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10개월을 향해가고 있는 가운데 내년 3월부터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 모집이 4일 시작된다. 사진은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 전공의협의회 앞 복도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12.3
연합뉴스
12·3 내란 이후 의료 대란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이 더욱 악화하였습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가한 유이한 의료계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마저 탈퇴한 상황에서,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한 의사 위원들도 내란 이후 속속 사퇴했습니다. 비교적 온건하던 의료계 인사들마저 이제는 완전히 정부에 등을 돌렸습니다.
내란 다음날인 12월 4일, 의료 대란을 더 악화하는 정부의 조치가 시작됐습니다. 기존 전공의의 92.3%가 사직으로 레지던트가 결원인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2025학년도 레지던트 모집'을 강행한 것입니다.
레지던트 모집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9일 모집 마감 결과 총정원의 8.7%만 지원했으며, 이마저도 서울 지역과 인기 과목 위주였습니다. 상당수의 지역 대학병원과 필수 의료 과목은 지원자가 0명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무관심의 원인은 여전히 의료 대란이 지속되고 있고, 비인간적인 수련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계엄 포고문에서 전공의를 '처단'하겠다고 한 마당에 누가 수련 현장에 복귀하려고 하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공의는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죽여 없애야'할 굴복의 대상이었습니다. 정부가 정치와 타협 대신 강압과 폭압만을 사용한다는 것을 모든 의사들이 적나라하게 느낀 이상, 의료 갈등의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야 말았습니다.
부정선거 믿고 계엄 선포한 정부, 의대 증원은 과학적으로 했을까
12월 3일 온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를 보며 부정선거를 믿고 계엄을 선포할 정도로 참담한 수준의 통치자임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정책이라고 과학적이었을 리 없습니다. 3,058명인 기존 의대정원을 2,000명(70%) 늘리는데 어떠한 근거도, 합의도, 회의록도 없었다는 것은, 의대증원 정책이 계엄처럼 즉흥적이고 무대책이었음을 보여줍니다.
10개월 전인 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을 발표한 시점으로 시간을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병원 수련의인 전공의들에게는 갑작스럽고 당혹스럽게도 '집단행동 금지 명령' '업무개시 명령'과 같은 초법적인 조치들이 행해졌습니다.
2월 말부터 각 병원의 전공의들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저항을 시작했습니다. 대학병원의 교수들과 봉직의, 개원의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비롯해 의료 현장을 지켜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직서가 제출된 지 4개월이 지난 6월까지도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내리며 전공의들의 발을 묶었습니다. 법조계의 비판과 전공의들의 줄소송, 비판적인 여론 그리고 마침내 병원의 요청을 마주한 뒤에야 정부는 사직을 허락했습니다.
'12·
15일 이전, 전공의 모집 일시 중지'가 필요한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이와 같은 2,000명에 증원에 대한 고집은 '의료 내란'이라 부를 만합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시민과 의사의 몫입니다.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하고 있고,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으며, 병원 적자를 메우느라 보험 재정 수조 원을 쌈짓돈처럼 썼습니다. 젊은 의사들은 심장 수술, 뇌 수술하는 미래에 냉소를 느끼고 겨드랑이 제모와 보톡스 시술을 배우러 떠나고 있습니다.
이 혼란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싸놓은 똥'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이것을 어떻게 치워야 할까요? 합리적으로 사회 전체의 피해를 줄이고, 전공의들이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에 종사할 환경을 조성하여 대학병원 수련으로 돌아오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일단 눈앞에 닥친 급한 문제부터 해결해야만 합니다. 앞서 설명한 '2025학년도 레지던트 모집'은 아직 '서류전형' 신청을 받았을 뿐입니다. 12월 15일 전공의 시험이 치러지면 이를 되돌리기 무척 힘들어집니다. 그전에 '전공의 모집 일시 중지'를 한다면, 합리적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의료계는 레지던트 모집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원 자격 여부가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았고, 미필자의 지원 여부, 작년도 수련의 인정 여부 등에 혼선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계엄 이후 행정부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절차적 하자에도 모집을 강행한다면 수련 자체에 대한 신뢰와 의료의 질에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의료 대란 풀 첫 단추, 전공의 모집 일시 중지
2025학년도 레지던트 모집에는 관련된 세 주체가 있습니다. 기존의 레지던트 자리를 사직한 전공의, 새로 레지던트를 지원한 전공의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의 스승이 되는 교수입니다.
새로 레지던트에 지원하려던 이들 상당수는 5월 공보의나 군의관을 마치는데, 의료 대란이 없었다면 정상적으로 수련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본인이 이번 레지던트에 지원하게 되면, 의도치 않게 사직한 전공의의 자리를 차지하는 결과가 될까 마음이 불편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차라리 사태가 정리될 때까지 모집을 일시 중지해 주기를 누구보다 바란다고 합니다.
교수들도 난관에 빠져 있습니다. 사직한 기존 전공의들이 계엄에 맞먹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저항하고 있다는 것에 상당한 교수들이 지지와 공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기존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내부에도 여러 이견과 절차상 문제들이 있는 상황이기에 혼란을 막기 위해 모집을 일시 중지해 주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의료는 여느 영역만큼이나 사람이 중요한 곳입니다. 특히 전공의 수련은 도제식으로 손에서 손으로 노하우를 전달하며,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런데 서로 간의 오해와 원망이 이어진다면 오랜 시간 의료계에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될 것이며, 수련 환경은 악화하고, 의료의 질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은 의료 현장을 위해서도, 실력 있는 좋은 의사에게 치료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환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입니다.
의료계는 전공의 모집을 완전 중지하자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급박한 정국 속에 시간을 벌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공의 모집을 일시 중지 하자는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계엄 멈춰 세운 공화국 시민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서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계엄 규탄 및 의료개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2024.12.8
연합뉴스
의료 대란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는 이런 현실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2025학년도 전공의 모집이 의료계와 환자의 건강권에 미칠 상흔에 대해 손톱만큼이라도 인식하고는 있는지 의문입니다. 내란의 수뇌부는 전공의를 힘으로 굴복시킬 생각만 할 뿐이고, 복지부를 비롯한 실무진은 이미 무정부 상태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합니다.
교수 사회를 포함한 기성 의료계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기민한 조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의료 대란 파국 열차를 멈출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시민 사회의 관심과 행동에 있습니다. 계엄도 3시간 만에 멈추었던 자랑스러운 공화국 시민이 아닙니까! 12월 15일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2025학년도 레지던트 모집 일시 중지는 복잡한 의료계의 내부 문제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의료 대란을 풀고, 환자의 불안을 해결하고, 양질의 의료인을 양성하며,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시민사회의 지지와 도움이 절실합니다.
* 필자 소개: 류옥하다 기자는 강원도 산골에서 일하는 일차 의료, 응급의료 의사입니다. 지난 2월 16일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이고 비과학적인 의대 증원에 맞서 사직한 전공의 중 한 명입니다.▣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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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살려 섬기고 나누는 소박한 삶,
그리고 저 광활한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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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내란' 끝낼 첫 단추, 전공의 모집 일시 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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