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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부모란 '정서적 마동석'이 되는 거랍니다

[서평] 자꾸만 자책하는 나를 보게 될 때... <죄책감과 작별하는 부모>를 읽고

등록 2024.12.09 17:49수정 2024.12.0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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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째 아이를 기르고 있다. 하나도 어려운데 셋을 키우고 있다. 연수가 적지 않으니, 육아에 이골이 났을 거라는 편견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 이웃집은 절대 아니라고 확성기를 들고 외치고 싶을 것이다. 큰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일명 '중2병'을 세게 앓을 때도, 대학 입시를 앞두고 예민해진 수험생일 때도 나는 가끔 한스러운 고함을 내지르곤 했다. 나름 곳곳의 문을 닫고 했어도 새어 나가는, 또는 울리는 소리까지 다 막지는 못했으리라.

큰아이를 성인이 다 되도록 키워봤으니, 아래 두 동생은 아주 수월하게 키울 거라며 기대하는 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실망스러운 답을 할 수밖에 없다. 경험이 있으면서도 매번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미숙한 건지, 아이들이 유별난 건지 참 모를 일이다.

 19년째 아이를 기르고 있다(자료사진).
19년째 아이를 기르고 있다(자료사진).benjaminmanley on Unsplash

최선을 다하지만 보이는 결과가 의도와 다를 때, 정말 좌절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행한 모든 행위에 반항 어린 시선과 거친 답변이 들려오면, 인생이 서글퍼진다. 무엇보다도 자꾸만 자책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그런 걸 거야. 내가 좀 더 참지 못해서, 내가 더 똑똑하지 못해서, 내가 더 기민하게 굴지 못해서....'

후회는 끝이 없다. 그렇게 '육아에 이골'이 나는 대신 '자책에 이골'이 난 시점에 고마운 이로부터 선물이 하나 배달되었다. '죄책감과 작별하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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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지난 5월 갓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이 내 손에 도달했을 때, 나는 먼저 가슴이 먹먹함을 느꼈다. 제목부터 위로가 됐다. 죄책감과 작별하는 부모라니. 야단을 쳐도 미안하고, 너무 과하게 관심 가진 것도 미안하고,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지 못해서 미안한 내 마음이 나만의 마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마다, 누군가 옆에서 정답을 알려주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름 완벽한 엄마가 되어 보겠다고 온갖 애를 다 써 보았다. 하지만 완벽은커녕 매번 실망과 좌절의 연속인 양육의 세계 속에서 나는 늘 혼란스럽고 외로웠다.


사례로 등장하는 부모들, 모두 나였다

그런데 책 한 권이 내 손에 쥐어졌을 뿐인데, 든든한 전문가가 나를 돕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인 서유지 작가는 한국부모교육연구소의 소장이며, 가족상담전문가, 의미치료심리상담사,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 자격증을 소유한 그야말로 전문가였다. 무엇보다도 수년간 현장에서 직접 부모들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쌓인 부모 교육의 정수를 이 책에 모두 펼쳐 놓았다.

사례로 등장하는 부모들은 다름 아닌 나였다. 너무도 비슷한 상황과 감정들이 신기할 정도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나의 어려움과 죄책감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서 어떻게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이 어떻게 그 문제 앞에서 자신을 돌보게 되었는지, 가정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었는지 귀를 기울여 듣는 동안 다름 아닌 내가 회복되고 있었다.

"완벽한 부모는 없습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죄책감을 내려놓으세요. 너무 애쓰지 마세요. 나를 애틋하게 여겨주세요. 억지로 좋은 부모가 되려고 힘내지 마시고, 잠시 그 잃어버린 시간과 꽃같이 예쁜 나를 기억해 주세요. 앞으로 나아갈 힘은 그럴 때 나옵니다." -(본문 중에서)

부모의 죄책감을 어루만져 준 그녀는 '평범한 부모가 충분한 부모'라는 말로 또다시 격려를 퍼붓는다. 그리고 5개의 챕터와 14개의 소제목으로 부모 교육의 진수를 대방출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알기 쉽게 제시함으로 인해서, 실제 양육의 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그 의미와 방법을 친절하게 얘기해 주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얼마든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응원과 지지를 받게 된다.

저자는 구체적인 예시와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읽는 이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일에 탁월함을 발휘한다. 마치 친한 동네 언니로부터 육아 꿀팁을 전수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책 전체를 빠르게 속독하기도 했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하듯 다시 읽으면서 노하우를 내 것으로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읽을 때, 책의 진가는 발휘된다. 실제로 인상 깊은 문구들이 참 많았다. 밑줄도 치고, 메모지에 옮겨 적어 냉장고에 붙여두기도 했다. 그중 가장 내 마음에 오래 남은 한 마디는 이것이었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정서적 마동석'이 되는 겁니다." -(본문 중에서)

그 말의 의미인 즉슨, 웬만한 타격에도 꿈쩍하지 않는 배우 마동석 씨처럼 아이들에게 든든한 어른이 되라는 의미였다.

 내 마음에 오래 남은 한 마디는 '정서적 마동석'이 되라는 말이었다.(자료사진)
내 마음에 오래 남은 한 마디는 '정서적 마동석'이 되라는 말이었다.(자료사진)livvie_bruce on Unsplash

수시로 사건 사고가 터져도 힘이 있는 어른으로, 튼튼한 존재로 버텨 주라는 거였다. 그럴 때 아이들이 안도감을 느끼고 실수를 통해서도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래, 들어와, 들어와, 어디 한번 해봐라. 네가 세상에 태어나 아직 모르고 무서운 게 많지? 그래, 미워하고 좋아하고 한 번 느껴 보고 표현도 해 봐라. 네 안에 있는 공격성, 창조성도 꺼내서 보여주고 한 번 태어난 인생이니 네 삶을 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보렴.

우리는 네 보호자야. 네 부모야. 우리는 어른이다. 네가 아무리 꽥꽥거려도 우리는 크게 타격을 안 받는다. 우리는 안전한 어른이야." -(본문 중에서)

'정서적 마동석'이라는 말은 올 한 해, 내 머릿속에 제일 오래 남아 있는 말 중 하나이다. 내가 나의 자리에서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하니, 마동석이 되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결심하고 나자, 신기하게도 파도처럼 휘몰아치던 마음이 잔잔해지는 놀라움을 경험했다.

세상은 휘몰아치는 파도와도 같다. 모든 영역에서 그 파도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런 세상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 양육의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 주고 정서적으로도 많은 위로와 격려를 안겨준 이 책은 나에게 기준 하나를 선사해 주었다. '정서적 마동석'. 완벽하지는 못하겠지만, 안전한 부모로서 내 아이들의 곁에 있어 주는 것. 그것이 앞으로 내 육아의 현재가 될 것이고, 미래가 될 것이며, 끝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페이스북 그룹에도 실립니다.

죄책감과 작별하는 부모 - 지혜로운 힘을 키우는 부모교육 가이드

서유지 (지은이),
리얼러닝, 2024


#올해의한마디 #책후기 #정서적마동석 #안전한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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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 7권의 웹소설 e북 출간 경력 있음. 현재 '쓰고뱉다'라는 글쓰기 공동체에서 '쓰니신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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