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가 요구한 임차인 보호하는 방법

[전세,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③] : 보증금 보호를 위한 임차인 권리 강화

등록 2024.12.03 14:58수정 2024.12.0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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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발생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로 전세 제도의 문제점과 위험성이 확인되면서 전세보증금의 일정 금액을 제3의 기관 등에 예치하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 전세보증·대출 강화, 전세가율 규제, 심지어는 전세 폐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도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세안심앱 배포, 국세·지방세 사전 확인, 전세보증 비율 상향 등 일부 개선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문제 예방에는 역부족입니다. 오히려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과 주거비 부담을 높이는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인상률상한제) 폐지, 단기임대사업자 제도 재도입, 기업형 임대사업자 활성화 등 정책을 추진하여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도시연구소를 비롯한 시민사회, 전문가, 학자들은 <전세 개혁 연구회>를 구성하고 2024년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에 걸쳐 전세 개혁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연구회는 지난 10월 8일, 논의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안전한 전세 만들기, 4대 개혁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참여연대는 정부와 국회에 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전세,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시죠?
그 세 번째, 보증금 보호를 위한 임차인 권리 강화 방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2024. 5. 14.(화), 여덟 번째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행진 및 기자회견
2024. 5. 14.(화), 여덟 번째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행진 및 기자회견 전세사기·깡통전세 시민대책위

임차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임대차 제도

지난 5월, 전세보증금 8400만 원을 주고 계약한 대구 다가구주택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후순위 임차인 A씨는 "빚으로만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을 한순간에 잃어버리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입니다. 전세사기 피해로 안타깝게 희생된 피해자가 여덟 분에 달하지만, 여전히 임대차 제도의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소액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소액의 보증금에 대해서는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 우선변제 받을 보증금을 '최우선변제금'이라 칭합니다. 이러한 범위와 기준은 시행령을 통해 정하고, 2~3년에 한 번씩 기준을 변경하고 있습니다.


여덟 번째 희생자가 발생한 올해, 대구시의 소액 임차인 기준은 '전세보증금 8500만 원 이하'입니다. 그런데 A씨는 왜 소액 임차인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보호받지 못했을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부칙에 따르면 담보물권이 있는 주택의 후순위 임차인은 시행령 개정으로 소액 임차인과 최우선변제금의 범위가 확대되더라도 선순위 담보물권이 설정된 시점의 기준을 적용 받습니다. 즉, A씨가 계약한 다가구주택에 근저당이 설정된 시점이 2019년이라면 이 당시의 소액 임차인 기준에 따라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임차인의 전 재산과도 같은 보증금을 최소한이라도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에 벗어납니다. 또한, 이 조항이 법률도 아닌 시행령 부칙에 규정되어 있는 탓에 대부분의 임차인들이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소액 임차인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보증금을 증액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보증금, 최우선변제금은 담보물권이 설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되, 소액임차인의 범위는 경매 배당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현행 서울, 수도권, 광역시 등 지역 구분에 따른 형평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택 가격의 일정 범위 내를 보장하도록 개선하는 등 최우선변제금 제도의 현실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2023.10. 11,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가구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
2023.10. 11,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가구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 참여연대

'바지임대인' 막고, 필요한 임대차 정보 제공해야 임차인 보호 가능해

이외에도 전세사기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임대차 제도의 문제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강서구 '빌라왕' 사건에서 잘 알려진 '바지임대인'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제3자에게 주택 소유권을 넘기고 보증금 반환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이를 알거나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또, 많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임대인이 국세, 지방세,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한 사실이 있는지, 임대주택이 안전한 매물인지 등을 계약 과정에서 제대로 설명받지 못하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려면 지금보다도 훨씬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바로 임대인이 몰래 제3자에게 주택 소유권을 양도할 수 없도록, 임차인의 승계에 대한 동의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주택을 양도받는 사람의 정보와 거래에 관한 사항들을 사전에 통지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일 임대차 등기 제도 의무화 및 경매청구권 부여가 전제된다면 임차인이 임대차 승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계약 해지 및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 내용까지 담아낼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7에 규정된 정보 제시의무를 보완하여, 임차인이 임대인의 국세 및 지방세 완납증명서 외에도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통해 주택임대차 중계 시 확인·설명할 항목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임대사업자의 민간임대주택, 신탁주택 등 주택 구분에 따라 설명할 내용을 구체화하여야 합니다.

2023년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진행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가구 실태조사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피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개선책으로 '임대차계약 체결 시 권리관계, 임대인 반환능력 등 정보 제공 의무 확대(54.1%)'를 뽑았습니다. 실태조사 보고서 또한 최우선변제금 제도 개선, 바지임대인 방지, 공인중개사·임대인에 설명 의무를 부과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전세사기로 더이상 고통받는 사람이 없도록, 전세사기 희생자를 비롯한 많은 피해자, 시민사회, 전문가가 요구해온 예방 대책이 하루빨리 논의되기를 바랍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바지임대인 #최우선변제금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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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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