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진정 걱정한다면, 대통령직 포기하라

[주장] 심리 상담 예산을 논하기 전에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길

등록 2024.12.10 10:27수정 2024.12.10 10:27
0
원고료로 응원
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세대가 계엄령을 경험한 꼴이 되어버렸다.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못 했고 바라지도 않았던 상황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를 이런 식으로 확인하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

12월 3일 윤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는 모든 국민들에게 실로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겼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달려간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2시간 여만에 계엄 해제를 의결했고 새벽 4시 반이 되어서야 윤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언함으로 큰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받은 상처와 아픔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과거에 계엄 시대를 지낸 경험이 있는 기성세대들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크게 받았을 것이다. 계엄령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닌 무게감과 공포감을 알기에 그렇다.

계엄을 역사책 안에서만 보고 들었던 지금의 세대들은 어떨까? 태어나 처음 겪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빛나는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온 그들에게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모든 세대는 공통적인 불안감에 휩싸이게 됐다. 세대 차이가 사회적 문제라지만 이런 감정까지 공유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불안감은 점점 혼란으로 바뀌었고 지난 7일 탄핵안 부결을 기점으로 큰 분노로 바뀌기에 이르렀다.

분노는 국민들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들었다. 세대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로 광장이 가득 채워졌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모인 군중들, 하지만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하나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인근에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촛불과 응원봉을 든 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인근에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촛불과 응원봉을 든 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다. 권우성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목소리다. 지금의 상황이 언제쯤 종결될지는 불투명하지만 분명한 건 시간이 흐를수록 광장의 소리는 더욱 커지게 되리라는 점이다. 계엄 해제 되었음에도 우리 모두의 불안과 분노를 자아낸 원인은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다. 그가 아직도 대통령의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얼마든지 극단적인 권력 행사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가 그 자리에 있는 한 전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는 물론이고 뉴스를 보니 걱정과 혼돈에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민들에게 지금의 사태는 정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국가 최고 권력자가 일으킨 초유의 내란 사태가 전 국민의 마음 상태를 거대한 폭풍 속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국민들의 심리 상태가 이러한데 다른 지표 역시 좋을 리 없다. 환율과 주식 등 경제적인 전망도 좋지 않고,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급감했다. 무엇보다 외교적으로도 부정적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케이팝의 인기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한국의 위상이 한창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이런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다니. 국가 이미지는 매우 큰 손실을 입고 말았다. 시간이 급하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국내외적으로 불안감은 끝도 없이 상승하게 될지 모른다.

기자회견 하는 한강 작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 하는 한강 작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모든 사태로 인해 생긴 대가는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 뻔하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 불안 요소를 줄여도 부족한 마당에 정치적, 사회적 불안정성 마저 가중되었다. 신속하게 국정이 정상화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마음 건강 역시 계속 나빠질 것은 명약관화다.

지난 7월부터, 정부는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사업'이라는 복지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다. 해당 사업은 우울과 불안 등으로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바우처 형식으로 상담 비용을 지원해 준다. 본인 부담금을 줄여줌으로써 심리 상담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는 해당 사업이 '김건희 여사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는 데 있다. 김건희 여사가 자살 예방 등에 관심을 표하면서 해당 사업의 예산은 내년 기준 약 508억 원 규모로 편성되었다. 이는 올해 예산액보다 35억 8100만 원 늘어난 금액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는 등 졸속 추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큰 금액이 투입되는 새로운 사업일수록 산출 근거는 명확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10월, 국회 예산 정책처에서는 예산안 규모가 적정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민주당은 올해 해당 사업의 예산 집행률이 12%에 그쳤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3년 9월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괜찮아, 걱정마 마음 건강을 위한 대화' 행사에 참여한 김건희씨
지난 23년 9월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괜찮아, 걱정마 마음 건강을 위한 대화' 행사에 참여한 김건희씨 대통령실

대부분 정부 예산안이 감액된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 투자 지원 사업 역시 감액된 금액으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고 있으니 더 이상 여야가 협상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들의 정신건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 사회에서 우울증은 만연한 지 오래고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20년째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까지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신중하게 검토해서 정하는 것이 옳다. 특정 항목의 예산이 높아질수록 다른 부분에 배정되는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우리 가슴에 너무나도 큰 상처를 안겨주고 말았다. 대통령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영부인 주도로 편성된 예산으로 치료받게 생겼다.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심리 상담 예산을 논하기 전에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길 바란다.

처방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국민 건강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직을 포기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법대로 철저하게 수사받아 책임을 지길 바란다. 당신이 준 상처는 그래야만 나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사업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얼룩소, 페북에도 실립니다.
#윤석열 #김건희 #탄핵 #마음건강 #지원사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쓰고 버리기 아까운 지퍼백, 남편이 낸 재활용 아이디어 쓰고 버리기 아까운 지퍼백, 남편이 낸 재활용 아이디어
  2. 2 유럽 여행 간 아들네 강아지를 18일 맡아주고 깨달은 것 유럽 여행 간 아들네 강아지를 18일 맡아주고 깨달은 것
  3. 3 여권 빼앗고, 밥과 오이만 주고...전국 방방곡곡에 도는 '괴담' 여권 빼앗고, 밥과 오이만 주고...전국 방방곡곡에 도는 '괴담'
  4. 4 "내가 죽으면 철거를" 왕의 유언에도 매년 130만 명이 찾는 성 "내가 죽으면 철거를" 왕의 유언에도 매년 130만 명이 찾는 성
  5. 5 사직구장 관중 '69명'...그때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어디 있었을까 사직구장 관중 '69명'...그때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어디 있었을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