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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속 세종에서 '생명위령제' 열려

[현장] 가덕도, 지리산, 새만금, 설악산, 4대강 생명들을 위해 연대하자

등록 2024.12.08 18:07수정 2024.12.0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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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학살 현장에서 온 활동가들이 만장을 들고 인간 개발로 죽어간 생명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생명학살 현장에서 온 활동가들이 만장을 들고 인간 개발로 죽어간 생명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정수근

 보철거를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문성호 대표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보철거를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문성호 대표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정수근

"우리가 우리를 죽였다. 우리가 설악을 죽였다. 우리가 섬 제주를 죽였다. 우리가 지리산을 죽였다. 우리가 수라갯벌을 죽였다. 우리가 가덕도를 죽였다. 우리가 4대강을 죽였다. 우리의 탐욕이 죽였다. 우리의 침묵이 죽였다. 우리의 개발이 죽였다. 우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죽였다. 우리의 녹색성장이 우리를 자연 생태계를 비인간 존재를 죽였다.

우리가 기후위기다. 우리가 자연재해다. 우리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 오늘 4대종단의 생명위령제는 우리가 설악이라는 선언이다. 우리가 제주라는 선언이다. 우리가 수라갯벌이라는 선언이다. 우리가 지리산이라는 선언이다. 우리가 가덕도라는 선언이다. 우리가 4대강이라는 선언이다.

오늘 올리는 추모사는 우리가 생태학살을 멈추겠다는 약속이다. 우리가 생태학살에 저항하겠다는 약속이다. 우리가 비인간 존재들과 굳건하게 연대하겠다는 약속이다. 우리가 비인간 존재들의 고통에 응답하겠다는 약속이다. 우리가 함께 분노하겠다는 약속이다. 우리가 함께 투쟁하겠다는 약속이다. 우리가 우리를 낳고 기른 존재들과 서로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언약의 자리다."

윤석열의 내란 사태로 전국이 큰 혼돈에 빠져 술렁이고 있던 7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이 쩌렁쩌렁 울렸다. 금강에서 22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 '보철거를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문성호 대표의 단호하고도 절실한 추도사
추도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인간 개발로 죽어간 수많은 생명을 위한 '생명위령제' 열려

바로 전국에서 모인 생명 현장 지킴이들이 인간 개발로 죽어간 생명들의 넋을 함께 위로하고, 앞으로 그들과 연대해서 그들의 편에서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선언의 장을 펼친 것이다.

멀리 설악산에서, 지리산에서, 가덕도에서, 새만금에서, 4대강에서 달려온 이들은 숱한 생명 말살의 현장에서 죽어간 생명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가슴 깊이 추모하는 동시에, 이런 비극을 만들어 온 주역이 환경부요 국토부임을 확인하고, 이들을 강력히 규탄하는 동시에 '3일 연대'를 결성해 앞으로 생명 학살의 현장이 펼쳐지면 그곳이 어디든 3일 안에 달려가 연대할 것을 결의한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생명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각 지역에서 온 활동가들이 해당 지역 만장을 들고 위령제를 올리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생명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각 지역에서 온 활동가들이 해당 지역 만장을 들고 위령제를 올리고 있다. 정수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윤주옥 대표가 지난해 죽은 반달가슴곰 오삼이를 추모하고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윤주옥 대표가 지난해 죽은 반달가슴곰 오삼이를 추모하고 있다. 정수근

지리산에서 올라온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의 윤주옥 대표는 지난해 봄 인간의 약탈적 개발 행위로 명을 달리한 반달가슴곰 '오삼이'를 다시 불러내 떨리는 음성으로 그를 추모했다. 반달가슴곰으로 대표되는, 인간 개발로 목숨을 잃어간, 그 수많은 생명들에게 깊은 명복을 빌고 용서를 구하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지리산을 개발하고 싶어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반달가슴곰이 산다고 자랑하면서 지리산에 케이블카, 산악열차, 골프장, 도로를 만들고 싶어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냐고? 그렇게 되도록 뭘 하고 있었냐고? 미안해. 나와 내 친구들, 우리들은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 모두를 막아낼 힘은 없나 봐. 미안해.

인간들은 필요 이상으로 욕심 부리고 더 많이 가지려 분노하고 닥치는 대로 빼앗는 일들이 일상이야. 그러한 행위에 모든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지리산만이 아니야. 인간들은 공항과 댐, 케이블카, 골프장, 매립장 등으로 온 천지를 공사판으로 만들고 있어. 갯벌도, 강도, 바다도, 숲도, 땅 아래도, 하늘 위도 그 어디 한 곳도 놔두지 않고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거야.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너희들의 삶터가 사라진다는 거. 그런 곳에서는 인간도 생존 불가능하다는 걸, 그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는 거를 왜 모르는 걸까?"

 4대 종단의 종교인들도 생명위령제에 함께했다.
4대 종단의 종교인들도 생명위령제에 함께했다. 정수근

 천주교 전주교구 김회인 신부님이 인간 개발로 죽어간 생명들을 위한 기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천주교 전주교구 김회인 신부님이 인간 개발로 죽어간 생명들을 위한 기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정수근

윤주옥 대표의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추도사에 이어 4대 종단인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의 추모의식이 진행됐다. 4대 종단 각자의 방식으로 국가폭력과 인간의 탐욕으로 죽어간 생명을 추모했다. 먼저 천주교 전주교구 김회인 신부는 간절한 기도의 방식으로 그렇게 죽어간 생명들을 추모했다.


"창조주며 구원자시며 지구와 모든 생명의 보호자이신 주님께서 이 세상 모든 창조물과 여러분 모두와 함께 새만금, 가덕도, 제주, 설악산, 지리산, 낙동강, 영산강, 금강 이밖에도 수많은 곳에서 인간의 욕망으로 희생된 생명들, 내 누이요 형제이며 자매이기에 산과 바다와 들판 그리고 갯벌의 부르짖음과 멸종위기에 처한 생명의 통곡들은 저희의 아픔입니다.

지금 드리는 기도 안에서 이러한 소리에 귀를 닫고 살아왔던 이들을 대신하여 반성하고 욕망에 사로잡혀 자연을 착취하며 불의를 키워간 이들의 회개와 수많은 생명이 곧 자연 그대로 서로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성서대전과 대전기독교회협의회 목사님들이 인간 개발로 죽어간 생명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추모의식을 행하고 있다.
성서대전과 대전기독교회협의회 목사님들이 인간 개발로 죽어간 생명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추모의식을 행하고 있다. 정수근

 광제사 원행스님이 추모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광제사 원행스님이 추모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정수근

 활동가들이 각각 해당 지역 만장을 들고 도열한 가운데 원불교 노원교구 교무님들이 추모 의식을 행하고 있다.
활동가들이 각각 해당 지역 만장을 들고 도열한 가운데 원불교 노원교구 교무님들이 추모 의식을 행하고 있다. 정수근

이어 개신교 목사님과 불교 스님과 원불교 교무님들이 차례로 나와서 방식은 조금씩 다르나 같은 뜻의 추모의식을 진행했다. 성서대전과 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 목사님들과 세종 광제사 원행 스님 그리고 원불교 노원교구 교무님들이 각 종단의 방식으로 위령제를 올렸다. 그것은 그 어느 곳의 추모제보다 엄숙하고 간절해 보였다.

생명위령제에 앞서 이날 행사에 걸맞은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서예가 김성장 선생이 그의 제자들과 달려와 붓으로 먼저 간 넋들을 위로하며 "강은 산을 넘지 않고 산은 강을 막지 않는다. 생명 파괴 중단 비상계엄을 선포하라!"는 사자후 같은 작품을 남겼다.

 서예가 김성장 선생이 대형 만장 글씨를 쓰고 있다.
서예가 김성장 선생이 대형 만장 글씨를 쓰고 있다. 정수근

 김성장 선생과 그 제자들이 만장 글씨를 현장에서 쓰고 있다.
김성장 선생과 그 제자들이 만장 글씨를 현장에서 쓰고 있다. 정수근

생명 학살 주역 환경부와 국토부 규탄한다

또한 이 모든 파괴와 생명 말살의 원인이라 지목되는 환경부와 국토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멀리 설악산에서 달려온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정인철 사무국장은 다음과 같이 환경부를 규탄했다.

"환경부는 단 한 번도 환경부인 적이 없었다. 우리가 그 부분을 오해해서는 안된다. 이명박 정부때부터 전 국토를 개발하라고 하는 그 지침을 따른 자들이 환경부다. 전경련과 박근혜 정부와 결탁한 전 국토를 파괴한 주체가 바로 환경부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잠깐 환경부인 척했던 사람들이 환경부다.

설악산은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들을 지난 10년 동안 견뎌왔다. 그때마다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연대의 힘이었다. 바로 이 자리에 있는 가덕도의 힘, 지리산의 힘, 4대강의 힘, 제주의 힘, 그 힘들이 연대의 힘으로 모아져서 지금껏 버텨왔다. 단 한 번도 저들에게 져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함께하겠다."

 참가자들이 스님의 추모의식 속의 독경을 경청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스님의 추모의식 속의 독경을 경청하고 있다. 정수근

 설악산에서 달려 온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정인철 국장이 환경부를 규탄하고 있다.
설악산에서 달려 온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정인철 국장이 환경부를 규탄하고 있다. 정수근

또 멀리 부산에서 달려온 낙동강네트워크 강호열 대표는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섬 가덕도를 죽이려는 국토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태백의 함백산 발원지로부터 시작한 그 물줄기가 굽이굽이 쳐서 낙동강 하구에 도달하는데 하구는 습지보호구역, 문화재 보호구역, 자연보호구역 4개의 법으로 거기를 보호하려고 1960년도부터 지정한 곳이다. 그러니까 이게 환경이라는 의제가 없을 때부터 낙동강 하구에 대한 가치가 이미 박정희 시절부터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무시하고 낙동강 하구에 신이 내린 정원을 없애고 가덕을 없애고 눌차만의 물길을 돌리려고 하는 이 극악무도한 이러한 행위를 정치권이 결정했고 이것을 여기 있는 국토부에서 실행하고 있다. 가덕을 죽이려는 국토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만장을 들고 도열해 앉은 활동가들이 위령제에 동참하고 있다.
만장을 들고 도열해 앉은 활동가들이 위령제에 동참하고 있다. 정수근

또 저 멀리 제주에서 달려온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박찬식 공동집행위원장도 더 이상의 제주 파괴를 막겠다며 다음과 같이 결의를 다졌다.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으로 제주도 곳곳에 삽질을 해서 파헤쳤다. 제주도에 소중한 생태계가 자리잡고 있는 중산간이 파헤쳐졌고 마을 공동목장이 골프장으로 리조트로 바뀌었다. 해안 경관도 다 파괴됐다. 바다는 오폐수로 오염돼서 제주도의 청정바다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제2공항까지 지어진다면 우리가 아는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제주도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지켜야 될 삶의 보금자리가 있고 지켜야 될 생명들이 있다. 더 이상 "제주를 파괴하지 마라. 제주도는 국토부에 식민지가 아니다"라고 우리들은 싸우고 있다. 우리들은 도민들을 믿고 싸우고 반드시 제2공항을 막아낼 것이다. 제주도에서부터 더 이상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정부에 10조, 5조 이런 돈을 갖다주는 이유로 국토를 파괴하고 생명을 죽이는 이러한 개발만능주의, 개발지상주의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전환점을 제주에서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

 설악산, 지리산, 새만금, 가덕도, 4대강을 호명하며 지켜주겠다 결의하고 있다.
설악산, 지리산, 새만금, 가덕도, 4대강을 호명하며 지켜주겠다 결의하고 있다.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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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줄게 생명위령제를 모두 마치고 현장을 호명하며 그곳의 생명들을 지켜줄 것을 다짐하고 있다. ⓒ 정수근


이렇게 이들의 두 시간에 걸친 생명위령제는 마무리되었다. 이들은 인간의 탐욕적 개발 행위로 죽어간 생명들의 혼을 달래고 그러면서 남아있는 생명들의 더이상의 죽음을 막겠다는 결의의 시간을 다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함께 "설악산아, 지리산아, 제주도야, 가덕도야, 4대강아, 지켜줄게!" 외치며 행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생명위령제 #환경부 #국토부 #4대강 #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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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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