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시민들이 국회앞에 집결해 계엄해제, 윤석열 탄핵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청년 세대가 들끓고 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다시 해제까지 걸린 6시간 동안 청년들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 혼란스러운 일상을 보냈다.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도 계엄령에 대한 의견 싸움과 가짜 뉴스로 인한 혼선을 겪으며 분주했다.
현실 청년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은 입을 모아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며 "비상계엄이 현실의 문제와 맞물려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두려웠다"고 답했다. 특히 청년 세대가 지닌 무력감과 사회적 무관심을 비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기성세대의 잘못된 선택에 결코 청년들이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 냈다.
"계엄령, 그럴 수 있다고?" 청년이 청년에게 분노한 이유
해외 대학으로 교환 학생을 준비 중인 대학생 A씨는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 밖에 있었다. 순간 '지금부터 말을 조심해야 하는 건가' 싶었고, 가족들과 침묵 속에 귀가했다"고 말했다. 또 "당장 돈을 써야 되는데 환율이 너무 올라서 당황했다. 아직 애플리케이션 단계라 입학 허가가 나지 않았는데 혹여나 상황이 장기화되어 입학이 취소될까 당혹스럽다"고 고백했다.
여대에 재학 중인 B씨는 "현재 여성 대학교들 사이에서 시위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데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는 모습을 보면서 왜 언론이 동덕여대와 성신여대의 시위를 '폭력 시위'로 규정했는지 화가 났다"고 답했다. 또 "반복되는 언론 보도 때문에 전반적으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시위에 관한 의견이 갈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며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대학 연합 인권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C씨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국회로 달려갔다. 나가서 맞서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현장에 도착하니까 헬기 소리가 너무 많이 들려서 놀랐다"고 했다. "계엄이 장난이 아니지 않느냐.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한 나라를 좌우해서는 안 된다. 청년으로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답했다.
교내 언론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D씨는 "에브리타임(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계엄령을 두고 '대통령이 그럴 수 있다', '군인한테 왜 반발하냐'고 반응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이에 동조하는 여론을 보고 놀랐다. 그들의 반응이 다른 청년들에게 영향을 줄까 두렵다"고 자조했다. 이어 "요즘은 대자보를 쓰고 성명에 나서는 것 자체가 문제시되어 이번 사태에서 학내 언론으로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 ‘윤퇴청(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 일동)’의 시위에 참여한 E씨의 현장 사진
제보자제공
4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벌어진 '윤퇴청(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 일동)'의 시위에 참여한 E씨는 "예전에 부모님과 박근혜 탄핵 시위를 하러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다. "민주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보태야 하겠다고 생각했고, 다음에 광화문 시위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뜻을 전했다.
이들 모두 계엄 선포에 대해 맹렬히 분노했으며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킨 것 자체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우리 청년 세대가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행동하지 않는 청년들을 일깨웠다. 그들은 "처음으로 '자유'라는 권리를 잃어봤다. 무력하고 공포스러웠지만,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각오했다.
'세월호' 세대가 계엄령을 말하다

▲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급속도로 퍼진 'X' 사용자의 게시글
X
현 사태에 대해 청년 세대의 반응을 체감할 수 있는 건 어느 'X' 사용자의 게시 글이다. 4일 새벽에 올라온 게시 글에는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기로 결심한 세대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는 좋아요 2.9만, 리트윗 3.7만을 기록했고 해당 문구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를 두고 2014년 세월호 사태를 연상하는 청년들이 많다.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에 대해 여러 경우가 추정되었고, 탑승자들은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승무원들의 안내 방송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팻말에 적은 세월호 침묵시위가 이어졌고, 이후로 해당 증언은 기성세대 혹은 사회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반항을 함축하는 문장이 되었다.
X 사용자들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유난히 아팠던 4월 16일로부터 자라난 세대다", "우리는 세월호 세대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친구들과 동생들을 잃었다"고 반응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세월호 세대라고 지칭하며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고, 행동해야 한다고 다른 청년들을 독려했다.
코로나 시국 이후로 명맥이 끊겼던 대자보 문화도 돌아올 조짐이다. 현재 고려대, 국립창원대학교, 경남대학교 교정에는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더불어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서는 '윤석열 퇴진 촉구 동국대학생 122명 시국 선언'이 열렸다.

▲ 야5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시민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탄핵 추진 비상시국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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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해야겠단 생각만" 분노한 청년들, '에타'는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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