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 최예용 위원장이 2020년 11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경위 및 제품공급 과정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1990년 초기 가습기살균제 시장형성 과정에서 유공, 옥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그 어느 기업에서도 제대로 된 안정성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성호
"피해자 계속 늘고, 금방 낫는 병도 아니어서 치료비 증가"
- 왜 재판부는 애경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을까요?
"법률에 나와 있는 아주 사소한 조항에 매달렸던 것 같고 애경도 그 부분을 계속 적극적으로 호소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애경이 행정 판단 잘못했다고 한 상대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에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부가 관리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시행하는 시행 기관이에요. 그러니까 사실상 환경부입니다. 환경부를 대상으로 행정소송 건 거예요. 그런데 한국환경산업원이나 환경부가 그 부분에 대해서 구제법의 제정과 시행 취지 그리고 제조사와 원료 공급사 간에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적극적으로 소명했다면 이런 판결이 나오기가 어려웠을 텐데 그 부분이 의심스럽습니다."
- 이게 추가 분담금이잖아요. 환경부가 돈을 함부로 쓴 건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환경부가 마음대로 돈을 쓸 수가 있는 게 아니에요. 2017년 구제법이 만들어질 당시만 하더라도 피해 신고자가 6천 명 정도였는데 그 뒤로 계속 늘어나 지금 8천 명이 넘어갔어요. 그리고 피해자 중에 두 번씩 폐 이식을 한 사람도 있고, 지금도 계속 사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병원 비용이 계속 늘어나요. 그러니까 구제법 지원 대상자 수도 크게 늘어가는 상황이에요."
- 애초에 피해 보상금이 부족했었나요?
"이미 1,250억에 정부가 250억 내서 1,500억을 만드는 이 정도면 꽤 큰 돈이라고 당시는 생각했죠. 그런데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났고, 이게 금방 낫는 병이 아니어서 계속 병원을 다녀야 하고 또 폐 이식도 하고 인정 질환이 많아지고 하니까 병원비가 계속 들어가는 거죠. 그래서 거의 한 6년 만에 고갈 상태가 된 거예요. 처음에는 한 번만 걷는 걸로 했어요. 근데 안 되겠다고 생각해 구제법을 개정해서 필요한 만큼 계속 거둘 수 있도록 했죠. 개정된 법에 근거해서 환경부가 두 번째 구제금 분담금 내라고 행정처분 했던 것입니다."
- 환경부가 피해자 파악을 잘못한 건 아닌가요?
"글쎄요. 그런 부분도 따지자면 없는 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피해자가 워낙 많아요. 사회적 참사 특조위에서 피해 규모를 조사해 보니까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894만 명이고 그중에 건강 피해를 본 사람이 95만 명, 사망자가 2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근데 신고된 사람은 1%도 안 되는 8천 명 수준이거든요. 2017년 구제법 만들어질 당시에는 6천여 명 수준이었어요. 그러니까 사실 전체 피해자 중에 상당히 많이 파악된다면 엄청나기 때문에 말씀하신 대로 피해자 규모를 제대로 파악 못 했다는 지적은 일면 타당하죠."
- 이번 판결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옥시도 두 번째 구제금 납부할 때 못 내겠다고 했어요. 근데 환경부가 '그래? 그러면 너네 영국 본사를 상대로 소송하겠다. 이건 구제법에 의해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건데 너네가 안 낸다면 이건 법을 위반하는 행위다'라고 했더니 분담금을 내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부터는 안 내겠다'라는 태도를 보인 상태예요.
그런데 애경은 한발 더 나아가서 행정소송까지 했던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 행정소송이 만약 2심, 3심에서도 똑같이 유지가 된다면 다른 기업들도 영향 있겠죠, 특히 옥시는 두 번째 분담금 낸 거 다시 돌려받겠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환경부가 바로 항소해서 1심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2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환경부가 제조사와 원료공급사 간의 비율을 다시 조정해 분담금 납부 처분 다시 하면 2심 판결까지 갈 것도 없어요."
- 기업으로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글쎄요. 만약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일으킨 기업이 자신들의 책임을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거죠. 피해자들과 소비자들 처지에서 생각한다면 제품에 책임져야 하는 거는 제조 기업이잖아요. TV 광고도 했는데, 소비자들은 그런 기업을 신뢰하니 돈 내고 그 제품 사서 쓴 거잖아요. 그런 제품 사서 쓴 소비자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그 때문에 죽고 다쳤으면 100% 아니 1,000% 책임져야죠. 1%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도둑놈 심보 아닌가요?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으면서 돈만 벌겠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런 기업은 우리 사회에서 쫓아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 환경부가 항소할 뜻을 밝힌 거 같던데 2심에서 달라질 수 있을까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구제법의 취지와 시행 배경을 말해야 합니다. 1심 재판부가 이 법 자체는 잘못됐다고 보지 않았거든요."
"피해자의 10% 정도만 배·보상 받아"
- 2011년에 처음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제기되었잖아요. 13년이 흘렀는데 피해자들은 어떻게 생활하나요?
"피해자들은 많이 지쳐 있죠. 지금 14년째 접어드는 상황이에요. 전체 피해자의 10% 정도인 500여 명만 배·보상을 받았는데, 사실 배·보상을 받는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에요. 일상으로의 복귀, 재활, 이런 것들은 사실 전혀 다른 문제거든요. 그건 돈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조사와 우리 사회가 계속 관심을 두고 피해자들을 도와줘야 하거든요. 그런 과정은 거의 관심이 없어요.
우선 최소한의 금전적 배·보상을 해야 하고, 이후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고요.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조치 취하는 것이 필요한데, 지금은 배·보상이 안 됐으니까 그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하는 거예요.
이 사건이 알려진 지 10년 만인 2021년 당시 문재인 정부 때 기업들하고 피해자 단체 대표들하고 모여서 배·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라는 거를 만들었어요. 법과 제도가 해결 못 하니까 사회적인 자발적 해결책을 시도한 거죠. 그래서 조정안이 나왔는데 애경과 옥시가 분담금이 너무 많다면서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어요. 이 때문에 그 조정안도 3년째 공중에 붕 떠 있어요. 이행되지 않고 있어요. 그게 다 옥시와 애경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에요."
- 피해자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아주 황당하다고 하죠. '피해 구제법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최소한의 병원비와 장례비마저도 부담하지 않겠다면 피해자는 그냥 죽으라는 거냐. 어쩌면 저렇게 무책임하고 뻔뻔스러운 태도를 보일 수 있느냐'라고 하면서 굉장히 분노하는 상황입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13주기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유족 등이 2024년 8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계속된다, 13주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민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이 더 적극적으로 구제법을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이번 재판부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들 즉, 원료 공급사와 제조사 간의 비율 문제도 기다리지 말고 빨리 추가 조사해서 마무리를 지으라고 하려고요. 더불어서 배·보상을 위한 조정안이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나서고 국회가 또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법은 국회가 만든 거거든요. 그런데 입법 취지를 기업들이 왜곡하기 때문에 국회가 나서서 구제법의 의미를 살려야 합니다.
또 조정안 자체를 구제법에 반영하는 구제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해 기업에 배·보상해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읍소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시간만 가고 애경이나 옥시 같은 무책임한 기업들이 계속 있는 한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국회에서 피해 구제법을 한 번 더 개정해 그런 내용들을 다 담아서 법과 제도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가 알려진 지 벌써 14년째고 꽤 많이 알려지고 또 법도 만들고 또 특별조사위원회도 한번 시행해서 많은 시민은 이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게 이번 행정 소송 판결에서 나타났다고 봅니다. 가해 기업들이 제대로 된 책임지지 않고 법정 뒤에 숨어서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단적으로 드러난 게 이번 행정 소송이거든요. 최소한의 내용을 담은 구제법 시행마저도 이렇게 '돈을 내지 않겠다, 우리가 너무 많이 낸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가해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에 적극 나서서 소비자를 우롱하고 죽고 다치게 하고도 책임지지 않는 그런 철면피 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그런 소비자 운동 시민 운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배경에는 국가의 책임도 큰데 그 문제는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어요. 이 때문에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국가 책임의 규명을 요구하는 활동에 나서고 있어요. 이 부분도 국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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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애경 주장 그대로 받아들인 황당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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