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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를 잘못해서 이렇게... 아들에게 미안하다 했어요"

    [태국 치앙라이 겨울살이] 여행자와 나눈 정치 이야기... 더 많은 사람이 반성했으면

    등록 2024.12.04 08:24수정 2024.12.0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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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국시간으로 자정을 넘긴 시각, 내 조국 대한민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 되었다는 뉴스를 봤다. 그 뉴스를 보자 '이게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당하고 불안했다. 내 조국이 어쩌다 이렇게 불안한 나라가 되어 버렸나.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한 욕이 절로 나왔다.

    동남아 겨울살이를 떠날 때 지인들이 농담으로 "한국에 전쟁이 나면 그땐 어떡하지요?" 그랬었다. 물론 전쟁이 날 리는 없지만 그만큼 우리나라의 형편이 일상적이지는 않다는 뜻이었리라. "전쟁이 나면 한국에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국제 난민이 될 지도 모르잖아요."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난민'이란 낱말이 구체적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태국 치앙라이로 온 지 일주일도 더 지났다. 한국에 있을 때도 뉴스를 보지 않았지만 이곳으로 오니 더 멀어졌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이 어떠한지 관심을 끊고 오로지 지금 현재만 누렸다.

    그렇게 지냈는데 뉴스를 안 볼 수가 없다. 잠도 잘 수 없을 것 같다. 내 나라가 지금 비상상황인데 잠이 오겠는가 말이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오마이뉴스'의 긴급 라이브를 시청하며 우리나라가 다시 정상 나라가 되길 빌었다(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3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6시간여 만에 계엄을 해제했다 - 편집자말).

     태국 치앙라이
    ▲ 태국 치앙라이 이승숙

    며칠 전에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부부가 같이 공무원으로 봉직하다 작년에 퇴직하고 그동안 하지 못한 장기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처음 만난 사람과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좋은데 어쩌다 보니 한국의 현 실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는 태국 치앙라이의 라차밧 국립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은 원룸형 아파트식 건물인데 A동과 B동이 'ㄱ'자 형태로 보고 있다. 이곳에는 한국인 장기 여행자들이 여럿 묵고 있는데 대부분 은퇴 생활자들로 한국의 추위를 피해 남쪽 나라로 온 분들이다. 부부가 함께 온 경우도 있고 혼자 와서 지내는 사람도 있다. 그 분들 중에 한 분과 그저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눈 인사는 나눴지만 이야기를 한 건 처음이었다.

    그저께 낮에 커피 한 잔을 내려 잔에 따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숙소의 복도 쉼터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건너편 B동 쉼터에 사람이 보였다. 누가 책을 읽고 있었다. 여행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니, 반가운 마음에 그 분에게 갔다.


    "책 보시나 봐요. 건너편에서 보니 책 읽는 것 같아서, 반가워서 건너왔어요."

    인사를 건네는 내게 그 분은 보던 책을 덮으며 "뉴스를 보니 하도 속이 시끄러워서, 가라앉히려고 책 보고 있었어요" 하고 말했다.


    "외국까지 나와서 뭐 하러 뉴스를 보세요? 저는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뉴스를 안 본 지 2년이 넘었어요."

     태국 치앙라이
    ▲ 태국 치앙라이 이승숙

    그 분이 하는 말의 뉘앙스가 나와 같은 정치 성향일 것 같아 나도 내 본심을 드러냈다. 정치색은 표출하지 않는 게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는 좋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 싶었던 게다.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이러다가 여행도 못 다니는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나라가 망할까 봐 걱정이에요."

    그분은 나라의 형편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면서 "사실 제가 2번을 찍었거든요. 지금은 극혐합니다. 제가 우리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그랬어요. 투표를 잘못해서 이런 나라를 만든 것 같다면서,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어요."

    투표를 잘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내 주변 지인들 중에 대통령 선거 때 2번을 찍은 사람이 있는데 그들 중에 반성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 형제 중에도 2번을 찍은 사람이 있는데, 그들도 반성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잘못 뽑아 나라가 망할 것 같다면서 걱정은 하지만 자신들의 선택으로 이런 나라가 되었다는 반성은 하지 않았다.

     태국 치앙라이의 아침이 밝아옵니다.
    ▲ 태국 치앙라이의 아침이 밝아옵니다. 이승숙

    지금 그들은 반성하고 있을까? 비상 계엄령이 선포되었을 때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제발 반성했으면 좋겠다. 속으로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말고 겉으로 드러내 반성했으면 좋겠다. "내가 잘못했다. 나라가 이 모양이 되도록 만든 데 나도 일조했다. 부끄럽다"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동남아겨울살이 #태국치앙라이 #치앙라이 #비상계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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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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