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로 국회 의장석 지키는 우원식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성호
아이들의 끝장 토론이 '윤석열 성토장'에만 머물러 있진 않았다. 불과 2년여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으로 퇴행시키고, 단 몇 시간 만에 멀쩡한 국가를 대혼돈으로 몰아넣은 '역대급 빌런'이라면서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가 나왔다. 5.18민주화운동 계기 교육 때 배운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교훈을 되뇌는 아이도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헌법 제77조와 계엄령의 역사는 아이들에게 '필수 교양'이 됐다. 헌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면서 헌법 전체를 읽어보겠다는 경우도 있고, 정부 수립 후 계엄령이 총 17회 발효됐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이를 다루지 않는 교과서를 문제 삼기도 했다. 하야와 피살, 처벌과 탄핵으로 점철된 대통령의 수난사가 곧 대한민국 현대사라며 짐짓 알은체하는 아이도 있다.
그는 계엄령의 역사를 공부하며 알게 됐다면서, 1979년 부마 민주항쟁 당시 계엄사령관의 포고령과 지난 3일 밤 11시에 선포된 그것의 내용상 차이를 비교하기도 했다. 집회와 시위 등 정치적 활동과 파업, 태업 등을 금한다는 것과 언론, 방송의 검열에 관한 내용은 엇비슷하다면서도, 이번 포고령이 훨씬 위압적이라고 꼬집었다. 각 항 말미의 '서술어'에 주목한 것이다.
"부마 민주항쟁 때는 '엄금한다'고 했는데, 이번엔 '처단한다'고 되어 있어요. 45년이나 지났을뿐더러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민주화된 지금의 문구가 훨씬 더 살벌하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는 이번 포고령에 이른바 '의료 붕괴'에 대한 대책을 은근슬쩍 끼워 넣은 게 더 충격적이라며 말을 이었다. 내놓는 대책마다 일을 더 꼬이게 하고, 의료인들과의 대화마저 여의치 않자 결국 비상계엄의 폭력에 기댄 거라고 단언했다. 대책이 없다는 걸 스스로 고백한 셈이라는 거다. 포고령 제5조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때마침 졸업생 제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안부를 묻기도 전에 비상계엄 이야기를 꺼냈다. 대통령 퇴진 요구 대자보를 내걸고 학내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전국 각 대학에서 유사한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번져가는 모양새다. 실명을 걸고 나서는 시위라 조금은 두렵다면서도 분노만 하다 울화병이 생길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했다.
"책에서만 접했던 비상계엄을 실제로 제 생애에 경험하게 해준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조롱의 글귀를 적으려고 해요. 그나저나 지금까지 이토록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대통령이 또 있었을까요. 다음 역사 교과서 개편 때 과연 윤석열 대통령의 행적이 어떻게 묘사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이번 사달로 군과 경찰의 기강 문란이 되레 비상계엄을 무력화시키고 민주주의를 지켜주었다는 '웃픈' 역설과, 이 와중에도 민주주의의 훼손보다 주식과 코인의 폭락을 더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씁쓸한 현실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그보다 몇 배는 더 값진 '소득'도 얻었다. 미래세대 아이들의 시민 의식을 한층 성숙하게 해주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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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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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윤석열이 뭘 믿고" 아이들도 어이없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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