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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윤석열이 뭘 믿고" 아이들도 어이없어 묻는다

[아이들은 나의 스승] 비상계엄을 주제로 열린 수업 시간 '토론 한마당'

등록 2024.12.06 10:18수정 2024.12.0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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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저녁 7시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 하트조형물 앞에서 가칭 ‘윤석열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이 주최한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4일 저녁 7시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 하트조형물 앞에서 가칭 ‘윤석열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이 주최한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보성

지금까지 이렇듯 효과 만점의 계기 교육 자료는 없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분초를 아껴가며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간인데도 다들 시험은 관심 밖이라는 표정이었다.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은 온통 비상계엄 이야기뿐이었고, 끝종이 울릴 때까지 도무지 멈출 줄을 몰랐다. 수업은 물 건너가고 느닷없는 '토론 한마당'이 펼쳐졌다.

"대체 윤석열이 뭘 믿고 비상계엄을 선포했을까요?"

그 누구도 '왜?'라고 묻지 않았다. 워낙 상식과 동떨어진 명령이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 안팎에 불과한 현실에서 계엄령이 국민에게 먹힐 리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여론조사의 결과를 전혀 믿지 않거나 그 추이에 무관심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일을 함부로 벌일 수 있겠느냐는 거다.

한 아이는 코너에 몰린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군 특유의 충성심에 한 가닥 기대를 건 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비상계엄의 '효험'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국방부 장관의 조언에 군 복무 경험이 아예 없는 대통령에겐 솔깃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는 대통령의 고등학교 직속 선배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정도의 사리 분별도" 혀를 차는 아이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텔레비젼 촬영)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텔레비젼 촬영) 이정민

질문이든 답변이든 아이들의 입에선 대통령이라는 직함이 아예 사라졌다. 누구도 윤석열 뒤에 대통령을 이어 붙이지 않았다. 아이들 사이에서조차 이제 더는 그가 대통령이 아니라는 선언과도 같았다. 그들은 정치권의 탄핵과 직무 정지 등의 절차와 상관없이 이미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영부인의 말대로, 윤석열은 진짜 '바보' 아닐까요?"


한 아이는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해제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법적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준비가 너무 허술하고 즉흥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취중에 벌인 해프닝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명색이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률가가 계엄에 대해 명시한 헌법 조항조차 몰랐던 것 같다며 한껏 비아냥댔다.

그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여기는 게 과연 상식적이냐고 물었다. 삼척동자도 알 만한 그 정도의 사리 분별도 안 되는 자가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라는 게 당최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섣부른 결정을 막기는커녕 나 몰라라 한 국무위원들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온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줬으면서도, 달랑 사퇴하는 걸로 퉁치려는 그들의 어이없는 인식과 태도에 혀를 내둘렀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난하던 화살은 우리 사회 기성세대를 향했다. 지난 대선 때 '바보'를 지도자로 선택한 셈이니 반성해야 한다는 거다.

"부모님은 우리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영재가 되라고 허구한 날 다그치시면서, 정작 당신들은 '바보'를 대통령으로 뽑아놨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죠."

다른 한 아이는 대통령이 스마트폰과 SNS의 위력을 간과한 듯하다며, 이번 사달을 코미디에 비유하기도 했다. 당시 국회의사당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 통제 운운하는 건 기껏해야 뒷북이라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비상계엄 소식을 공중파 방송을 통해 처음 들었다는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TV는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의 영상을 큰 화면으로 즐기는 부대 장치에 불과하다.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정보를 얻고 오락을 즐기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KBS를 접수한 정권이 MBC마저 굴복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온갖 권력 기관을 총동원해 온 행태를 아이들은 의아해했다. 그들은 공중파 방송을 '할아버지 세대의 전유물'로 여긴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해제된 그날 밤중의 언론은 단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DM'이었다. 이따금 네이버와 다음 등의 포털은 버벅거렸지만,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방송국인 그들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고 한다. 기성세대가 공중파 방송의 속보에서 눈을 떼지 못할 때, 아이들은 그 밤중에 실시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뉴스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눴다.

"계엄군의 총칼을 거두게 한 셈이니, 스마트폰과 SNS야말로 비상계엄 해제의 '일등공신'이 아닐까요?"

'역대급 빌런' 비판하면서도 반면교사 말하는 아이들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 의장석 지키는 우원식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 의장석 지키는 우원식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성호

아이들의 끝장 토론이 '윤석열 성토장'에만 머물러 있진 않았다. 불과 2년여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으로 퇴행시키고, 단 몇 시간 만에 멀쩡한 국가를 대혼돈으로 몰아넣은 '역대급 빌런'이라면서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가 나왔다. 5.18민주화운동 계기 교육 때 배운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교훈을 되뇌는 아이도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헌법 제77조와 계엄령의 역사는 아이들에게 '필수 교양'이 됐다. 헌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면서 헌법 전체를 읽어보겠다는 경우도 있고, 정부 수립 후 계엄령이 총 17회 발효됐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이를 다루지 않는 교과서를 문제 삼기도 했다. 하야와 피살, 처벌과 탄핵으로 점철된 대통령의 수난사가 곧 대한민국 현대사라며 짐짓 알은체하는 아이도 있다.

그는 계엄령의 역사를 공부하며 알게 됐다면서, 1979년 부마 민주항쟁 당시 계엄사령관의 포고령과 지난 3일 밤 11시에 선포된 그것의 내용상 차이를 비교하기도 했다. 집회와 시위 등 정치적 활동과 파업, 태업 등을 금한다는 것과 언론, 방송의 검열에 관한 내용은 엇비슷하다면서도, 이번 포고령이 훨씬 위압적이라고 꼬집었다. 각 항 말미의 '서술어'에 주목한 것이다.

"부마 민주항쟁 때는 '엄금한다'고 했는데, 이번엔 '처단한다'고 되어 있어요. 45년이나 지났을뿐더러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민주화된 지금의 문구가 훨씬 더 살벌하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는 이번 포고령에 이른바 '의료 붕괴'에 대한 대책을 은근슬쩍 끼워 넣은 게 더 충격적이라며 말을 이었다. 내놓는 대책마다 일을 더 꼬이게 하고, 의료인들과의 대화마저 여의치 않자 결국 비상계엄의 폭력에 기댄 거라고 단언했다. 대책이 없다는 걸 스스로 고백한 셈이라는 거다. 포고령 제5조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때마침 졸업생 제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안부를 묻기도 전에 비상계엄 이야기를 꺼냈다. 대통령 퇴진 요구 대자보를 내걸고 학내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전국 각 대학에서 유사한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번져가는 모양새다. 실명을 걸고 나서는 시위라 조금은 두렵다면서도 분노만 하다 울화병이 생길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했다.

"책에서만 접했던 비상계엄을 실제로 제 생애에 경험하게 해준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조롱의 글귀를 적으려고 해요. 그나저나 지금까지 이토록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대통령이 또 있었을까요. 다음 역사 교과서 개편 때 과연 윤석열 대통령의 행적이 어떻게 묘사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이번 사달로 군과 경찰의 기강 문란이 되레 비상계엄을 무력화시키고 민주주의를 지켜주었다는 '웃픈' 역설과, 이 와중에도 민주주의의 훼손보다 주식과 코인의 폭락을 더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씁쓸한 현실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그보다 몇 배는 더 값진 '소득'도 얻었다. 미래세대 아이들의 시민 의식을 한층 성숙하게 해주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123윤석열내란사태 #헌법제77조 #부마민주항쟁 #계엄사령관포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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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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