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평생 먹고 배설한 양은 내 몸무게의 수백 배는 될걸?
허관
쉽게 말해 생명체가 커가면서 감소하는 엔트로피 양보다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증가하는 엔트로피 양이 많다. 결과적으로는 생명체는 엔트로피 증가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다른 생명체보다 인간은 엔트로피 증가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 우주를 지배하는 절대적 존재가 있다면 마구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을 칭찬하겠지.
지구의 허용 가능한 엔트로피는 정해져 있고, 그 값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엔트로피가 허용가능한 임계점을 넘어가게 되면 끝이다. 엔트로피를 반대 방향으로 흐르게 할 수는 없으니, 우리는 엔트로피 증가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제러미 레프킨 '엔트로피'중에서>
엔트로피는 방향성으로 표시한다
엔트로피의 좁은 의미로는 열의 이동으로 인한 에너지의 증가 또는 감소 정도를 나타내는 양이다. 예를 들면 같은 상태에서 온도가 높다는 건 분자나 원자들이 빠르게 이동한다는 의미며, 반대로 온도가 낮다는 건 느리게 운동한다는 의미다. 이 두 물체를 섞으면 빠르게 운동하는 물체의 분자나 원자가 느리게 운동하는 물체로 이동하여 섞인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날 때 차가운 물을 적신 수건을 이마에 대면 열이 내려가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다. 수건에서 찬 기운이 이마로 옮겨져 열을 내린 게 아니라, 몸의 뜨거운 열이 찬 수건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항상 열은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하고, 이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가 좁은 의미의 엔트로피다.
그리고 넓은 의미의 엔트로피는 인간이 늙고 죽고, 우주가 계속 팽창하여 끝내는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 우주가 완벽한 무질서로 계속 직진한다는 것이다. 좁은 의미든 넓은 의미든 엔트로피의 최종 목적지는 열적 평행 상태다. 뜨거운 이마에서 차가운 수건으로 열이 이동하여 이마와 수건의 온도가 같거나, 우주가 계속 팽창, 즉 빅뱅 직후의 초고온 상태에서 저온 상태로 변하다가 우주 어디에나 온도가 같은 열적 평행 상태가 되면 더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날씨 이야기를 한다면서 왜 생뚱맞게 엔트로피?
날씨의 변덕은 모두 열 때문이다. 북쪽의 차가운 기단과 태평양에서 발달한 따뜻한 기단이 우리나라에서 만나 생긴 정체 전선으로 여름철 장마가 이어지고, 겨울철 차가운 북서풍이 따뜻한 서해를 지나면서 눈구름이 형성되어 겨울철 서해안에 폭설이 내리며, 한여름 뜨겁게 달궈진 지면의 공기가 가벼워지면서 급속하게 상승하는 바람에 적란운이 발달하여 소낙비가 내린다. 이렇듯 날씨는 차가움과 뜨거움의 치열한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엔트로피의 개념을 몰라도 날씨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맨눈으로 별을 관찰하다가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엔트로피의 개념을 알면 날씨 이야기가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될 것이다.
우리 우주의 모든 존재는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한다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너무 막연하고, 정의조차 머릿속에서 오락가락할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왜 엔트로피를 가장 먼저 언급했는지 이해할 것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엔트로피
왜 차가운 걸까?(동아 출판 과학 2, 251쪽)
은수와 지우가 눈싸움을 하고 있다. 눈을 뭉치고 눈덩이를 던지며 한참을 놀았더니 두 손과 얼굴이 모두 꽁꽁 얼어 차가워졌다. 그런데 눈덩이를 만지면 왜 차가운 걸까?
⇒ 얼핏 생각하면 눈의 차가움이 손으로 옮겨져서 손이 차가워진 것 같지만, 이는 틀린 답이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의하면 열은 항상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한다. 손바닥의 따뜻한 열이 눈덩이에 뺏겨 손이 차가워진 것이다.

▲열의 이동 항상 고온에서 저온으로 흐른다.
허관
빅뱅 우주론(미래엔 지구과학 1, 191쪽)
우주가 하나의 점으로부터 대폭발(빅뱅)하여 생성되었고, 계속 팽창하면서 냉각되었다는 이론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우주가 더 작고 뜨거웠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라 우주는 계속 팽창하면서 점차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한다. 그렇게 열이 이동하다 보면 언젠가 온도가 같아질 것이다.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하던 열도 더는 이동하지 않는다. 이를 열평형 상태라고 한다. 우리 우주는 끊임없이 열평형 상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좀 더 깊이 들어가기>>
열 평형상태를 열 죽음(Heat Death)이라고도 한다. 열 죽음은 엔트로피가 최대화되어 우주에 쓸 만한 에너지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우주의 온도는 어디나 동일하며, 물질이 점점 더 작게 쪼개져, 더는 물질 간 상호 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생명체는 물론 어떤 형태의 움직임도 없다. 인간으로선 완벽한 종말이지만, 우주는 완벽한 평온함이라고나 할까.
남극 펭귄 생포 작전
허관 (지은이),
비룡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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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서 24년간 근무했다. 현대문학 장편소설상과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최근작『남극 펭귄 생포 작전』(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블루픽션-85)은 2024년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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