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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으로 내몰리는 청년들, 그들의 이야기

['쉬는 청년', 그 현실을 보다 ①] 가혹한 노동환경, 회사 내 인간관계 문제가 고스란히 개인의 몫

등록 2024.12.11 12:16수정 2024.12.1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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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쉬는 청년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통계청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으나, 막연히 쉬고 싶어 하는 사람’을 쉬었음 인구로 분류하고 있다. 과연 청년들은 정말 ‘막연히’ 쉬고 싶어 쉬고 있을까. 본격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가꾸어갈 시기에 많은 청년이 쉬는 청년으로 전락한 원인을 살펴보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기자말]

 ‘쉬는 청년’ A씨(29세)가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쉬는 청년’ A씨(29세)가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유경

"쉴 수밖에 없어요."

지난 10월 어느 오후, 한 카페에서 29살 A씨를 만났다. 2020년, 25살에 한 대학의 게임학과를 졸업한 그는 게임업계 중소기업 다섯 곳을 거친 후 현재 쉬고 있다.

2023년, A씨는 퇴사를 결정했다. 주변에서는 "경제 사정과 업계가 불안하니 적어도 1년은 버텨서 경력을 쌓고 이직하자", "지금 그만두면 다음 회사에 들어가기 힘들 것이다"와 같은 걱정을 늘어놓았다.

주변인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간관계 때문에 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털어놓았다. 회사에서 매니저로 근무했던 A씨는 직원 간 이견을 조율하는 일이 많았다.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A씨가 혼자 떠맡게 됐고, 극도로 지쳐갔다. 그는 "본래 직원 간 갈등 문제는 회사 차원에서 조율해야 하지만 회사는 무관심했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인간관계에 지쳐 마지막 직장에서 퇴사한 것이 작년 6월이다.

오전 7시에 일어난 A씨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직장을 다니던 중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자유다. 산책 후에는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이후 니트생활자에서 운영하는 '니트컴퍼니' 관련 업무를 시작한다. 니트생활자는 무업 상태의 청년들을 연결하기 위해 2019년 만들어진 단체다. 이곳은 무업 청년들이 '백수'라는 꼬리표에 고립되는 대신 다양한 모임 활동으로 서로 교류하고, 무업 기간을 새로운 전환의 시간으로서 보낼 수 있게 돕는다. 2021년 공식 사단법인으로 설립되어 현재 박은미 대표와 전성식 대표가 공동 운영 중이다.

니트컴퍼니는 그런 니트생활자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지난 2월 기준 시즌 16을 맞이하고 있다. 시즌당 약 12주간 100여 명이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에선 무업 청년들이 실제 회사처럼 출퇴근과 회의를 하고 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그 업무를 내가 하고 싶은 일, 취미활동으로 채우면 된다는 점이 다르다. 대표적인 예시가 니트컴퍼니 활동의 일종인 '닛커넥트'다. 닛커넥트에서는 무업 기간의 청년들이 주선하는 여러 소모임, 일명 '우주선'에 참여하거나 직접 '우주선'을 쏘아 올릴(소모임을 주최할) 수 있다. 일상적인 우주선(소모임)들도 많아서 A씨는 독서와 펜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자기계발이나 단체모임은 직장에 다니면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니트컴퍼니에 소속된 청년들이 모임 활동을 가지고 있다.
니트컴퍼니에 소속된 청년들이 모임 활동을 가지고 있다. 니트생활자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A씨는 니트컴퍼니 업무의 연장선으로 책을 읽거나 자기개발을 이어간다. 그는 쉬는 기간이라고 해서 마냥 쉬지만은 않는다. 언젠가 자신이 일한 게임업계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다.


A씨는 "매니저로서 기획자, 개발자 등 다양한 직군과 조율하려면 관련 지식을 끊임없이 익혀야 해요"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관련 서적을 읽거나 게임 전문 용어 등을 학습한다. A씨는 취미 또한 놓치지 않았다. 액세서리를 만드는 취미가 있는데, 플리마켓에 출품하기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졸업 후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A씨에게 이번 '쉼'은 장기적인 첫 쉼표라 할 수 있다. 쉬는 기간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보기도 하고, 진로에 관한 고민을 해소하기도 했다. 그의 '쉬는 시간'은 쉼을 통해 얻은 자유, 취업에 대한 걱정, 나를 챙기는 시간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네가 나약해서 그래" … 청년들이 직장에서 살아남기

A씨는 이전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고 일자리를 다시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직장에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상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처로 청년들은 취업시장에 다시 발을 담그지 못하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그저 쉬는' 것처럼 인식한다. A씨는 이러한 정신적 스트레스 상황에 공황장애가 온 사람도 많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거쳐왔던 직장에서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밤새워 일하고 아침 8시에 집에 오면 눈만 붙였다가 1시간 만에 다시 출근하는 날이 지속됐다. A씨는 "한 일주일을 그렇게 지내니까 잠을 회사에서 자게 되더라"라고 토로했다. 일하던 상태 그대로 의자에서 졸거나, 의자를 몇 개씩 붙여놓고 쪽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견디다 못해 다른 회사로 옮겼지만 마찬가지였다.

니트컴퍼니 청년들의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인력이 적은 중소기업일수록 노동 환경은 가혹했다. 어떤 회사들은 신혼여행조차 노트북을 들고 가게 하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황에도 업무를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회사 내 인간관계 문제들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었다.

한계 끝에 정신질환이 와도 돌아오는 건 "네가 나약해서 그래"라는 시선과 회사의 방치였다. 청년들이 마음의 상처를 회복할 길은 퇴사뿐이었다. A씨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회의감이 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다음 직장을 못 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쉬는' 기간, 회복과 조바심의 사이에서

A씨는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을 먹은 뒤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력서를 새로 작성하고 신규 채용 공고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쉬는 청년 중에는 구직 의사가 없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는 다시 직장을 잡고 싶다. 쉬는 동안 이전 직장들에서의 상처를 잘 치유한 뒤, 경력을 인정받아 그에 맞는 연봉을 받고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곳에 취직하길 원한다. 하지만 취업시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는 '쉬는 청년으로 지내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조바심'이라고 답했다. 작년 6월 마지막으로 퇴사했을 당시, A씨에게 '쉼'이란 회복의 시간이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피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쓰며 취미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즐거웠다. 하지만 쉬는 나날이 길어지자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쉰다는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무시하기란 어렵다. 경제생활을 멈춘 후 찾아오는 금전적 부담도 컸다.

무엇보다 A씨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음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찌어찌 서류심사에 합격해 면접을 보러 가면 "왜 쉬었나요?", "이 기간에 무엇을 했나요?"라는 질문이 어김없이 따라왔다. 그럴 땐 아팠다거나, 자기개발을 했다거나, 하다못해 여행을 다녀왔다는 말이라도 해야 했다. 이유 없이 쉬는 것은 게으름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취급이 온당할까. A씨를 비롯한 청년들이 왜 쉴 수밖에 없는지 모두가 고민해 볼 수는 없을까. 쉬는 청년 70만 명 시대,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할 때이다.
#쉬는청년 #청년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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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재학생이자 기자 지망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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