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시민촛불’ 집회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노동자,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권우성
윤 대통령의 계엄령은 실패가 아닌 성공이라 해도 무관하겠다. 다소 황당한 주장이지만 탄핵 정부 박근혜씨조차 못했던 계엄령을 선포하고 철회하는 해프닝을 낳고도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그를 비호하고 나섰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당론 추인' 관련 질문에 "탄핵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 추진에 당론으로 반대하기로 했냐'는 취지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보고가 이뤄지는 본회의에 국민의힘은 불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전 0시 10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보고) 본회의에는 안 들어갈 가능성이 많다"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상황들을 보며 시쳇말로 '노답(No答)'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무리 자신들이 정권 창출을 해냈다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대통령을 그대로 두고 보고있는 그들을 보자니 물에 빠진 사람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격으로 보인다.
1979년 10·26 사건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뒤,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은 12·12 군사반란을 통해 군부를 장악하였다. 이후 1980년 5월 17일, 신군부는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사실상 정권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를 강제로 폐쇄하고, 주요 정치인과 재야 인사들을 체포했으며, 언론 검열과 정치 활동 금지 같은 억압적 조치를 시행하였다.
웃프지 않은가?
얼마 전 극장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우리의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말이다. 거기다 대통령은 계엄 발령의 이유를 종북 반국가 세력들 때문이라 했는데 이는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마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을 종북 세력으로 몰았던 그때와 다를 바가 없어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몇 시간 만에 (계엄) 명령을 철회했다"면서 "수천 명의 시위대는 서울에서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계엄 선포로) 아시아에서 미국의 소중한 동맹국 중 하나(한국)에서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으며, 평화적인 반대를 억압하고 경찰국가를 만들었던 전후 독재정권(dictatorial regime)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이미 44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우리는 트라우마가 있다. 그리고 이 생채기는 지울래야 지울 수도 없는 거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얼마 전 타계한 가수이자 연출자인 김민기, 그의 대표곡인 '아침이슬'은 1970~1980년대 우리 시대의 아픔을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덕분에 아주 오랫동안 '금지'와 '저항'의 대명사이자 요즘 시대로 치면 대중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올라 평생을 고생했다.
광주 시민들 역시 5·18 민주화운동을 통해 계엄령 철폐와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강력히 저항했다. 그러나 신군부는 공수부대를 동원해 무력으로 이를 진압했고,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으며, 이후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져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열망을 더욱 고조시켰다. 그만큼 우리는 치열하게 민주주의를 지켰다. 군부 독재에 무릎을 꿇느니 죽음을 택하며 처절하게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이번 윤 대통령의 계엄령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바로 국회 앞으로 모여들어 계엄 해제를 요구하며 저항했다. 심지어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대학생들도 합류했고 멀리 제주도와 진도에서도 한달음에 달려왔다. 시민들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막았고 군인들이 내리는 버스 입구를 몸으로 가로막는 등 평화적인 방식으로 저항하며 '계엄 철폐' 외치고,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의지를 표했다. 국민들은 성숙했는데 이에 반해 정치가 시민의식을 따라오지 못함에 아쉬운 순간이었다.
잊으라 했는데, 잊어 달라 했는데.
그러나 역사는 반복되고, 우리는 다시 한번 과거의 아픔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훈아의 노래 가사처럼 이번 계엄령 사건 역시 국민들은 영영 잊지 못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해프닝이 아니라 독재 정권 시절에나 가능했던 비극을 반복시켰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며 또한, 이런 무지막지한 만행을 저지르고 국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대통령을 여전히 비호하고 나서는 세력들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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