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사태 전후 증시/환율 추이>(왼쪽)와 <주요국 환율 절상(하)률 추이(연초 대비)>
송두한
첫 번째 문제는 2008년 사례와 다르게 환율 수준이 너무 높은 상황에서 내부 충격이 발현했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2008년 10월말 1291원에서 11월 말에 1469원까지 급등했고, 자본 유출 충격으로 인해 코스피지수는 1000포인트가 무너지는 버블붕괴 패닉에 빠진 바 있다. 여기에, 2009년 2월에 미국발 증시 충격이 재발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재차 1534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미국 연준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환율 공포를 진화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이미 1400원을 넘어선 지금의 환율 위치가 그때보다 심각한 이유다. 단언컨대, 외환위기 때 1400원이나 지금의 1400원이나 위기 방어선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선을 사수하지 못하면, 금융시장이 자본 유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둑이 무너지는 대란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두 번째 문제는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환율 방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돼 달러가 부족하지 않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외환당국이 대규모로 달러를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서지만, 원환율의 가치 하락이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이미 '복지부동' 모드로 전환한 경제팀은 위기에 대응할 능력도, 위기를 수습할 동력도 남아있지 않다. 특히,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상황인식('환율 1400원이 뉴노멀')으로는 결코 지금의 환율 위험을 해결할 수 없다.
세 번째 문제는 조직적 자금이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오른 것도 없는 한국증시가 버블 없는 버블 충격에 노출된 상태다. 글로벌 왕따로 전락한 국내 증시는 이번 내란 사태 이후 코스피 2400선·코스닥 600선마저 무너질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 사태가 지속된다면 자본 유출 압력이 증시 폭락·환율 폭등을 견인하는 금융대란 사태에 빠질 수 있다.
▲ 증시 외인 순매수(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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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사태 장기화시 '저성장 쇼크' 현실화
올해 한국경제가 최소한 2%대 성장률은 방어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내란 사태로 인해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성장률 2.0%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4분기 분기 성장률이 최소 0.7% 이상을 찍어야 하지만, 사실상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경제는 2년 연속 '1%대 성장률'이라는 사상 초유의 저성장 쇼크에 빠지게 된다. 내수가 극히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꺾이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 체질이 건전재정 중독에 빠져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상황에서, 내란사태 장기화가 2차 충격을 가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저성장 쇼크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살펴보자. 지난 60여 년 동안 한국경제가 '1%대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횟수는 총 5번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4번은 경제 위기와 관련이 있다. 즉, 1980년 2차 오일쇼크(–1.6%), 1998년 IMF 외환위기(–5.1%), 2009년 금융위기 충격(0.8%), 2020년 코로나사태(–0.7%) 등이 바로 그것이다. 나머지 한 번의 저성장 쇼크는 정상경제 하에서 경험했던 '2023년 1.4%' 성장률이 유일하다. 비상계엄 사태로 올해에도 1%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코로나 이전의 성장 균형으로 돌아갈 길이 막히게 된다.
내수경제는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지 이미 오래고, 미국 의존도가 높아진 수출경제도 미국발 관세 전쟁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다. 민생경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코로나부채 충격에 노출돼 부채디레버리징(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 과정에 진입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정 동력 상실로 민생·경제가 올스톱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 들어 구조적 소득충격이 만성적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불황 경제가 뉴노멀로 정착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코로나부채로 소비 여력은 소진되고, 역성장 궤도에 진입한 가계 실질소득은 민생 긴축재정에 무너진 상태다.
최근 몇 년간의 실질임금증가율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2200만 근로자가 대상인 '실질임금증가율'은 2022년 –0.2% ▶2023년 –1.1% ▶2024년 2분기 –0.4%로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정도면 민생경제는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물론, 민생대란 사태의 원인은 정책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 첫 번째 정책 실패는 국정 기조와도 같은 건전재정 중독이다. 기업 편향의 건전재정(기업 확장재정 · 민생 긴축재정) 기조가 세수펑크 충격을 가하면, 민생곳간을 털어 그 공백을 메우는 악순환이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건전재정을 강조할수록 중산층과 서민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정책 실패는 시장주의 이념에 경도되어 자영업 등 민생 위기를 돌려낼 수 있는 내수진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미친 공공요금 민영화 정책, 한은의 금리정책 실기 등 보편으로 충격을 가하고 선별로 구제하는 졸속 대책을 반복하는 사이, 민생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것이다. 무너지는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국정 기조를 폐기하고 정책 대전환을 위한 새 틀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국회 주도의 비상경제체제 가동해 위기 대응력 높여야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금융수장들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지금의 한국경제는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사태로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국회 주도의 비상경제 컨트롤타워를 높게 세워 대내외 경제 충격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최상목 경제팀을 전면 교체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물가·금리·소득 충격을 가하고 선별로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민생대란 사태를 타개할 수 없다. 유례없는 위기에 전례 없는 대책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내외 경제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근본 대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중심이 되어 위기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 컨트롤타워를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건전재정 기조를 폐기하고 중장기 균형재정의 틀 안에서 민생 확대재정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건전재정이 불러온 '자기파괴적 세수펑크 사이클'은 세수펑크 충격이 고강도 민생 긴축재정 ⟶ 내수불황 ⟶ 성장률 쇼크 ⟶ 추가 세수펑크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금은 민생 추경 등 민생확대 재정을 통해 만성적 내수 불황을 타개할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국민의 소비 여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 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편적 금리 수준을 낮추는 '코로나부채 대책', 근로자 세수부담을 낮추는 '물가연동 소득세법', 정부와 지방정부가 매칭해 매출 승수로 높이는 '지역화폐 정책' 등이 보편적 내수진작책에 속한다.
끝으로, 12.3 내란 사태 이후 무너지는 환율방어선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 내수적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스템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왕 할 요량이면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무기한·무제한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 환율방어선이 무너지고, 환율방어선이 무너지면 시장리스크(환율, 증시, 금리)가 시스템 위기로 진화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송두한 민주금융포럼 상임대표(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송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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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박사
ㆍ국민대학교 특임교수
ㆍ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ㆍ전) 농협금융연구소 소장
ㆍKDI 경제정책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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