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금호강이 힘차게 흘러간다
정수근
금호강 팔현습지의 상류에 해당하는 대구 동구 반야월쪽 팔현습지를 둘러본다. 가천잠수교를 중심으로 이곳엔 상당히 아름다운 여울이 발달해 있다. 세차게 흘러가는 강물의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겨울이지만, 아침 햇살을 받아서 생기가 함께 흐른다.
여울을 지나면 소(沼)가 나오고 다시 여울이 나오는 극히 자연스러운 강 풍경을 배경으로 겨울철새가 날고, 물고기떼가 유영한다. 주변엔 왕버들 군락이 자리잡은 하중도가 펼쳐진다. 여울과 소를 지나 그 하중도에 올라서 본다.
왕버들과 수양버들이 골고루 자리잡아 형성된 하천숲은 아직까지 푸르름을 잃지 않은 풀들로 인해서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었다. 그렇다. 이곳은 바로 팔현습지 상류에서 볼 수 있는 '비밀의 정원'이다. 끝없이 이어진 아름드리 왕버들 그리고 갓과 이름 모를 푸릇푸릇한 풀들, 그 위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강에 생기를 더한다.

▲ 비밀의 정원 금호강 팔현습지 하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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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의 정원 금호강 팔현습지 하중도. 쓰러진 왕버들 위에 버섯들이 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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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풍경이란 말인가. 금호강 하천숲의 진면목을 이곳에서 만났다. 비밀의 정원 곳곳에 숨은 비경들이 펼쳐지면서 낯선 이방인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풍경도 동시에 만나게 된다.
왕버들 가지마다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걸려 있다. 홍수 때 각종 소하천과 지천에서부터 흘러들어온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들이다. 농사용 비닐에서부터 마대포대나 각종 생활 쓰레기까지... 곳곳에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들가 넘쳐난다. 심지어 정체 모를 둥근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이들을 보고 있으면 아직까지 강에다가 쓰레기를 투기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슬프고 화가 치미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 아름다운 비밀의 정원 곳곳에 인간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들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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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는 다시 강을 만나게 된다. 다시 강물 속으로 내려선다. 그러자 이번에는 강물 표면 위에 붉은 융단이 깔려 있는 듯한 신기한 모습을 만나게 된다. 잘못 보면 무슨 오물이 뿌려졌나 눈살을 찌푸리게도 되지만 자세히 보니 그것은 식물이었다. 푸르렀던 수생식물이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는 풍경이었다.
물개구리밥, 좀개구리밥 같은 수생식물들이 군락을 이루어 함께 물들어가는 풍광. 붉은 융단이 깔려 있는 금호강 팔현습지의 속살이다. 이 얼마나 신비한 아름다움인가. 힘차게 흐르는 여물목을 벗어나 강물이 고여 있는 소에선 이런 수생식물들도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 붉은 융단이 깔려 있는 금호강 팔현습지의 강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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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의 수생식물도 붉은빛으로 단풍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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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는 소를 지나면 힘차게 강물이 흘러가는 여울목을 만나게 된다. 강의 진면목은 바로 이런 여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맑은 겨울 강물이 세차게 흘러가는 여물목은 강의 풍경을 이루는 핵심 요소이자 강을 강답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아닌가 싶다.
여울목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그 위를 맑고 세찬 물소리가 덮어준다. 아름다운 강 풍경의 핵심이자 힐링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가만히 서서 흘러가는 강물과 그 강물이 내는 힘찬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것이야말로 힐링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 금호강 팔현습지 여울목에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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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강물이 흐르는 금호강 팔현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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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존재들의 집, 금호강이여 영원하라!
여울목을 벗어나면 지난 겨울 만났던 수달 집이 나온다. 그러나 그 집은 지난 장마기에 강 전체를 뒤덮은 강물에 휩쓸려 망가지고 말았다. 2층으로 된 독특한 수달의 집엔 세 마리의 수달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
망가진 집을 오매불망 그리워하는지 수달이 다녀간 흔적이 있었다. 물고기비닐과 생선가시가 잔뜩 든 전형적인 수달의 똥이 그곳에 놓여 있었다. 이런 흔적은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작은 모래톱이라도 있으면 수달은 그곳에서 잠시 머물면서 흔적을 남긴다. 몸을 뒹굴기도 하고, 작은 모래성을 쌓기도 한다. 그리고 그 위에 꼭 똥을 싸 흔적을 남긴다. 이곳은 내 영역이라고.
수달뿐 아니라 고라니와 너구리의 흔적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금호강 팔현습지 상류를 탐사하는 내내 고라니의 발자국과 배설물을 만나게 되고, 심지어 고라니가 이동하는 길도 만나게 된다. 너구리 발자국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 수달 똥. 수달이 살던 집에 배설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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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이 모래톱 위에서 잠시 머물러 놀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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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강은 다양한 야생들의 서식처다. 특히 도심하천은 인근이 모두 개발되어 있기에 이들은 강에 고립된 채 강을 기반으로 살고 있다. 따라서 하천은 이들 야생의 존재들의 마지막 남은 서석처요. 바로 그들의 집인 것이다.
수달과 너구리와 고라니의 흔적과 여울과 소 그리고 왕버들 군락과 갓과 같은 식물들이 어우러진 비밀의 정원과 붉은 융단으로 깔려 있는 수생식물과 갈대군락까지...겨울 팔현습지는 곳곳에 아름다운 장식물을 단 채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팔현습지는 강 밖에서 봐도 아름답지만 강 안에서 보는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 가득차 있어요. 이런 모습이 영원히 지켜지면 좋겠어요. 제발 팔현습지를 금호강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좋겠어요."
함께 동행한 대구환경운동연합 서민기 운영위원의 우려와 바람이다. 그의 우려처럼 금호강 곳곳은 개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환경부발 '삽질'인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 구역에 보도교 공사가 예정되고 있고, 홍준표 대구시장발 '삽질'인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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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강 팔현습지 갈대숲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만난 갈대군락. 갈대군락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 정수근
산업화의 아픔을 극복하고 이제 막 되살아나 소생하고 있는 금호강에 다시 대못을 박으려 하고 있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다. 탐욕의 삽질을 거두고 금호강과 그 안의 뭇생명들이 온전히 제 명대로 살 수 있기를, 금호강에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기원해본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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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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