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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직 판사 "윤석열, 법원 짓밟으려... 대법원장이 강력 경고해야"

4일 오전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게시글 올려... "비상계엄은 정당화될 수 없다"

등록 2024.12.04 12:47수정 2024.12.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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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저녁 서울역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4.12.3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저녁 서울역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4.12.3연합뉴스

현직 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계엄령 선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윤석열의 위헌적인 쿠데타 시도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표명해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박병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연수원 41기)는 4일 오전 10시 46분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박 판사는 "어떤 이유를 붙이든 간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짓은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 시도"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판사는 "특히 윤석열은 법원을 짓밟으려 했다"면서 "윤석열의 위헌적인 쿠데타 시도에 대한 법원 차원의 최소한의 조치로써 대법원장님께서 강력한 경고를 표명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 시도를 통해 한밤중에 5000만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법원을 짓밟으려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말씀이고, 현 상황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별 내용 없어 보이는' 의사표명만 있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법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날 오전 6시40분경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명의로 짧은 입장을 밝혔다(관련기사 : 대법원 "비상계엄 해제에 국민과 함께 안도" https://omn.kr/2b8tf). 대법원은 "뒤늦게나마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계엄이 해제된 데 대해 국민과 함께 안도하는 바"라며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사명에 따라 본연의 자세로 추호의 흔들림 없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판사는 이보다 더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것이다.

박 판사는 "그래야만, 평범한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구나. 적어도 아무런 이유 없이 한밤중에 군인들한테 끌려가지는 않겠구나'라고 안심할 것이다. 또한, '적어도 대한민국 판사들에게는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결기가 남아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라며 "나아가 앞으로 그 누구도 윤석열이 한 것과 같은 쿠데타 시도를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200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육군법무관을 거쳐 2015년부터 줄곧 판사의 길을 걸어온 박 판사는 지난해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한 혐의(사자명예훼손 등)로 기소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당시 국민의힘 의원)에게 1심에서 검찰이 구형한 벌금 500만 원보다 훨씬 무거운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다음은 박 판사가 코트넷에 올릴 게시글 전문이다.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말씀
(윤석열의 위헌적인 쿠데타 시도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표명해 주십시오)

존경하는 조희대 대법원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판사 박병곤입니다.

지난 밤, 윤석열 대통령은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어떤 이유를 붙이든 간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단순히 일상적인 업무 중에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헌·위법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누구도 국가로부터 불법적으로 구금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저버리며, 헌법을 통해 국민 모두가 최소한으로 합의한 민주적 기본질서를 짓밟은 폭거이기 때문입니다.

즉, 윤석열 대통령이 한 짓은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 시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 아닙니다.

형식적으로는 대통령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당연한 책무, 즉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지 않고, 오히려 한밤중에 쿠데타를 시도해 5,000만 국민들을 공포 속에 몰아넣었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윤석열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만 남아 있는 대통령직을 박탈시키는 조치가 취해질 것입니다.

특히 윤석열은 법원을 짓밟으려 했습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포고령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즉, 윤석열은 국민의 생명·신체·주거 자유를 지키기 위한 법원의 기본적인 권능을 무시하려 한 것입니다. 저는 윤석열의 행위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법권독립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새벽, 대법원장님, 법원행정처장님 등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고 계엄선포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법원행정처장님 공지사항도 보았고, "어려운 때일수록 사법부가 본연의 임무를 더 확실하게 하겠다"는 대법원장의 출근길 말씀도 뉴스로 들었습니다. 헌정질서가 마비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국민들을 위해, 그리고 법원을 위해 노력해주신 대법원장님, 법원행정처장님, 그리고 법원행정처 구성원 여러분들께 법원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의 위헌적인 쿠데타 시도에 대한 법원 차원의 최소한의 조치로써 대법원장님께서 강력한 경고를 표명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윤석열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 시도를 통해 한밤중에 5,000만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법원을 짓밟으려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말씀이고, 현 상황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별 내용 없어 보이는" 의사표명만 있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법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저는 이런 상황에서는 대법원장님께서 위와 같은 메시지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법원은 사법권 독립을 수호하고, 국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며, 어떤 형태의 헌정질서 파괴 시도에 대해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법원 안팎에 보여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평범한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구나. 적어도 아무런 이유 없이 한밤중에 군인들한테 끌려가지는 않겠구나'라고 안심할 것입니다. 또한, '적어도 대한민국 판사들에게는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결기가 남아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나아가 앞으로 그 누구도 윤석열이 한 것과 같은 쿠데타 시도를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작금의 사태에 대한 제 짧은 소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제 생각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장님께서도 현 사태에 대해 깊은 고민을 가지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존경하는 대법원장님께서 현 사태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시어 저를 비롯한 법원 가족들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박병곤 올림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비상계엄 #윤석열 #대법원 #법원 #박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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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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