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안개 핀 금강에서 비오리 가족이 유영하고 있다.
정수근
지난 8일 새벽 청벽 앞 금강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물안개는 서서히 번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금강을 가득 채웠다. 그 위를 비오리들이 유영한다. 새벽 강에서 만나게 되는, 강이 선사해 주는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곳은 모래톱이 되돌아온 구간이다. 공주보 개방과 함께 은백색 모래톱이 되돌아와 있고, 그 모래톱엔 또 다양한 야생의 존재들이 그들의 흔적을 남겨 이 강에 생명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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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안개 핀 금강 물안개가 필어오르는 금강의 아름다움 ⓒ 정수근
낙동강과는 다른 보 개방된 금강의 아름다움
필자는 작금의 낙동강에서 결코 만날 수 없는 풍경을 이곳 금강에서 만났다. 그렇게 은백의 모래톱과 물안개가 은은히 흐르고 있는 금강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한없이 걸을 수밖에 없었다.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그 초대형 보가 왜 개방되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모래톱과 강물이 만나는 바로 그 접면을 따라 걸어가 보면 역시 그곳을 따라 이동한 야생동물들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삵과 너구리, 고라니에 이어 수달의 흔적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 선명히 박힌 수달의 발자국
정수근

▲ 수달이 모래톱에 작은 둔덕을 쌓고 그 위에 배설을 한 듯하다.
정수근
수달이 깡충깡충 뛰듯 걸어간 흔적을 모래톱 위에 발자국으로 선명히 남김으로써 이곳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의 영역임을 그대로 증명해 준다. 그 흔적은 강을 따라 올라가는 내내 만나게 되고, 수달이 영역 표시를 위해 배설한 곳이라든가 물고기 사냥을 해 놓고는 한 입만 베어 먹고 그대로 남긴 모습 또한 만나게 된다.
모래톱 위에 60센티가 넘는 커다란 잉어가 놓였고, 그 옆에 수달의 소행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박혀 있다. 금강에 수달이 건강히 잘 살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한다.

▲ 60센티가 넘는 잉어를 잡아서 한 입만 베어 먹고는 그냥 두고 갔다.
정수근

▲ 수달이 잉어는 다 먹지 않고, 이곳에 잠시 놀다가 갔다.
정수근
"금강의 공주보 수문이 열려 있어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모래톱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전 모습엔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낙동강에서는 지금 만날 수도 없을 풍경이니 맘껏 보고 돌아가시라."
금강의 모래톱을 거닐다 수달의 사냥 흔적까지 발견한 사실을 전하자 '보철거를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의 임도훈 상황실장의 전한 말이다. 그는 지금 220일이 넘게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며 세종보 바로 위 300미터 지점에서 천막농성장을 차리고는 농성을 해 오고 있다.
8일 기준으로 딱 223일차 농성을 맞았다. 결과적으로 세종보 재가동은 분명히 막아내고 있는 셈이다. 원래 환경부는 지난 5월 수문을 닫겠다 선언한 바 있다. 세종보가 12월이 지난 현재까지 열려 있는 이유는 바로 이들의 농성 덕분이다. 이들의 싸움은 7개월이 넘는 기간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내는 큰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덩달아 그 아래 공주보 수문 또한 열려, 이날 필자가 청벽 앞 금강변에서 물안개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백사장과 수달의 생생한 흔적과 다른 야생의 존재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모래톱이 아름답게 돌아온 금강.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
정수근
수달의 흔적에 큰고니까지 유영하는 아름다운 금강
탐사는 다음날 아침에도 이어졌다. 이번에 세종보 천막농성장이 자리 잡고 있는 세종보 상류의 금강 구간이다. 이곳은 모래톱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큰 자갈로 이루어진 구간으로 양안으로 습지가 대단히 발달한 구간이다. 이런 까닭으로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많이 찾는 구간이기도 하다.
멸종위기종 1급인 황새가 목격되기도 하고 역시 멸종위기종은 큰기러기가 무리지어 날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또 꼬마물떼새, 삑삑도요, 검은등할미새 등 다양한 물새들 또한 심심찮게 목격된다. 이날의 탐사도 수달의 흔적을 찾아서 상류로 이동한 것인데, 수달 발자국과 배설물뿐 아니라 저 멀리서 흰 물체가 여러 개 보이기 시작하고 이내 그 수가 확대되는 모습도 목격했다.

▲ 백조(고니)의 호수 금강의 아름다운 모습
정수근

▲ 큰고니들이 평화롭게 쉬고 있는데 한 마리가 날아오른다.
정수근
금강을 찾은 큰고니 30여 개체가 안개 피어오르는 금강을 서서히 유영하면서 특유의 우아한 풍경을 연출해 주었던 것이다. 금강의 진수이자 수문개방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그대로 증명해주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세종보가 지난 5월 닫혔더라면 만날 수 없는 풍경이었을 것이다. 강은 이렇듯 다양한 야생의 존재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비인간 존재들인 이들이 인간의 개발과 간섭을 피해 겨우 마지막 서식 공간으로 삼은 곳이 강이라, 이곳만큼은 이들의 영역으로 인정하고 그대로 놔둘 필요가 있다. 수달과 큰고니와 황새의 존재가 그것을 웅변하듯 말해주고 있는 것이고.

▲ 금강의 여울목. 힘차게 강물이 흘러가는 금강. 보 개방의 이유를 보고 있다.
정수근
함께 공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강을 강답게 만들어야 하고, 쓸데없는 구조물일 뿐인 4대강 보는 사라지거나 적어도 상시 개방해야 한다. 강은 강답게 흘러야 한다. 우리 강의 '오래된 미래'를 되찾게 해주어야 한다. 금강에서 만난 무수한 비인간 존재들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 또한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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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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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 사냥한 수달과 큰고니가 노는 금강 ... "우리 함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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