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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9호선 "승객 1000명 넘는 역에 역무원 1명"

[인터뷰] 6일 '파업' 예고한 김성민 서울메트로9호선 지부장 "휴일인데 인파사고 날까봐 출근하기도"

등록 2024.12.04 15:36수정 2024.12.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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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7일의 한 9호선 지하철역 출퇴근 풍경. 승강장에 시민들이 꽉 차 에스컬레이터에 탄 시민이 내릴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난 11월 27일의 한 9호선 지하철역 출퇴근 풍경. 승강장에 시민들이 꽉 차 에스컬레이터에 탄 시민이 내릴 곳이 없을 정도다, 독자제공

"아침 출근 시간에 지하철이 붐비면 과호흡으로 쓰러지는 승객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럴 때 역무원이 빨리 내려가서 조치해드리고 싶어도, 역사 전체에 역무원이 보통 1명밖에 없으니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한 명은 자리에서 고객 응대를 해야 하니 자리를 오래 비우지 못하거든요. 역무원 혼자 1000명 이상 드나드는 그 넓은 역을 다 관리할 수 있을까요? 시민분들 안전을 위해서라도 적어도 1역당 역무원 2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요?" - 9호선 선정릉역 역무원 강유정씨

"솔직히 매일 조마조마하죠. 그런데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안전사고 안 나길 바라는 것밖엔 없어요. 한 번은 올림픽공원역에 근무하는 직원이 저한테 하소연을 하는 거예요. 주말에 올림픽공원에 큰 공연이 예정돼있어서 승객들이 많이 몰릴 것 같은데, 인력이 없어 자칫하면 인파사고가 날 것 같아 불안하다고요. 제가 그날 쉬는 날이었는데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냥 나가서 질서유지를 도왔어요.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 9호선 보안관 김성민씨

출퇴근길 '지옥철'로 악명 높은 9호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오는 6일 파업을 예고했다. 언주역부터 중앙보훈병원역까지 이르는 13개역을 맡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9호선은 개화역부터 신논현역까지 이르는 1단계 구간(2009년 개통·25개역)과, 언주역부터 중앙보훈병원역까지 이르는 2·3단계 구간(2단계 2015년 개통·5개역 / 3단계 2018년 개통·8개역)의 운영 주체가 다르다. 1단계 구간은 부산은행을 최대주주로 하는 민간 자본이, 2·3단계는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의 사내독립법인 '9호선운영부문'에 위탁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9호선 2·3단계 구간에서 일하는 역무원은 80여 명으로, 인력이 부족해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한 뒤 그날 오후 5시까지 다시 출근해야 하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기관사는 70여 명인데, 역시 인력 부족으로 1인당 매일 1.5회씩 자신의 순번이 아닌데도 운행을 나가고 있다고 한다. 기관차와 궤도, 에스컬레이터 등을 정비하는 기술직 노동자들은 70여 명인데, 지난 2018년 3단계 구간이 개통되면서 기존 5개역에서 13개역으로 8개역이 증가했음에도 지금껏 인력이 늘지 않아 기본적인 2인 1조 근무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이대로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대다수 시민들의 안전 역시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지난 2일, 9호선 2·3단계 구간 노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김성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지부장을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만났다.

"9호선 인력 부족 심각… 인파사고 걱정돼 휴일에 자발적으로 나와"

 지난 2일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김성민 서울메트로9호선 지부장을 만났다. 그는 9호선에서 일하는 노동자 인력이 부족해 인파 사고 등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일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김성민 서울메트로9호선 지부장을 만났다. 그는 9호선에서 일하는 노동자 인력이 부족해 인파 사고 등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김성욱

- 6일 파업을 예고했다. 이유는.
"인력 부족 때문이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명백하다. 9호선 2·3단계의 13개역 13.6km 길이 구간의 정원은 290여 명인데, 같은 9호선 1단계의 25개역 27km 길이 구간의 정원은 720여 명이다. 9호선 2·3단계 구간의 규모가 정확히 9호선 1단계 구간의 절반인데 인력은 절반보다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교통공사에서 연구용역을 한 결과를 봐도, 현재 2·3단계 구간에 197명의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인력이 적으니 업무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임금은 다른 호선에 비해 10% 가까이 적다. 이러니 이직률이 높아지고, 남아있는 사람들만 더 허덕이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출퇴근 시간에 석촌역을 본 적 있나. 상하행선이 같은 승강장을 쓰고, 9호선 급행 열차가 하차하는 역인데다 잠실역으로 갈 수 있는 8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지점이라 시간대가 겹치면 인파가 엄청나게 발생한다. 한 시간에 천 명도 넘는 인원이 좁은 공간에 몰리는데 지금은 고작 한두 명이 관리를 하는 실정이다. 겨우겨우 대형 사고를 피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일하는 사람들도, 매일 출근하는 시민들도 불안하다. 이렇게는 안되지 않나. 고정 인력만 늘려도 시민 안전을 훨씬 더 확보할 수 있다."

- 현재 근무형태가 어떻게 되나.
"역무원의 경우 다른 1~8호선은 4조 2교대로 돌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3조 2교대다. 주간 조는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간 조는 오후 5시부터 아침 8시까지 일하는데, 야간조가 연속으로 근무를 설 때는 아침 8시에 퇴근했다가 몇 시간 쉬고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해야 한다. 집이 인천 등 서울 외곽인 조합원들은 집에 가서 씻고 나면 얼마 눈도 못 붙이고 금세 나와야 한다고 힘들어 한다.


퇴사나 병가로 역사 내 역무원이 겨우 1명일 때도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야간 근무시 역무원은 열차가 끊기면 역을 폐장하고, 첫차에 맞춰 역을 개장하는데, 시간대상 술에 취한 시민들을 자주 상대하게 된다. 실제 최근 한 역무원은 역 운영이 종료됐으니 나가달라고 하자 주취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1인 근무로는 역무원의 기본적인 신변과 안전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성민 서울메트로9호선 지부장이 한 역무원이 역 폐장 시 한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민 서울메트로9호선 지부장이 한 역무원이 역 폐장 시 한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욱
 김성민 서울메트로9호선 지부장이 한 역무원이 역 폐장 시 한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민 서울메트로9호선 지부장이 한 역무원이 역 폐장 시 한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욱

차량을 운전하는 기관사들도 부족하다. 현재 10여 명이 공석이라, 한 달에 150회 이상의 열차 운행이 남아있는 기관사들의 '충당 근무'로 메워지고 있다.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기관사들조차 충분한 휴게시간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계·궤도·신호·통신전자·전기·승강설비 등 역내 시설을 관리하는 기술직렬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말 삼전역부터 중앙보훈병원역까지 8개역이 추가로 개통됐음에도 인력 증원이 없었다. 기존에 5개역을 관리하던 인원이 갑자기 13개역의 시설을 관리하게 된 것이다.

보안관도 13개역에 총 7명뿐이라 주말엔 인원이 0명인 상태다. 주말에는 지하철 내에서 민원 신고를 해도 출동할 보안관이 없다는 얘기다. 지금 인원으로는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 주간조와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하는 야간조를 일주일씩 돌리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순찰을 돌다 민원이 들어오면 출동하는 형태로 일할 수밖에 없는데, 맨 끝 역에서 맨 끝까지는 30분이나 걸려 제때 출동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이다."

"1000명 넘게 드나드는 역, 역무원은 혼자… 인파사고 막으려면 인력 늘려야"

 지난 2일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김성민 서울메트로9호선 지부장을 만났다. 그는 9호선에서 일하는 노동자 인력이 부족해 인파 사고 등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그가 9호선의 인파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김성민 서울메트로9호선 지부장을 만났다. 그는 9호선에서 일하는 노동자 인력이 부족해 인파 사고 등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그가 9호선의 인파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욱

- 사측과 대화가 잘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기형적인 위탁 방식 때문이다.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의 사내독립법인 '9호선운영부문'에 위탁을 내리는 형식이다 보니 서울교통공사 측은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책임을 미루고, 서울시는 노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나 몰라라 한다. 그러면서 경제적 관점을 들이민다. 철도는 대표적인 공공 복지 아닌가. 경찰이나 소방에 대해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며 '예산 깎아먹는다'고 얘기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생산적 효과가 없다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줄이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출동이 늦어질 테니까. 철도도 똑같지 않나. 시민들의 발이고 서민들의 일상인데 어떻게 돈의 관점으로만 줄이고 깎을 수 있단 말인가. 제발 책임 있는 자세였으면 한다."

- 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난주 폭설이 왔을 때, 승객들이 평소보다 지하철에 더 많이 몰렸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역에서 역무원은 1~2명이었다. 눈이 많이 오면 직원들은 눈도 치워야 하고, 나가서 시설물 안전 점검도 해야 한다. 당연히 승객분들 혼잡 관리는 할 엄두도 못 낸다. 시민분들이 '죽을 뻔했다', '평소보다 1시간 더 걸렸다' 이런 얘기하시는 걸 들으면 직원들도 할 말이 없고 속으로는 더 불안하다.

같은 지하철임에도 불구하고 9호선 2·3단계 구간은 다른 호선들에 비해 3분의 1 수준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시민들 입장에선 요금은 똑같이 내는데 서비스의 질은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과호흡으로 쓰러지는 승객이 나와도, 역내에 게이트, 아니 바깥 계단까지 인파가 꽉 차 있어도, 이에 조치할 직원들이 안 보이는 것이다. 매일매일의 출퇴근길이 숨 막히지 않게 하고, 위태로운 인파 사고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려면 적정 인력을 채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파업 예고는 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9호선 #지하철 #파업 #서울교통공사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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