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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누구를 위하여 안전문자는 오지 않았나

온 국민 불안에 떤 날 안전문자 감감무소식... '발송 여건 아니었다'는 행안부 해명 말도 안돼

등록 2024.12.05 11:50수정 2024.12.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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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 주변에 등장한 무장한 계엄군에게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 주변에 등장한 무장한 계엄군에게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권우성

12월 3일 밤 10시 반쯤, 아내와 함께 유튜브를 보다가 새로고침을 했는데 대통령의 긴급 영상이 떴다. 자세히 보니 섬네일이 무척 자극적 아니 과격했다.

'비상계엄 선포 윤 대통령 긴급 발표'

멍한 얼굴로 아내에게 물었다.

"저게 뭐지? 지금 올라온 영상이긴 한데. 누가 장난질하나? 계엄은 무슨 계엄이야. 아무리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고 해도 저럴 리가?"

아내가 슬쩍 화면을 보더니 말했다.

"그니깐. 2024년에 말도 안 돼. 아무리 싫어도 이런 영상 만들어 올리는 건 선 넘는 건데…"

처음에는 조작된 영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채널명이 정규 뉴스채널이 맞다. 해킹당한 게 아니라면 방송국에서 중계하고 있는 정규 방송이다. 황급히 해당 영상을 클릭했다.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 어쩌고 하면서 담화를 발표하고 있었다. 그러다 귀에 너무도 선명하게 날아와 꽂힌 단어. 바로 '계엄령'이었다. 실시간 생중계로 이 오밤중에 계엄령을 내린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아내와 나는 잠시 동안 멍했다. 진짜인가? 에이 이게 말이 되나?를 서로 주고받으며 뉴스에 집중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땅에 지금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었다.


계엄군과 국회의원·시민 첨예하게 대치... 자칫 유혈 사태 일어났을 수도

더구나 전국 단위로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아내와 나는 굳어진 표정으로 뉴스를 경청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혼돈에 빠져 있는 듯했다. 담화가 끝나고 얼마 후 방송사들의 카메라는 국회를 향하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유튜브 채널을 주시했고 아내는 자신의 노트북으로 또 다른 방송국의 실시간 온에어를 클릭했다. 포털에 들어가 보니 죄다 속보 소식으로 가득했다.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버 카페는 갑자기 먹통이 되기도 했다.

어제 그 시간에 집에서 유튜브든 TV든 미디어를 시청하고 있던 대부분의 국민들이 아마 우리 부부와 비슷한 모습이지 아니었을까 싶다. 실화 맞나? 멍해졌다가 실제임을 곧 깨닫고 여기저기 뉴스 영상을 찾아보면서 지인들과 안부를 묻는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국회 의사당 앞 계엄군들
국회 의사당 앞 계엄군들 연합뉴스
 국회로 진입 시도하는 계엄군
국회로 진입 시도하는 계엄군 뉴스타파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현 정권의 지지율은 암울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도 한참 지난 공산 이데올로기를 들먹이며 반국가 세력을 운운하고 있는 지도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참담한 마음이 든다. 무슨 의도에서 발동을 한 것이든 후폭풍이 어마어마할 테니 말이다.

그로 인한 피해와 부담은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 될 것도 뻔하다. 내 인생에 계엄을 겪게 되다니. 앞으로 우리의 일상과 사회가 얼마나 망가지게 될까 생각하니 화도 치밀어 오른다.

대통령의 긴급 발표 후 가장 관건은 국회의원들이 모여 계엄 해제를 하는 것이었다. 국회 쪽 영상에 점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계엄군까지 온 이상, 쉽지 않아 보였다.

채널마다 중계 초점을 맞추는 게 달랐다. 입체적으로 상황을 보고 싶어 여러 채널을 돌려가며 보다가 오마이 TV 채널에 고정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 시간대 방송하는 채널 중 유일하게 4분할 화면으로 중계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돌아가는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스튜디오를 포함해 국회 정문, 국회 안, 국회 후문의 모습이 한 화면에 담겼다. 특히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을 시도하던 때는 그들의 동선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계엄군과 시민들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었고 이미 국회 본회의장 밖에는 계엄군이 와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었다. 상부의 명령으로 출동했겠지만, 나는 그들의 이성이 깨어있기를 바랐다. 들고 있는 탄창이 비어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솔직히 말해 젊은 군인들이 무슨 죄인가? 출동한 부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들의 작전을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천만다행히 유혈 사태까지 가지는 않았다. 상부의 명령대로 움직이긴 했으나 각자의 양심에 따라 소극적으로 행동해 준거라 믿고 싶다.

계엄 사태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끔찍한 비극이다. 이미 우리 현대사에서 처참하게 겪을 만큼 겪지 않았는가. 손에 땀을 쥘 만큼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마침내 국회의원들 190명 참석,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가 결의되었다.

진짜 재난이고 위급한 상황인데

안심하긴 이르지만, 한 고비 넘겼다는 생각에 심호흡을 하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하나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그런데 재난 문자는 왜 안 왔지? 지금이야말로 진짜 재난이고 위급한 상황 아닌가?"

확인해 보니 아내의 휴대폰 역시 오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그렇게나 자주 울리던 재난 문자가 발송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고 수상하기까지 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만 띄워도 시끄럽게 울려대던 문자가 오지 않는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계엄령을 해제할 때 역시 재난 문자는 오지 않았다. 현 사태보다 더 큰 재난의 상황이 얼마나 될까. 국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이런 사태야말로 긴급 재난 문자가 반드시 발송되어야 한다.

 국회 당직자와 보좌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추가 대국민담화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국회 당직자와 보좌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추가 대국민담화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유성호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접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여건에 있는 국민들도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재난 문자 발송의 공식 주관 부서는 행정안전부다. 나중에 공식 입장을 내놓은 행안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발송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변명처럼 들리기도 했고 일부러 발송하지 않았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계엄령이야말로 진짜 국가 비상사태에 속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지 않았는가?' 어떤 근거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으나 기관의 이름처럼 국민들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주어야 할 것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역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그렇기에 이른바 부작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각자가 속한 위치 해서 냉철하게 그리고 양심에 비추어 국민의 편에 서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계엄의 밤' 이후로 여전히 혼란스럽다. 모든 사태가 언제쯤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 정치인들과 공무원, 모든 국민들에게 바란다. 부디 신념을 저버리지 말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적극적이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소극적이어야 할 때 소극적으로 행동해 주었으면 한다. 오직 그것만이 무너진 사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얼룩소, 페북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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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2024 #윤석열 #?안전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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