군보건의료원과 보건지소 5곳과 보건진료소 9곳이다. 보건의료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와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없다. 그 때문에, 병원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진료받기 위해 차로 길게는 30분 이상 걸리는 무주읍 또는 영동, 금산까지 이동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순회 진료, 비대면 진료 등을 활성화해 농촌 주민들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보건소·보건지소의 기능을 복합화함으로써 보건의료 서비스의 불편과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무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약국 #슈퍼 #사각지대 #전북무주 #특수장소의약품판매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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