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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앙라이에서 집 구하기, 이건 꼭 있어야 해요

    [태국 치앙라이에서 겨울 보내기] 한국인 장기 여행자들의 공통된 소망, 주방

    등록 2024.12.12 09:06수정 2024.12.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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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두어 달 씩 장기여행을 했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떠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한 곳에 머무르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늘 배낭을 메고 가볍게 여행을 떠났다. 그랬는데 올해는 배낭 대신 캐리어에 짐을 챙겨 왔다. 떠도는 여행에서 머무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동남아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꿀벌도 치고 농사도 지으며 한국에서 지냈지만 벌이 잠을 자는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났다. 말하자면 우리도 '동면'을 취한 것이다. 남편이 퇴직을 한 그해 겨울부터 동남아 겨울살이를 했으니 올해가 여섯 번째 장기여행인 셈이다.


    떠도는 여행에서 머무는 여행으로

     작년에 머물렀던 태국 치앙라이의 숙소
    ▲ 작년에 머물렀던 태국 치앙라이의 숙소 이승숙

    그동안 동남아의 여러 나라에서 겨울을 보냈다. 베트남 달랏과 나트랑, 태국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인도네시아 발리 등이 우리가 겨울을 보낸 곳이다. 두어 달 씩 한 도시에서 머무르며 여러 형태의 숙소에서 지냈다. 호텔에서 머무른 적도 있고 집을 빌려 지낸 적도 있었다.

    빌린 집의 형태는 다양했다. 아파트도 있었고 다세대 형식의 집도 있었다. 여행자들이 여럿 머무는 공동 주택에서도 지내봤다. 그곳은 호텔과 단독주택의 중간 정도 개념의 숙소로 공유 주방이 있어 간단하게 밥도 해먹을 수 있었다.

    '방'과 '집'의 같은 점과 다른 점

    여러 형태의 숙소에서 지내면서 '방'과 '집'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단독 주택이나 아파트 등은 '집'이라고 할 수 있다면 호텔은 '집'이라기보다 '방'일 뿐이었다. '방'은 그저 잠 자고 쉬는 곳일 뿐 능동적인 공간은 아니었다. 그에 비해 '집'은 잠자는 공간만이 아닌 또 다른 것도 가능한 곳이었다. '집'에서는 능동적으로 살 수 있었다. 주어진 것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자유로운 삶이었다.


    겨울 동안 지내기 위해 다시 태국의 치앙라이로 왔다. 지난 겨울에는 리조트에서 지냈지만 이번에 지낼 곳은 원룸 형식의 아파트다. 이곳에서는 밥을 해먹을 수 있다. 작지만 주방도 있고 식탁도 있으니 방(Room)이 아니라 집(House)인 셈이다.

     태국 치앙라이의 원룸형 아파트
    ▲ 태국 치앙라이의 원룸형 아파트 이승숙

    치앙라이는 태국 최북단에 있는 전원도시다. 자연과 예술 그리고 커피의 도시라고 알려졌지만 그보다 휴양과 휴식의 도시라고 말하고 싶다. 치앙라이에서는 특별히 뭘 하지 않고 그저 고요히 머물기만 해도 된다. 봄부터 가을까지 부지런히 살았던 자신에게 휴식을 주는 곳이 바로 치앙라이에서의 나날이다.


    치앙라이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오는 한국 장기 여행자들은 주방이 있는 집을 구하고 싶어 한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석 달까지 치앙라이에서 지내니 호텔이 아닌 집을 구한다. 그러나 주방이 있는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이곳은 단기로 집을 빌려주는 경우는 흔치 않고 1년씩 빌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두어 달씩만 머무는 한국의 장기여행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조건이다.

    '주방'이 있는 집은 없을까?

    모든 것이 내게 맞게 다 갖춰져 있는 편리하고 안락한 내 집을 두고 왔다. 여행지에서는 한 칸 짜리 방에서 지내야 하니 불편할 것은 안 봐도 알 수 있다.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기서 오래 살 것도 아니니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낸다. 그러나 주방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주방이 있는 숙소를 얻기 위해 발품을 팔고 정보를 얻는다.

    우리나라도 빌려주는 집의 경우 일 년 이상은 빌려주지만 두어 달 빌려주는 집은 잘 없을 것이다. 호텔이나 여관 방에 주방이 딸려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이곳 치앙라이 역시 마찬가지다. 일 년 빌려주는 집은 있지만 한두 달만 빌려주는 집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또 호텔들은 주방이 없는 게 당연하다. 주방이 있는 숙소는 어디 없을까? 한국인 장기 여행자들의 공통된 소망이다.

     간이 주방도 있고 식탁도 있다.
    ▲ 간이 주방도 있고 식탁도 있다. 이승숙

    작년에 머물렀던 숙소는 인근에서는 꽤 좋다고 알려진 곳이었지만 역시 주방이 없었다. 며칠 여행이라면 주방이 없어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한 달 이상 지낼 계획이라면 주방이 있는 게 좋다. 사먹는 밥도 하루 이틀이지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면 사먹는 밥도 질린다.

    우리 부부도 그랬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테라스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그곳을 주방인 양 사용했다. 주방 기구라야 아주 간소하다. 2인용 전기밥솥에 전기 쿠커가 조리도구의 전부다. 그래도 이런저런 음식을 해먹으며 한 달 보름 동안 잘 지냈다.

    다시 신혼으로 돌아갔다

    올해는 가성비가 높다고 소문난 곳에 방을 얻었다. 인근에 있는 대학교의 학생들에게 빌려주기 위해 지은 이 건물은 일종의 원룸형 아파트다. 4층 짜리 두 개 동의 이곳 숙소에는 학생들도 거주하고 있지만 겨울이면 한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많이 머무른다. 매년 오는 분들인지 정해둔 방이 이미 있다.

     방도 제법 넓어서 사는 데 크게 어렵지 않다.
    ▲ 방도 제법 넓어서 사는 데 크게 어렵지 않다. 이승숙

    이 숙소는 한 달 빌리는 값이 참 헐하다. 한 달에 20만 원 내외이니 부담이 없다. 그래서 아예 장기로 방을 빌려두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일 년 빌리는 경우는 가격이 더 싸니 아예 일 년 빌려두고 여름에도 이곳으로 와서 두어 달씩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치앙라이 내 집'인 셈이다.

    주방이 있는 숙소를 얻었다. 식탁까지 있으니 여기는 '방'이 아니라 '집'이다. 접시 두어 개, 국그릇 두 개를 샀다. 도마며 칼이며 숟가락 젓가락도 샀다. 필요한 것은 많았지만 최소한의 도구만 구비해놓고 살림을 산다. 소꿉놀이 같은 살림이다.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 것 같다. 단 칸 짜리 방에서 시작한 우리의 신혼살림도 간략했다. 서툰 살림이었지만 알뜰히 가꾸고 챙겼다. 그 결과 오늘의 우리가 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지금 우리는 다시 신혼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동남아겨울살이 #태국치앙라이 #치앙라이 #집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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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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