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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에서 김치가 생각날 때, 궁하면 통합니다

    [태국 치앙라이에서 겨울 보내기] 외국에서 먹고 사는 일

    등록 2024.12.13 08:41수정 2024.12.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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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한 달 보름 동안 묵었던 태국 치앙라이의 숙소는 인근에서는 꽤 좋다고 알려진 고급 리조트였다. 그곳에는 해마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한국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의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남쪽 나라로 온 사람들이었다.

    아침은 리조트에서 제공해주는 걸 먹었지만 점심과 저녁은 밖에 나가 사먹어야 했다. 사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열흘이 지나고 한 달이 되니 집 밥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리조트 측에 간이 주방 시설을 만들어줄 수 없겠느냐고 요청을 했다.


    생활의 달인, 한국 장기 여행자들

    리조트 관계자는 해마다 한국인들이 찾아올 것을 대비해 몇 개의 방에는 주방 시설을 설치해 주었다. 방 앞 데크에 수도 시설만 설치했는데도 밥 해먹고 김치까지 담가 먹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과연 '생활의 달인'급인 한국인들이었다.

     태국 치앙라이 시장에는 배추, 무, 마늘 및 생강도 있습니다.
    ▲ 태국 치앙라이 시장에는 배추, 무, 마늘 및 생강도 있습니다. 이승숙

    우리가 묵었던 방에는 주방 시설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밥을 해먹었다. 작은 전기밥솥으로 밥을 했고 리조트 이웃이 빌려준 전기 쿠커로 국물 요리까지도 할 수 있었다. 방 앞 데크에 테이블을 놓고 그곳을 주방인 양 사용했다. 돼지고기를 사와서 수육까지 해먹었을 정도니 못할 요리가 없었다.

    그래도 김치만은 담그기가 어려웠다. 배추와 무는 시장에서 사온다 해도 고춧가루를 구할 길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리조트 이웃이 김치를 담가서 한 통 나눠 줬다. 고춧가루며 젓갈 등을 한국에서 가져와서 김치를 담갔다고 하는데 그 귀한 김치를 선뜻 나눠 준 것이다.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한국에서는 김치 없이도 밥을 잘 먹었는데 외국에 나오니 김치만한 게 없다. 다른 반찬이 없어도 김치 한 가지만으로도 밥 한 그릇은 뚝딱 비울 수 있다. 김치만 먹어도 살 것 같았다. 그 후 우리도 그 분들을 따라 김치를 담갔다. 고춧가루가 없어 붉은 고추를 다져서 넣고 마늘도 찧어서 넣었다. 비록 색깔은 붉지 않았지만 맛만은 한국에서 해먹던 김치와 비슷했다. 결핍이 최고의 조미료였던 셈이다.

     큰 비닐봉지에 배추를 넣고 소금을 뿌려 절였습니다.
    ▲ 큰 비닐봉지에 배추를 넣고 소금을 뿌려 절였습니다. 이승숙

    올해 다시 태국 치앙라이에 왔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먹을거리들을 챙겨왔다. 그동안 여러 차례 장기여행을 했지만 밑반찬을 챙겨간 적이 없던 우리였다. 그랬던 우리가 이렇게 양념류를 챙겨간 것은 본격적으로 한 곳에서 오래 머물며 지내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 전의 여행도 한 곳에서 두세 달씩 머무는 장기여행이었다.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유목민이었다. 짐이 없어야 가볍게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다 생각한 우리는 석 달 여행인데도 달랑 배낭 한 개씩만 메고 여행을 떠났다. 그러니 어찌 밑반찬이며 먹을거리들을 챙겨갈 수 있으리오.

    장기여행, 뭘 가져가야 할까?

    유목을 끝내고 정착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낭 대신 캐리어에 짐을 담아 왔다. 여행 짐을 챙길 때 무엇을 가져갈 것인지 고민했다. 캐리어에 무엇을 담아갈까. 수하물로 15킬로그램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데, 뭐가 가장 필요할지 고민 아닌 고민을 했다.

    춥지 않은 나라이니 옷은 얇은 것 몇 개만 챙기면 된다. 그곳에서 심심하지 않게 지내려면 노트북은 당연히 챙겨가야 된다. 종이책은 가져가지 말아야겠다. 대신 전자책을 구매해서 읽으면 된다. 먹을거리들은 어떤 걸 가져갈까? 무게가 덜 나가는 건조식품들을 챙겨가는 게 좋겠지? 그래서 건미역과 황태포를 넣고 김도 한 톳 챙겼다. 집 된장은 물론이고 양념 고추장도 좀 담았다.

     한국에서 가져간 고춧가루에 마늘, 피시 소스, 찹쌀 죽을 넣고 김치 양념을 만들었습니다.
    ▲ 한국에서 가져간 고춧가루에 마늘, 피시 소스, 찹쌀 죽을 넣고 김치 양념을 만들었습니다. 이승숙

    고춧가루며 새우젓에 천일염도 챙겼다. 김치를 담그려면 필요한 양념들이다. 그 외에 또 어떤 걸 가져갈까? 우리는 마치 신접살림을 시작하는 신혼부부인 양 살림살이들을 챙기고 또 챙겼다.

    태국의 최북단 도시인 치앙라이는 자연과 예술 그리고 커피로 알려진 곳이다. 건기인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때인데 그때 기온은 17도에서 30도 내외를 오르내린다. 아침 최저 기온은 17도 쯤 되고 낮 최고 기온은 30도 가량 되니 우리나라의 9월정도 기온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해마다 진화하는 장기여행의 기법들

    치앙라이는 각종 야채가 풍성하게 생산되는 곳인데다 배추와 무도 재배되니 마음만 먹으면 김치쯤은 얼마든지 담글 수 있다. 그래서 장기여행자들은 아예 김장양념을 만들어서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해가 갈수록 장기여행의 기법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소꿉장난 같은 살림이지만 있을 건 또 다 있어야 하는 법이다. 밥그릇과 수저는 물론이고 도마와 칼도 있어야 한다. 이럭저럭 장만해서 살림 아닌 사람을 살지만 그러고도 갖추고 싶은 것은 자꾸 생긴다. 필요하다고 다 사면 짐에 치여 살지 모른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들만 구비해서 알뜰하게 지낸다.

     살짝 절인 배추에 김치 양념을 넣고 버무렸습니다.
    ▲ 살짝 절인 배추에 김치 양념을 넣고 버무렸습니다. 이승숙

    배추에 소금을 뿌려 절이려면 큰 대야가 필요하다. 그런 게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옛 말도 있지 않던가. 대체제로 비닐봉지가 등장한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물건을 담아온 큰 비닐봉지를 배추 숨죽이는 용도로 대신 이용한다.

    다듬은 배추를 비닐봉지에 담고 그 위에 소금을 살살 뿌린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물자가 차고 넘치는 우리나라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비닐봉지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고 다 활용하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물자 절약에 환경을 생각하는 삶이 아니고 무엇이랴. 불교에서는 '원래 정해진 것은 없다'고 가르치는데 그 말이 맞았다. 비닐봉지가 배추를 절이는 용기로도 쓰였다.

    정해진 것은 없다, 쓰임새 따라 쓰일 뿐

     김치와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쌈장, 상추... 한국의 맛입니다.
    ▲ 김치와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쌈장, 상추... 한국의 맛입니다. 이승숙

    절인 배추를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양념했다. 벌써 김치 맛이 나는지 남편이 코를 벌름거린다.

    "냄새만으로도 벌써 맛있겠는데?"

    간을 보라고 김치 한 줄기를 남편의 입에 넣어줬더니 좀 싱겁긴 하지만 그래도 맛있다고 했다. 이제 김치도 있겠다, 치앙라이를 누릴 준비가 다 갖춰졌다. 우리 부부는 곳간에 먹을 것을 가득 채워두기라도 한 양 배가 불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동남아겨울살이 #태국치앙라이 #치앙라이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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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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