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을 하던 날 학생들과 만나던 날
정진주
데일 카네기는 <자기관리론>에 진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생에서 행복과 성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중대한 결정 2가지가 있다고 했다. 바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와 '배우자로 누굴 선택할 것인가'이다. 이 두 가지 결정은 앞으로 삶의 방향을 완전히 다르게 바꾸고, 막강한 영향을 미치며 한 사람을 성장시키거나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교사는 학생들이 행복의 열쇠를 손에 쥘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어른이자 인생 선배이다.
대학병원을 떠나 학교 보건실에서 학생들을 만난 지 올해로 강산이 바뀌는 해가 되었다. 학교라는 공간은 생기 넘치는 학생들로 늘 다채롭다. 발령 후 줄곧 고등학교에서만 근무하다 보니,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을 참 많이 만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보건의료계열 진로교육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내게 보건동아리 힐빙(heal-being)도 2학년 대상 보건 선택 교과수업도 진로교육의 일환이었다. 간호 새싹을 배양한다는 사명감이 기저에 있었다. 보건실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교육활동에 깊이 관여할수록 부담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과 꿈을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학교의 한 해는 참 바쁘게 흘러간다. 3월이 된 지 엊그제 같은데 금세 2학기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유난히 마음이 분주했다. 9월에 보건실 연계 진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탄은 간호사 초청 특강이고, 2탄은 저자와의 만남이었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의 작은 날갯짓은 나비 효과를 불러오곤 한다.
개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건실로 외부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우리 학교 졸업생이자 현재 서울 모 간호대학을 졸업한 후 자대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였다. 후배들과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2023년부터 보건실 SNS를 개설해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건강정보, 진로 정보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연락한 거라고 했다. 3학년 학생들이 수시로 바빠지기 전에 직업인 특강을 성사시키고자 일정을 조율하고 서둘러 준비했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선한 마음으로 모교를 찾겠다는 간호사의 열정에 덩달아 신이 났다.
보건동아리 힐빙 뿐만 아니라 다른 동아리의 보건의료계열 희망 학생들도 함께해 자리를 빛내 주었다. 학생들이 졸업한 선배의 모델링에 힘입어 뜨거운 동기를 가득 채울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한 학생은 선배와의 만남 후, "진로와 관련해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직접 봉사나 견학 등을 위해 관련 기관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실천해 보아야겠다"고 했다. 소중한 만남을 통해 학생들은 꿈을 향해 꾸준히 노력하며 스스로 만족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앞으로 남은 학창 시절 동안 어떤 목표 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선배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가지게 되었다.
얼마 뒤, 올해 출간한 <전직 간호사, 현직 보건교사의 가꿈노트>의 저자로서 우리 학교 학생들과 만남을 가졌다. 1학기부터 교육과정부장님과 논의하며 특강을 계획해 두었다. 내게 에세이를 쓰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우리 학생들이었다. 진로 인터뷰를 하고 동아리에서 학생들과 만나며 대부분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비록 특별하지 않아도 귀가 쫑끗하고 눈이 반짝이는 학생들을 보며 내 진로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덕분에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도 확신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저자와의 만남 후 소감을 밝혔다. '그냥 간호사나 의사가 될거야'가 아니라 '끊임없이 왜 이 꿈을 꾸는지 묻고 어떻게 꿈을 이룰지를 고민하며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선생님처럼 자신의 직업에 후회 없이 열정적으로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강의 내내 나도 선생님같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가슴이 벅찼다'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은 요즘, 삶의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교사의 중요한 역할을 실감한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은 나에게 또 다른 보람을 준다. 지금처럼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롤모델을 보여주는 선생님이고 싶다.
고등학교 보건교사는 학교의 유일한 의료인이자, 곧 사회에 첫 발을 디딜 학생들을 위한 가장 가까운 보건의료계열 진로 멘토이다. 새 학기 시작부터 두 번의 진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간호사 후배가 될 학생들이 꿈을 가꾸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헬퍼스 하이'라는 말이 있다. '도움을 주는 기쁨'이라는 뜻이다.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설렘을 보여주면, 교사도 기쁘다. 이게 바로 '티처스 하이'이다. 내게 진로교육은 티처스 하이를 느끼게 한다. 티처스 하이는 마치 꺼지지 않는 열정의 불꽃을 피워 올리는 것 같다. 학생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명을 가진 직업인으로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하는 보건교사로서, 학생들과 묵묵히 함께 걸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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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보건교사입니다. 보건교육, 진로교육, 성교육을 하며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늘 도전하며 삶을 가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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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함께하는 보건 진로 프로젝트, 그리고 '티처스 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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