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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 정 많아서 탈, 저런 걸 다 용서하려 하네?

오죽하면 계엄 선포했겠냐고? 국민 기본권 제한한 폭거 저질러 놓고 이 무슨 망발

등록 2024.12.06 12:18수정 2024.12.0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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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의총 소집한 추경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소집한 비상의총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비상의총 소집한 추경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소집한 비상의총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남소연

뇌경색 후유증인 시상통 치료를 받기 위해 나는 현재 다인실 병실에 입원 중이다. 이곳에 유일한 낙은 환자들이 함께 보는 공동 TV인데, 연이어 방송되는 계엄령 특집 방송을 보며 환우들은 다양한 의견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뇌질환으로 말하지 못하게 된 어르신은 뉴스를 보며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아이고, 아이고"란 말만 되풀이한다.

치료를 받으러 재활실에 가도 간호사, 의사, 환자 할 것 없이 연신 윤 대통령의 이야기가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건 마찬가지다. 그만큼 이유가 명확지 않았던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지금 모든 국민은 참담하고 황당한 심정일 것이다. 마치 배우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가상 현실을 주제로 한 영화 <매트릭스>처럼 지금이 현실인지 가상세계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국한된 병원에서도 이렇게 뜨겁게 토론이 벌어지는데 사회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까? 모 정당의 대변자 말대로 대통령이 관심받고 싶어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아주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아마도 우리가 계엄군이라 칭했던 부대에서도 윤 대통령 계엄령 선포가 주된 화제일 거란 생각이 든다.

계엄령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전두환이다. 현재의 군인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의 일들을 그저 역사책이나 영화를 보고 당시 상황을 배웠을 거다. 당시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일으킨 군사 쿠데타 12·12 사태(1979년 12월 12일)와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1980년 5월 17일)는 우리 세대에겐 잊지 못할 비극적인 사건으로 각인되어 있다.

거기다 광주 시민들의 고통을 상상조차 하기 힘든 5.18 민주화운동(1980년 5월 18일)은 신군부가 광주 시민들을 강경 진압하면서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44년이 지난 2024년 12월 3일 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령을 발령하고 군을 움직였다. 아주 오래전 전두환의 모습과 닮아 있었지만, 그때와는 다른 게 있었다. 그건 바로 군인들이었다. 과거 상급자 명령에 복종하며 서슬 퍼런 총칼로 시민들을 덮치며 강제로 시민을 진압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군인들의 모습, 심지어 "다치시니 조심하라", "국민 여러분 한 번만 도와 달라"라고 하는 모습에 이들이 과연 계엄군인가 싶을 정도였다. 이번 계엄령에 대해 '단순 해프닝이다', '대통령이 외로워서 그랬다' 등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TV에서 이런 말들을 하는 모습을 본 중증 환자를 돌보는 간병사 한 분이 이렇게 말한다.

"한국 사람들, 정이 많아서 탈이야. 저런 걸 다 용서하려 하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 주변에 등장한 무장한 계엄군에게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 주변에 등장한 무장한 계엄군에게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권우성

분명히 하자.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중대한 사건이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고 백번 양보해서 여소야대, 발목 잡는 야당 때문에 오죽이나 하면 대통령이 그랬겠느냐는 여당의 말을 다 인정한다 해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를 볼모로 단순히 정치적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가치관을 유린한 죄 그리고 우리 선배들이 군부 독재에 맞서 죽음을 불사하고 지켜낸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점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이 말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최적의 시기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을까?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국민이다. 그리고 신성한 군 복무를 위해 입대했다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엄령에 동원된 젊은이들 역시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다. 만약 실수로 총기 오발 사고라도 발생해 사상자가 나왔다면, 평생 총기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갈 이 젊은 청춘의 인생은 누가 보상하며 누가 위로하겠는가?


토요일(7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이 중요한 순간, 아일랜드 출신 유명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 글귀처럼 되지 않길 기원하며...

"우물쭈물하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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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계엄령 #윤석열 #군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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