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담회 중계 보는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대통령 대국민 담화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양자물리학의 세계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 한다. 언어의 길이 끊겼다, 말이 안 된다. 말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라는 뜻이겠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학자 슈뢰딩거Schrödinger는 이 곤혹스러운 난제를 조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죽어 있기도 하고 살아있기도 한 고양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아인슈타인과의 토론을 거쳐 1935년에 제시한 일종의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과학적인 주제를 논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죽어 있기도 하고 동시에 살아 있기도 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오늘날 우리 대통령의 상태를 말해주지 않는가 하는 한가한 의문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대중 문화에 변용되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1974년 "Schrödinger's Cat" (Ursula K. Le Guin 작) 라는 단편 소설이 나오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그 뒤로 이 괴이한 고양이는 상상과 공상을 자극하고 피어올렸다. 많은 공상 과학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소설외에도 영화,시 연극, TV, 만화, 음악 및 웹툰에 등장한다.
이 고양이는 물리학 자체보다 대중문화에서 더욱 널리 소비되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고품격 유머로 빛을 발하기도 한다. 예전에 한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근무했을 때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일상 대화에서 유머로 사용되어 웃음을 자아내는 경우를 몇 번 보았다. 당시 IMF시절이어서 너무 쪼들린 나머지 나는 여행은 커녕 10불도 채 되지 않은 골프(퍼블릭)도 치지 못했다. 주말에 헌 책방을 돌아다니는 게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양자 물리학 관련 서적이 나의 표적이었다. 타는 듯한 궁금증이 그것을 향하고 있었다.
영문과 출신의 외교관인 내게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였다. 버클리대학 물리학과 유학생들을 집에 초대하여 밤새 그 고양이를 안주(?) 삼아 토론을 벌이느라 아까운 술을 축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오늘 다시 그 고양이를 꺼낸 것은 순전히 그 사람 때문이다.
그 기이한 사람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도 하고 동시에 내란 혐의자이기도 하다.
대통령으로서 존재하기도 하고 동시에 부존재 상태이기도 하다. 살아있으면서도 동시에 죽어 있고 죽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살아 있다. 죽어 있는가 하면 인사 결재를 한다. 죽어있기도 하고 살아 있기도 하며, 국군 통수권자이기도 하고 동시에 군사 반란자일 수도 있는, '슈레딩거의 고양이'가 21세기 대한민국에 환생할 줄이야.
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슈레딩거에 의하면 어떤 실험(검증)을 실시하면 고양이의 상태 즉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전에는 고양이가 살아있기도 하고 동시에 죽어 있기도 하는 언어도단의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가 대통령인지 내란범인지, 죽어 있는지 살아있는지를 빨리 확인해야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언어도단의 혼란이 더욱 극심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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