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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의정 갈등은 '질서 있는 해결'이 필요하다

의대 7500명 동시 수업은 불가능... 25학번 안식년 갖고, 26학번 모집 정지 고려해야

등록 2024.12.10 10:46수정 2024.12.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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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을 계기로 의사로서 그동안 우리 사회의 여러 의제에 무심했음을 사무치게 반성합니다. 이태원 참사가 있을 때 저는 침묵했습니다. 이공계가 R&D 예산을 삭감당했을 때 저는 침묵했습니다. 화물연대를 비롯한 노조가 탄압당할 때도 저는 침묵했습니다.

그러다 2024년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처럼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2000명 의대 증원(70% 증원) 정책을 내놓았을 때 의료계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12.3 계엄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이성적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음이 증명되었고, 그의 모든 정책과 철학의 빈곤함이 드러났습니다. 군인들의 총구가 공화국을 향했을 때, 시민들의 심정이 지난 10개월간 전공의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위헌적 주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7일 탄핵을 앞두고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주장했습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회동해 '여당과 국무총리가 협의해 국정운영을 챙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 권한의 총리·여당 공동행사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헌법에는 어디에도 '당 대표, 총리, 대통령'의 삼두정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법적으로 아무런 근거 없는 권력의 분배 시도는 내란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헌법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돌발 행동을 막을 질서 있는 유일한 퇴진 방법은 탄핵소추 뿐'이라 말합니다. 이미 국민의힘은 국민을 설득할 권위와 능력을 모두 상실했습니다.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외교는 '패싱'당하고 있는 와중에 의료도 혼란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습니다.


시민들은 우려합니다. 북한과 국지전이라도 벌어진다면 군 통수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이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임을 재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통치 권한은 건재함을 나타냈습니다. 헌법이 아니라, 권력관계에 따라 유지되는 현 정국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불안정합니다.

내란범이 탄핵되지 않거나 처벌받지 않는 전례를 남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음에 어떤 대통령이 또 난국에서 '계엄'을 국면 전환용 카드로 꺼낼지 모릅니다. 시민들은 경로 의존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지금 단호하게 처벌의 선례를 만들어야만 한다 말합니다.


'2025년 모집중단' 주장하는 의료계... 다른 목소리도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9월 6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과 국가고시를 위한 서적이 놓여 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9월 6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과 국가고시를 위한 서적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 이후, 의료계의 성명이 이어졌습니다. 서울의대교수비대위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한 대표의 반헌법적 조치를 깊이 우려하며 강력히 규탄한다. 법적 근거 없는 권력 분배 시도 역시 용납될 수 없다'며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의료 개혁을 중단하고, 의료 대란에 대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의료 현장을 회복시키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2월 8일 마로니에 공원 앞 '젊은 의사의 기본권 사수 집회'에 모인 800여 명의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윤석열 정부는 무너지는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직시하고 의료 정책 실패를 인정하라'며 '비상계엄'은 일방적 의료정책 강행과 놀랍게 닮았다. 비정상적으로 추진된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2월 의정갈등이 시작된 이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큰 틀에서의 의료계 주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휴학한 24학번 3000여 명과 증원된 25학번 4500명을 더한 7500명을 동시에 수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2025학년도 모집정지'라는 주장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 상황입니다.

반면, 40개 의과대학 학생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25, 26학년도 중 한 해에는 모집정지가 불가피하다'고 발표해 25학년도 이외에 26학년도 모집정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모집정지'는 비현실적인 일만은 아닙니다. 2023년 대원대 간호대가 평가 취소로 수시 1차 합격자를 취소시킨 전례가 있으며, 1990년 세종대학교와, 1968년 일본 동경대 의과대학이 여러 이유로 한 학번을 모집하지 않은 바 있습니다.

의정갈등의 '질서 있는 해결'은 필요하다

이 모든 혼란은 윤석열 개인의 충동적이며,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실현 불가능하고, 합의 과정이 부재했던 '2000명 의대 증원(70% 증원)'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나 모집정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25학번이 구체화하기 전에는 백지화가 가능한 주장이지만, 이미 수시 합격생이 나온 지금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25학번'이라는 추상화된 이들일 때는 가능했던 주장이, 한 명 한 명의 '사람' 이 되었을 때는 그들의 노력과 고통을 고려하면 상당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분명 24학번 3000여 명과, 25학번 4500여 명을 현실적으로 교육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타 단과대학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고등학교같이 빼곡한 시간표를 가졌고, 병원 실습과 해부 실습 등이 필수적인 의대에서는 정말 '물리적으로' 양질의 의사를 양성하기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의대협' 등에서 제시한 다른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실체화된 25학번을 모집 정지하기 어렵다면, 25학번은 합격을 보장받는 대신 1년간 학교교육 외의 활동으로 안식년을 갖고, 대신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26학번을 모집 정지하는 것입니다. 여러 집단에서 고통을 분담하여 최악의 사태만은 피하자는 합리적인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내란에 동조한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의 '윤석열의 질서 있는 퇴진'은 궤변입니다. 국민은 그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적이 없으며, 탄핵만이 헌법이 정한 유일한 질서 있는 퇴진입니다.

환자의 피해가 계속되고, 의료 현장이 파괴되고 있는 현재의 의정갈등이야말로 그들의 말대로 '중지를 모아' '질서 있는 해결' 이 진정 필요한 곳입니다.
덧붙이는 글 류옥하다 기자는 강원도 산골에서 일하는 일차의료, 응급의료 의사입니다. 지난 2월 16일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이고 비과학적인 의대 증원에 맞서 사직한 전공의 중 한명입니다.

이 글은 '청년의사'에도 게재됩니다.
#의정갈등 #의대증원 #전공의 #전공의처단 #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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